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는 눈길이
‘고생한 사람들은 어딘가 비뚤어져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받아들이기가 좀 그렇지만, 틀리다고도 맞는다고도 할 수 없는, 참 난감한 말이다. 이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떤 것을 삐딱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분명히 있다 보니, 누가 무슨 말을 한마디하고 싶어도 여러 생각을 해야 하고, 다시 돌아보며 한 번 더 숙고해야만 하는 시대인 것 같다. 노래 ‘옥경이’가사를 보면 ‘희미한 불빛 아래..... 바라보는 눈길이 젖어 있구나, 너도 나도 모르게 흘러간 세월아,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았는지, 물어도 대답없이....‘라며 노래한다. 우리 대중들의 한 시대의 삶의 토막이기도 하다. 그렇다. 바라보기만 하여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단정할 수 없지만, 무엇인가를 말해 주는 것은 알 수 있다. 화석은 지구의 역사를 알려주고, 흔적으로 남은 무늬나 상처는 모두 무엇인가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단, 무엇을 보든지,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 의하여 전혀 다른 각도에서 파악되고 이해되고 전달되는 것이다.
뭐하고 있는지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도 음모론도 있고, 소설과 시나리오도 여러 편이 나오지만, 정작 당사자의 마음과 실제는 아무도 모르고 아마 당사자도 모를 수가 있을 것이다. 내가 의학의 측면에서 사견으로 본다면, 물론 내 각도에서 보는 것이지만, 환자는 자신의 몸을 통하여 바디랭귀지로 자신의 모든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단지 먹고 살기위해 배운 의술에도 그런 것이 들어있고, 배운 대로 보여주는 대로 보여진 결과를 얘기해주는 것이다. 물론 의학에서도 다른 시각으로 보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옛말에 의사는 그의 뜻에 달렸다(醫者意也)라 하여, 얼마나 많은 지식으로 여러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의술의 경지가 갈린다했다. 보고 듣고 만져보다가, 2차원적인 X-ray, CT를 거쳐, 요즘으로 말하면 3D의 3차원적 입체영상으로 인체를 들여다보고 진단한다. 한방이든 양방이든 고집부리지 말고 인류를 위하여 함께 연구하고 개발시켜야하는데, 현실의 의료계 지도자들의 생각은 좀 다른가보다. 암튼 언젠가는 누군가가 하겠지만, 세상은 이미 3D를 넘어 4D, 5D로 가고 있으니, 의학도 곧 상상하지 못할 만큼의 변화도 있을 것인데, 국내에서 다들 무엇을 보고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돈 앞에는
자본주의 자유경제에서는 어쩔 수 없겠지만, 의료계의 사정도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기가 쉽지 않은가보다. 영국도 수련의들의 파업이 논란이 되고, 어디나 돈벌이를 위한 의료에 대한 논란도 있다. 의시가 물론 실력이 있어야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환자의 주머니 진단을 잘 해야 된다는 말도 있다. 옛 의서는, 귀하게 높은 자리에 있다가 낮은 지위로 좌천되거나, 부자였다가 가난하게 된 이들의 병은 처방을 달리해야한다고 전해준다. 나는 이 방면에도 소질이 없는 것 같다. 주머니진단은커녕, 보약을 먹으려고 오는 이들 마저 돌려보내기도 하는데, 이들은 바로 다른데서 보약을 지어먹으며 숙원을 풀게 되어있다. 이를 모르는 바도 아니니, 그냥 모르는 척 ‘예’하며 알아서 잘 처방하여 지어주면, 그들 마음도 편하고, 나도 돈 벌텐데, 그런 재주도 없어 안타깝다. 돈을 못 벌어서가 아니라, 일부러 나를 믿고 찾아 온 이들의 마음하나 다스리지 못한 나의 마음이 문제다. ‘병을 고치려면 먼저 그 마음부터 다스려라’는 첫째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환자와 같이 아파하고 함께해야 하는데, 임상의사는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유명해 져야
흔히 사주에 사람을 살리는 활인(活人)성이 있어야 의사가 적성에 맞는다 하는데, 이렇게 복잡한 관계를 어찌 간단하게 다룰 것인가? 사상도 좋고, 팔상도 좋고, 오행도 좋고, 주역도 좋다. 무엇을 기준으로 분류할 지 모두 다를 것이다. 체질을 논하는 것은 이래서 어렵다. 쉽다면 쉽게 보는 이들이 보는 것일 것이다. 그것도 재능이다. 분류법을 통일시키고자 하는 이들이 많고, 바라보는 눈을 표준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를 치료해 주는 의사가 유명한 의사이기를 바라는 이도 있고, 나를 이해해 주고 나를 인정해 주는 의사를 더 좋아 할 수도 있어 돌팔인줄 알면서도 가기도 한다. 의사도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몸을 맡기는 이가 없으면 소용없다. 역사에 이름난 명의들은 대부분 정치적으로 희생양이 되었고, 의술도 저서도 대부분 전해지지 않는다. 유행어로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영국서울한의한 박사 김 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