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30% 선마저 무너졌다. 지지도에 상당히 민감한 대통령인지라 측근들이 죽을 맛일 게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때 3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자 당시 언론마다 '식물 정부'라고 비난했었다. 지금 정권을 두고는 뭐라 할지.
지지율이 바닥이니 인기를 만회하려 대통령이 나섰다. 타들어 가는 논에 소방호스로 물을 주는 장면을 찍고, 서울대병원 메르스 치료 격리병동을 방문해 의료진과 통화하고 병원 곳곳을 다니며 격려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돌아다닌 서울대병원 곳곳에 '살려야 한다'고 적힌 A4용지가 붙어 있다. 대통령의 병원 방문을 보도한 기사와 영상엔 어김없이 '살려야 한다' A4용지가 나온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비장한 문구가 병원 곳곳에 적혀 있고 이 장면이 적극적으로 보도된 게 청와대의 연출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과연 A4용지를 누가 붙였을까? 서울대병원이 붙였을까? 청와대가 붙였을까? 또 붙인 시점도 궁금하다. 메르스 사태가 터진 이후일까? 아니면 이전부터 붙어있었을까? 인터넷에서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렇게 티 나는 설정은 북쪽에서나 하는 줄 알았다." "살려야 한다는 문구 보여주지 말고 진짜 살려라." 등등
청와대의 설정 논란은 지난 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했을 때에도 불거졌다. 격리 환자를 치료하는 최일선 현장을 방문한 대통령을 맞은 건 방호복을 갖춰 입은 간호사들이었는데 문제는 이 간호사들이 기계실에서 나와 대통령을 맞은 것이다. 병원 기계실에 근무한다는 한 네티즌은 "단언컨대 기계실에 방호복을 입은 사람이 있을 확률은 0%"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동선에 맞춰 상황을 준비하다 보니 발생한 해프닝일 수 있는데 메르스로 고통 는 국민의 눈에는 다소 괴상하게 받아들여질 만한 상황이었다.
다시 '살려야 한다' A4용지로 돌아오자. 국민일보가 이 용지의 설정 논란을 없앴다. <'살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뒤편에 A4용지!>라는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비판 내용과 'A4용지는 청와대가 붙인 게 아니라 원래부터 병원에 붙어 있던 것 일 수도 있다'는 누리꾼의 의견도 소개했다. 기사 게재 뒤 'A4 용지는 6월 초 의료진이 자발적으로 붙인 것'이라는 서울대병원측의 해명도 추가로 전달했다.
그런데 문제는 청와대 홍보수석이 국민일보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해 '그게 기사가 되느냐'고 따졌고 국장은 '기사가 되고 안 되고는 언론사가 판단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19일자 전국일간지 1면에는 보건복지부·국민안전처·문화체육관광부의 메르스 대응 광고가 실렸는데 국민일보에만 빠졌다. 70~80년대나 있던 광고탄압이 재연됐다.
언론노조는 이런 성명을 냈다. <국민들 사이에 온갖 괴담은 물론 심지어 '메르스 퇴치' 부적까지 돌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서 왔다고 보느냐. 정부 잘못은 없다고 보느냐. 틀어막느냐고 될 문제냐. 메르스 바이러스를 제대로 콘트롤하는데 실패한 정부와 청와대가 이를 비판하는 언론과 국민에게는 왜 이리 '갑'질을 하려 하는지 우스꽝스럽다.> 그렇다. 우스꽝스러운 정권이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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