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도 13일이 금요일이다. 소위 말하는 '13일의 금요일'. 13일의 금요일(Friday the 13th)은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생각되는 금요일이다. 13일의 금요일은 우리가 좋든 싫든 1년에 최소 1번에서 최대 3번까지 만나야 한다. 2014년에는 6월 13일, 한 번 금요일이었는데 올해는 3번, 11월에도 있다.
Friggatriskaiddekaphobia. '트리가트리스카데카포비아'라는 숨이 찰 정도로 긴 이 단어의 뜻이 '13일의 금요일 공포증'이다. 북유럽 신화 속 여신의 이름이며 금요일인 Friday의 어원인 Frigga와 숫자 13 공포증이란 뜻의 triskaiddekaphobia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인데 이런 말까지 있는 걸 보면 서양에서 13일의 금요일을 꽤나 싫어하는구나 엿보인다.
서양에서는 13이란 숫자를 싫어한다. 12(dozen)를 완벽한 숫자로 봤기 때문에 하나 더 있는 것은 불길한 일이 생길 징조로 봤다. 12가 완벽한 수라는 생각은 도처에서 드러난다. 올림푸스의 12신, 예수의 제자는 12명,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제자도 12명, 저 별은 나의 별 하늘의 별자리도 12, 1년은 12달 등등 이처럼 완벽한 12에 굳이 하나가 더 있을 필요가 없었다. 불행을 초래하는 숫자 13에 대한 미신은 아직도 강해 미국 엘리베이터에 13층이 표기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럼 왜 13일의 금요일인가. 가장 보편적인 설은 예수가 처형당한 날이 금요일이었고 열두 제자와 예수를 포함하여 13명이었기 때문에 13일의 금요일을 불행하게 여긴다는 것. 그렇지만 13을 싫어하는 것은 기독교 훨씬 이전부터 있었는데 노르웨이에는 12명의 신이 초대된 신들의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13번째 손님 악의 신 로키가 파티 중 몰래 들어와 발드르를 죽였다는 전설이 있다. 13이 세상을 공포와 불안으로 만든다는 미신이 조성된 거다. 오늘날까지 서양에서는 13명이 함께 회식하면 그해 안에 한 명이 죽음을 당한다는 미신도 있다. 그래서 13명이 식사를 하면 빈의자를 하나 더 가져다 놓고 그 위에 캐스퍼라는 검은 고양이 인형을 놓아 불운을 막았다고 한다.
13일의 금요일에는 뭔가 불길한 일이 터질 거라던 불안감은 1987년에 '13일의 금요일 바이러스'로 불리는 '예루살렘 바이러스'가 이탈리아에서 발견되면서 최첨단 과학에까지 파고드는 해괴한 미신이 됐다. 바이러스는 감염된 컴퓨터에 잠복해 있다가 13일의 금요일에 집중적으로 나타나 파일을 파괴하고 지워버리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한동안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날은 컴퓨터를 켜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인류의 95%가 미신을 갖고 있다고 한다. 13일의 금요일 역시 미신이다. 특히 예수가 죽고 이런 미신이 시작됐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 13일의 금요일 미신을 기록한 최초의 문헌은 1869년에서야 나왔다. 같은 기독교 문화권이라도 스페인어와 그리스어를 쓰는 지역에서는 금요일이 아닌 '13일의 화요일'을 불길한 날로 여긴다.
우연인지, 사람들이 특히 조심해서인지 확실히 드러나는 통계에도 13일의 금요일은 다른 날보다 사고가 적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미신이 분명한데 참 생명이 긴 미신이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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