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28일, 영국의 저명한 정치학자가 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비판했다는 정체 모를 기사가 탄핵 반대 세력을 중심으로 퍼졌다. 많은 박근혜 지지자들은 이를 진짜로 믿었고 극우 보수 사이트와 저명한 인사들도 이 기사를 인용해 촛불세력을 욕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기사는 가짜 뉴스 Fake news 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기사 작위를 하사받은 영국의 정치학자 '아르토리아 펜드래건'은 한국 하야 시위의 목표가 불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하야, 타도 목적이 아닌 북한 이적 단체로 밝혀진 통진당의 간부를 석방하라고 요구하는 선동가들이 숨어있다. 시위를 가장한 이적단체의 선동을 제지하지 못한다면 자유 대한민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고 그때가 되면 진정한 애국자들은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성배의 힘에까지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 했다.> 나라를 재건하려 성배의 힘에 의존한다고? 이거 정치학자의 얘기 맞아? 의심해야 할텐데 박근혜 게이트가 터지자 박사모를 비롯한 친박 지지자들은 이를 고맙게 받아들이고 그대로 믿어 버렸다.
'아르토리아 펜드래건'이라는 기사 작위를 하사받은 영국의 정치학자는 없다. 아르토리아 펜드래건이란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는 쉽게 말해 일본의 만화 주인공이나 게임 캐릭터의 이름이다. 기사작위까지 하사받았다고 포장되니 그럴듯하게 보였고 주장이 탄핵반대 세력의 입맛에 맞아 더 믿고 싶었던 가짜 뉴스였다. '확증편향'이라고 자기가 믿는 것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자기 신념과 맞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이 누구에게나 있는데 가짜 뉴스는 이런 욕구를 맞춰 생기는 거다. 믿고 싶은 대로 만들어지고 그래서 급속도로 퍼지는 것이 가짜뉴스의 특징이다. 중국에서 퍼진 롯데와 관련된 페이크 뉴스가 대
표적이다.
<롯데 신동빈 회장이 한국 '글로벌뉴스아이'와 인터뷰에서 "중국인들은 단순해서 이 시기만 지나고, 제품 세일만 하면 다시 우리제품을 살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기사가 나돌았다. 중국인들은 분개했다. 물론 이 기사는 가짜다. '글로벌뉴스아이'라는 매체는 없다. 신동빈 회장이 인터뷰를 할 수도 없다. 중국인의 반한 감정에 불을 지피려는 흑심이 만든 악의적인 가짜 뉴스인데 확증편향에 따라 마냥 확산된 것이다.
지난해 옥스퍼드 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는‘ 탈진실 posttruth’이다. 감정이나 개인이 믿고 있는 사실이 객관적 사실보다더 영향을 발휘하는 것이 탈진실이다. 탈진실이 오히려 공공 여론을 형성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인간의 기억에는 오류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짜 뉴스가 유포되고, 사람들에게 반복해서 노출되면 인간의 뇌는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기에 악의적인 가짜 뉴스가 두렵다고들 한다. 마침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가짜 뉴스를 감별하는 백신 연구를 시작했다는 뉴스를 봤다. 가짜 뉴스를 만드는 검은 마음을 감별하 는 백신도 연구할 수 있을까.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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