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자기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 합니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해서 “왜 그렇지?” 하면서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이 질문에 한번쯤은 답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나는 왜 내 아이를 잘 키우려고 하는가?”
자식은 어차피 나중에 커서 나를 떠나 독립해서 살아갈 존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 먹이고, 더 잘 입히고, 더 잘 가르치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더 좋은 것을 먹고 더 좋은 것을 입는다고 어린 아이가 더 행복해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우리가 아이에게 이렇게 하는 것은 정말 아이를 위해서 일까요? 아니면 나를 위해서 일까요?
오늘은 아이를 잘 키우려는 부모의 진짜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아래의 각 질문에 대하여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적어 보시길 바랍니다.
“내 아이가 잘 되는 것이 나에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이가 잘 되면 나에게 좋은 것은 무엇입니까?”
“아이가 잘 되었을 때, 나의 삶은 어떻게 달라집니까?”
“만약 아이가 잘못되면, 나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납니까?”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착각하기
내면에서 어떤 답이 올라옵니까?
고전적으로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필자가 부모교육과 코칭을 하면서 위의 질문들에 대해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은 “저 녀석이 잘 돼야 내가 행복할 수 있다”, “내가 자유로워질 수 있다”, “내가 편하게 살 수 있다",“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내 인생이 헛되지 않는다” 등등의 대답 입니다. 이러한 마음은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사랑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내 아이가 잘 되어야 하는 이유 속에는 내 인생을 편하고, 행복하고, 자유롭고, 보람을 느끼고 살고 싶은 욕구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내 욕구를 아이를 통해 해결하거나 아이로 인해 방해 받지 않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은 부모로 하여금 자식에게 어떤 기대를 갖도록 만듭니다. ‘부모의 말을 잘 듣는 것’, ‘좋은 성적 받아 오는 것’, ‘좋은 대학 입학하는 것’,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 등등 자식이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서 살 기를 바랍니다.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부모가 자식의 전공과 직업을 정해줍니다. 심지어는 배우자까지 정해주는 부모도 있습니다. 이렇게 부모가 자식의 인생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과는 반대되는 행위입니다.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자식에게 아낌없이 다 해주면서 자식을 통해 자기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것을 자식을 위한 희생과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결과에 집착하는 것
자식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은 부모가 자식에게 해 주는 것에 대하여 조건을 붙이지 않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 결과물을 요구하지 않는 것입니다. 부모가 결과에 대하여 집착하게 되면, 부모가 있어야 할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해야 할 영역을 침범하게 됩니다. 부모는 아이가 결과를 만들어 내도록 바라봐 주지 못하고, 자꾸 억지로 결과를 만들어 내려고 하는 것입니다. 학원에 보내서 억지로라도 공부를 시키고, 심지어는 숙제를 대신 해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결과에 집착하다 보면 놓치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입니다. 교육의 목적은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런 성적을 낼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것입니다. 사람이 키워지면 그 사람의 역량으로 좋은 성적도 내고, 또 다른 결과를 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람은 쏙 빼놓고 결과만 만들려고 하면무리수두게 되고 그 결과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대한민국 국정농단 사태의 장본인인 최순실씨와 그 딸 정유라씨의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최순실씨는 자기 딸을 승마 국가대표로 만들고 이화여대에 입학시켰습니다. 사람은놔두고 결과만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딸인 정유라씨는 어떻게 되었나요?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았고, 어린 나이에 출산과 이혼을 경험하며 불행한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권력을 이용해 자기 딸의 이화여대 학벌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결국 고등학교 중퇴로 끝나게 된 것이죠. 최순실씨의 정유라에 대한 이런 마음을
과연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랑은 사람에게 하는 것이지 결과에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최순실씨는딸보다는 학벌과 지위, 권력을 너무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딸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딸을 통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했던 것이지요. 만약 진정으로 딸을 사랑했다면 그 딸이 어떤 사람이 되는 지에 관심을 가졌을 것입니다. 엄마가 자식을소양과 지성을 갖춘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진정한 사랑으로 그 자식을 지켜보고 서포트 했다면, 정유라씨는 자기 인생을 훨씬 멋지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진정한 사랑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에 대한 진정한 사랑으로 헌신하는 것’과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자식에게 희생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헌신은 대가를 바라지 않지만, 희생은 대가를 바라는 행위입니다. 부모가 “내가 희생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무의식 속에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다는 뜻입니다. 희생과 기대는 순수한 사랑보다는 상대에 대한 집착과 욕심에서 비롯됩니다. 진정한 사랑은 그런 것들을 내려놓았을 때 비로서 모습을 나타냅니다.
부모의 무조건적인사랑은 아이에게 부모가 원하는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 것입니다. 결과에 대한 기대는 부모인 내가 갖기보다 아이 스스로 가져야 합니다. 자기가 기대하는 무엇을 위해 행동해 나갈 때 사람은 성공적인 인생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남의 기대를 위해 살아가는 것은 행복하지도 않고 잘 해내기도 어렵습니다.
지금 아이가 누구의 기대를 위해 살고 있는 지를 확인해 보려면아이에게 “너는 누가 원해서 공부를 하는 거야?” 라고 물어보세요. 아이가 “내가 원해서”라고 말한다면 당신의 아이는 건강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엄마(아빠)가 원해서”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당신의 사랑을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기대가 아이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기대를 기여로 바꾸기
기대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기여하는 마음을 가져보세요. 아이가 스스로 만든 기대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기여할 지에 관심을 기울여 보세요. 아이에게 “이것 언제까지 해라”는 말 대신에“너는 무엇을 하고 싶니?”라고 먼저 물어봐 주세요. 그리고 “그것을 위해 엄마(아빠)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니?” 라고 이야기해 주세요.
이렇게 당신이 아이를 온전하게 사랑하기 시작하면 아이는 비로서 “나는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를 생각하고 자기 삶을 위해 행동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당신의 가정을 응원합니다.
이성훈 / 브리티시코칭센터 대표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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