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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지난주 단상 <영국 한인사 엿보기 - 전두환이 한인회를 하나로 통합했다?>가 나가고 여러 원로분께서 조언을 주셨다. 조언만 아니라 대충 듣고 쓰지 말라는 꾸지람도 있었다. 그래서 '영국 한인사 엿보기'라 했던 거다. 헤럴드 단상에 민감할 부분을 살짝 올려 그 시절 그 사건을 아는 분들의 더 많은 말씀을 취합하려는 것이었다. 외람되지만 제목부터 낚시용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전두환이 한인회를 하나로 통합해? 이게 무슨 소리야? 역사를 왜곡하는 이녀석에게 당장 전화해!

나는 한인사를 준비하는 일원 중 한 사람이다. 당연히 영국한인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 일을 한다. 기왕 만들려면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제대로 만들려면 사실대로 기술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나는 내가 겪지 않은 시절을 모르고 내가 듣고 보지 않은 사건의 사실을 모른다. 그래서 묻는다. 경중輕重에 관계없이 무엇이든 말 해 줄 모든분께 묻고 이야기를 수집한다. 물론 같은 사건에 다른 부분이 있지만 다수결多數決의 원칙이 아니라 많은 이야기를 모으면 자연스레 맞춰지는 사실이 보인다. 아직은 '엿보기'라 해야 겠지만.

다시 지난주 단상의 진위로 돌아오면, 결론은, 전두환은 한인회 통합을 위해 한 일이 없다. 전두환이 영국을 방문했던 그때를 계기로 한인회를 통합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됐다고 할 수 있으나 통합의 한 축이었던 교민회만 그랬을 뿐이다. 당시 분위기를 보면 주재상사 중심의 한인회나 중재자 역할을 할 대사관은 통합할 마음이 없었다. 대사관은 오히려 통합되지 않았으면 하는 자세였다. 한국에서 고위급 인사가 오면 과연 교민들로 간담회라도 할 수 있을까 우려할 정도로 대사관에서 교민회를 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었다. 지금 코참(재영한국경제인협회)이라 부르는 단체도 주재상사가 주체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한인회가 통합되자 대사관이 따로 이들과 만남을 유지할 요량으로 이런 별개 단체를 만들도록 종용했다고 봐야 한다. 대사관의 교민회 하대下待라고 표현하는 당시 교민회원들이 많다.

우여곡절 끝에 그해(1988년) 망년회 장소에서 한 차례 더 소동을 더 치루고 한인회는 통합됐다. 상세한 얘기는 영국한인사가 편찬되면 다룰 테지만 , 우리가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할 것이 한인회나 교민회나 통합되기 전까지 각자 한 일이 많았다는 것과 1989년부터 하나의 한인회로 두 단체가 모두 인정하고 함께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교민회 주도의 통합이었지만 회의 명칭은 한인회로 하는 등 통합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을 줄 아는 자세다. 지금 우리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 이를 주도했던 원로는 회상한다. "전두환이 통합을 했다는 것은 그냥 우스개로 넘기자. 그런데 대사관이 통합에 나섰다는 것은 따져야 한다. 대사관은 '한 10년 뒤에는 자연스레 통합될 텐데요. 서두를 필요가 있나요'라며 통합에 부정적 태도였다. 그리고 통합되리라 믿지도 않았다. 그러나 당장 그해에 통합되자 뒷짐을 지고 있던 대사가 마지못해 '수고하셨습니다' 한 마디 한 것이 전부다. 통합해야 한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통합하려고 나서서 노력한 결과 이런 결실을 봤다." 

우리가 지금 한인사회를 위해 뭘해야 할까. 이래서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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