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신좌사(君臣佐使)
나라에 임금이 정해지면 그에 따른 군신좌사에 따른 조각이 이루어지듯이, 질병에 처방이 내려지려면, 먼저 임금에 해당하는 군약(君藥)이 정해진다. 군약에 따라 군신좌사약을 처방해야하는데, 군약이 시원찮으면 신하역할약과 보좌하는 약들이 제멋대로 움직이게 되고, 그리하면 약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어려우니, 군약을 정하는 문제는 의사가 해야 할 제일 중요한 문제가 된다. 국가나 사회가 조직 정비되어 완전한 체제를 갖추고 있어도, 나라가 어디로 갈 것인가를 이끄는 이들과 힘이 따로 존재할 수 있다. 물론 지도자가 이끌 수도 있고, 어린 한 아이가 이끌 수도 있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로 태어나 잘 자라서 육체는 튼튼하지만, 그가 어디로 가는 사람인지는 쉽게 알 수가 없다. 모든 사람이 다 스스로 가고 싶다고 가고픈 길을 다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고 싶어 가는 사람이 있고, 가야만 하는데 못가는 이도 있고, 가고 싶어도 못가는 이도 있고, 떠밀려 가는 이도 있고, 갑자기 되돌아가는 이도 있고, 가다가 다른 길로 가는 이도 있고, 가다가 넘어지고 중도에 멈출 수밖에 없는 이도 있다.
어설프게
과연 누가 그 사람의 가는 길을 정할 수 있는 것인가? 그 자신인가? 부모인가? 자식인가? 친구일까? 보스일까? 점쟁인가? 진로를 선택해 준 스승인가? 좋은 길로 성공의 길로 안내하는 것이 일반적인 안내이고 지도자이고 리더다. 문제는 남의 귀한 자손의 앞길을 잘못 안내해 주는 것이 죄업이 크다고 알려져 온다는 것이다. 남을 위한답시고 좋은 일을 한다고 했던 것이 결국엔 발목을 잡혀 얼마나 인생을 힘들게 하는 지를, 우리는 역사와 현실 속에서도 보고 느끼며 살고 있다. 안다고 어설프게 도와주었다가 안 도와주는 것만 못하게 되는 경우(積善而不如惡)다. 지구인 천체도 가는 길이 있고, 배나 차도 가는 길이 있다. 인생도 가는 길이 있으니, 이 길을 도(道)라 한다. 눈에 보이면 도로(道路)고, 안 보이는 길을 경로(經路)라 한다. 우리마음이 가는 길이나 인체 속에서 기가 다니는 길을 경(經)이라하는데, 이 길로 이끌어 가는 것을 인경(引經)이라한다.
어디로 가나
어디로 가는 배냐? 이는 선장 마음대로도 아니고, 노 젖는 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배가 가야할 항로길을 안내해주고 이끌어 주는 인경이 있어야한다. 배가 고파 밥을 먹을 시간인데 무엇을 먹을 까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 때도 나를 어디론가 이끄는 것이 있게 된다. 좋은 음식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음식 자체가 끌어 들이는 게 아니다. 내가 가야 하는 것인데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인경하기가 어렵다. 나 자신의 몸뚱이도 어딘가로 이끌어 가기 어려운데, 가족을 어디론가 행복한 길로 이끄는 것은 더 어려울 것이다. 더 나아가 내가 사는 동네를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드는 것은 더더 어렵고, 나라를 부국강병으로 태평한 세상으로 이끌어 가는 길은 더욱 더 어려운 것이다.
멋대로
사자나 원숭이 같은 권력이란 파워에 의존하여 위계질서를 세운 집단에서는 리더가 왕이고 인경을 하듯이, 체계가 잡힌 처방에는 견줄 병이 없다. 그러나 떼거지로 몰려있는 올챙이 떼는 리더가 없고 경쟁만 있듯이, 처방도 좋은 것만 많이 넣어 먹으면 약끼리 충돌만 있게 되는 것이다. 의사가 질병을 파악하여 처방을 내리면서, 군약을 잡을 때, 군약이 약하면 나머지 약들이 멋대로 되고, 군약이 너무 강하면 나머지가 역할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군약은 제대로 되었는데, 군약을 받혀주는 신하약인 신약이 너무 강해서 왕을 능가하거나 약해서 군약을 제대로 받혀주지 못하면 이 또한 약의 효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그 외에 보좌하는 좌사약도 제대로 조합에 맞는 처방이 안 되면, 마치 병균과의 전쟁에 나가는 임금과 장수를 위한 식량과 무기 등의 보급에 문제가 생겨 승리를 장담하기가 어려워지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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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삶의 열쇠10 ; 건강한 가족, 경제적 안정, 웃을 일, 가까운가족, 충분한 잠, 포옹, 멋진 차, 반려동물, 우등생자녀, 평온한 정적이란다. 또, 좋은 차 한잔과 완전한 와이파이, 일요일게으름피기 등도 삶에 필요한 하나라는데, 키가 몇 개인가요?
영국서울한의원 박사 김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