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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벨- 수면 중의 기적

hherald 2018.04.30 18:15 조회 수 : 236

 

이라크 전쟁이 준 교훈

미군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은 생각보다 이라크가 쉽게 함락되지 않고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야간전에 유리한 미국의 테크놀로지 덕분에 승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라크 전은 스니커스 초코바로 이룬 전쟁이라고도 하는데 미군 청년들은 스니커스바를 무한 공급받으며 밤에 말똥 말똥 깨어 있다가 출동하였다 합니다. 후에 참전군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야간 작전을 수행했던 그룹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의 빈도가 월등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상태는 현실의 기억을 악몽으로 왜곡시키고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을 선택적으로 증폭시키며 우울증 발현의 이상적인 조건을 마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이 참전했던 지상군의 트럭 운전사들에게서는 상대적으로 PTSD가 그리 많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이들은 원래 군대 규칙대로 매 24시간마다 8시간의 수면 시간을 엄격히 준수했었다고 합니다.   

 

잠을 아낀다?!

밤에 막상 공부는 안해도 쿨쿨 자면 뭔가 찜찜한 불안감을 느끼면서 학창시절을 보냈었고 직장에선 야근이며 회식으로 야밤에 돌아다니는 것이 능사였는데 영국에 처음 왔을 때 인상적이었던 것은 유아들은 물론 성인들도 우리 기준에서 보면 정말 잠을 많이 자고 일찍 취침에 든다는 점이었습니다. 안그래도 우리나라는 유전적으로 부지런한 민족인 것 같은데 형설지공(螢雪之功)이니 주경야독(晝耕夜讀)의 정신을 받들어 밤새 일하고 공부하는 것을 가상하게 생각하고 자기 통제, 시간 관리 등의 명목으로 수면 시간을 더욱 줄여 보다 더 빡빡하게 사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제 시대가 바뀌었으니 수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합니다.  
 


수면의 마법

하바드 의대와 베스 이스라엘 메디컬 센터의 정신과 교수인 Dr. Robert Stickgold는 수면 연구에 관한 최전선의 세계적인 권위자로서 수면과 인지능력 랩을 운영하며 놀라운 실험 결과를 보여줍니다. 일평생 수면과 꿈의 영향, 수면 부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였으며 동시에 헌신적인 교육자로서 특히 수면이 학습, 정서, 기억력, 뇌기능에 미치는 심오한 영향력에 대해서 발표하고 있습니다. 수면은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이며 인생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활동인데 수면의 미스터리에 대해서는 최근에야 본격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잠잘 때 우리 몸과 뇌가 죽은 것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무작위의 꿈을 꾼다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한 오해라고 합니다.  보기와는 달리 잠을 자는 행위는 적극적인 또 다른 활동 상태로서 낮에 각성 시 숨죽여 있던 부위가 활성화되어 신비로운 영역의 브레인 활동이 전개된다고 합니다. Dr. Stickgold는 새로운 차원의 정보 추출과 재편성이 수면 중에 일어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무엇인가를 배웠다면 잠을 통해 두뇌의 심연, 무의식 세계의 기능을 출동시켜 받아들인 정보에 뭔가 ‘처치’를 해줘야 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배우고 익히며 기억력, 창의력, 판단력을 사용해야 하고, 더 나아가 고차원의 두뇌 활동을 해야 하는 사람은 결코 수면의 효과를 과소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배우기만 하고 수면의 마법으로 숙성, 승화시키지 못하면 제대로 체화하지 못하며 지식을 나열하거나 똑똑해질 수는 있어도 현명해지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통찰력, 새로운 영감 등은 두뇌가 수면을 통해 주는 선물이며 수면 박탈은 이러한 선물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실험 보고에 의하면 하루 20시간 가까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의 속내 사정을 살펴보니 작업을 하는데 하도 오류가 많아서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똑 같은 일을 하고 실수가 잦은 바람에 계속 재차 점검을 해야 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20 시간 가까이 일해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수면 시간을 줄여 몽롱한 상태에서 오래 일하는 것보다는 상쾌한 각성 상태에서 단위 시간 당 효율과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전략으로 보입니다. 특수한 사람을 제외하고서 대부분의 사람의 두뇌는 집중과 주의력을 전력 사용하면 일정 시간 후 밧데리 방전되는 상태에 이르는데 이때 수면은 그 아무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충전의 도구입니다.

 

수면 부족의 결과

각성 상태와 수면 상태, 이 음양의 발란스를 이루어야 두뇌 기능 뿐만 아니라 전 신체의 기능을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는데 Dr. Stickergold는 수면 부족의 결과를 단적으로 ’Fat, Sick, Stupid, Unhappy’ 의 네 가지 상태로 요약하였습니다. 첫째, 뚱뚱해지기 쉽다- 날밤을 새는 것만으로 신체의 다채로운 호르몬과 신호 체계에 이상을 유발하는데 특히 혈당 조절 장애와 세포가 인슐린에 제대로 반응을 안하는 점이 현저하여 식욕 조절이 안되고 당뇨병 상태와 비슷해진다고 합니다. 둘째, 아프기 쉽다 – 잠을 충분히 안자는 것만으로 몸의 염증, 통증 상태가 악화되며 몸살처럼 몸이 아파진다고 하는 분들을 자주 봅니다. 뿐만 아니라 면역 기능이 영 떨어져서 각종 감염에 취약해지며 수면 불량일 때 다치거나 아프거나 모든 질환의 이환율이 높고 치료 효과가 떨어집니다. 셋째, 머리가 나빠진다. 넷째, 행복감을 못느끼고 정서적으로 황폐하고 비참해지기 쉽다고 합니다.

 

 

런던한의원 원장 

류 아네스  MBAcC, MRCHM

대한민국한의사

前 Middlesex 대학 부설 병원 진단학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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