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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가득한 오후, 바비칸아트센터(Barbican Art Centre) 한 켠에서 볼링 경기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를 따라 찾아간 그 곳에는 스크린 속에 비디오 볼링 게임이 한창 진행 중이다.
1970년대 첫 등장한 비디오 게임기, 아타리(Atari)를 시작으로 최근 접할 수 있었던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까지 비디오볼링게임의 발전 역사를 보여주듯 14개의 대형 스크린에 각각의 비디오볼링게임이 펼쳐진다. 전시된 모습이 마치 14개의 레인에서 실제로 경기가 진행 중인 듯한 인상을 준다.

문득 현란하고 시끄러운 오락실 같은 분위기를 불러일으킨다. 설치된 비디오게임들은 미국 브루클린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Cory Arcangel(1978)의 작업이다. Arcangel은 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주로 그의 작업은 컴퓨터 기술을 이용한다. 비디오 게임, 소프트 웨어, 인터넷 프로그램 등을 골자로 변형하고 조작하여 그만의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어 낸다. 그에게 첫 유명세를 안겨준 작업으로는 비디오 게임 슈퍼 마리오를 개작한 ‘Super Mario Clouds’(2002-현재)이다. 화면에 등장하는 익숙한 모든 사물, 캐릭터 등을 제거하고 연속되는 구름의 흐름만을 남겨 두었다. 그의 작업이 처음 선보였을 때 현대미술 관계자, 관객들뿐만 아니라 컴퓨터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도 주목을 받았다. 그가 보여준 것은 단순히 흐르는 구름이 아닌, 새로운 미디어로써 인터넷, 비디오게임 등이 가진 현대미술을 향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현재 바비칸에서 전시 되고 있는 작업은 ‘Various Self Playing Bowling Games’ 이다. Arcangel 작가 본인이 엔지니어의 기술적 도움을 받아 제작한 조작된 비디오 볼링게임이 연속적으로 거대한 스크린 위에 투사된다. 14개의 각각의 다른 버전의 비디오 볼링게임이지만 계속해서 보여지는 장면은 거터(gutter)로 빠지는 볼링 공뿐이다. 거의 관객을 조롱하는 듯, 단조롭고 지루하게 같은 장면이 연속 된다. 반복해서 거터로 빠지는 14개의 비디오 게임은 모두 스코어를 내지 못한 채 게임이 종료된다. 의도적으로 실패하도록 조작된 비디오 게임을 통해서 작가는 우리 삶 속에서 비디오 게임을 통해서 쉽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에 얼마나 현대인들이 중독되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더 나아가서는 비디오 게임을 통해 쉽게 얻어지는 기쁨, 즐거움만큼이나 기술이 가진 실패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프로젝터를 통해 펼쳐지는 거대한 스케일의 화면은 마치 관람객 자신이 비디오 게임 속에서 실제 게임을 펼치는 듯한 착각을 주기도 한다. 이는 마치 아바타화 되어 online안에 삶을 살아 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인터넷 문화와도 흡사하다. Arcangel의 컴퓨터 기술을 이용한 작업들은 주로 인터넷을 기본 골자로 사용한다.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만큼이나 그 방법론적인 면에서 그의 작업은 현대인의 삶 속에 가증되는 인터넷의 의존도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Online과 Off-line을 넘나드는 그의 작업 방식만큼이나 그의 작업이 펼쳐지는 공간도 경계를 넘나든다. 


객원기자 박가희는 현재 골드스미스(GoldsmithsCollege, University of London)에서 MA Contemporary ArtTheory 공부 중이다.
surreal_bakka@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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