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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발견 -38회 리얼리티 TV쇼 규칙

hherald 2011.04.04 18:49 조회 수 : 1441


소위 '리얼리티 TV쇼'가 영국인의 사교상 억제와, 정신 분석가들이 우리네 사생활의 논점이라고 부르는 것들- 이제는 더 이상 증명할 필요도 없는-의 증거를 제공한다. 리얼리티 TV쇼는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누구도 '현실 (reality)'이라고 부를 수 없는, 기괴하고, 전혀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등장인물에게 실로 가소로운 임무를 맡겨 서로 경쟁하게 만든다. 이들은 TV에 출연하기 위해 훈련받지 않은 평범한 인간이라는 관점에서는 우리와 같은 진짜 (REAL)인간이다. 그러나

 

TV에 나오기 위한 어떤 일도 감수하겠다는 필사적인 욕망이 있어 우리와는 구별된다.
리얼리티 TV쇼는 영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프로그램<빅브라더스(BIG Brother)>는 네덜란드에서 시작하였는데 이제는 각 나라의 현지 버젼이 있어 비교문화 연구의 이상적인 사례가 되었다. 구성은 정말 간단하다. 수천 명의 신청자 중에서 열 두 명이 선정되어 특수 제작된 집에 투입되는데, 거기서 9주를 살게 된다. 그 집에는 24시간 일거수 일투족을 촬영하는 몰래 카메라가 있고 그 중 중요한 부분은 그날 저녁 TV에 방영된다.

 

그들의 모든 생활은 전적으로 쇼 프로듀서들(하나로 묶어서 빅브라더스)로 부른다. 이 조정하는데 이들이 임무를 부여하고 상을 내리고 벌도 준다. 매주 하우스 메이트라 불리는 참가자들은 퇴출자 두 명을 선정해야 한다. 여기서 결정된 두 명 중 하나를 시청자들이 선정해 내 보낸다. 이렇게 매주 반복해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한 명이 승자가 되는데 제법 큰돈을 상금으로 받는다. 모든 참가자는 잠시 명성을 얻는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D급 연예인이 된다.

 

영국과 미국 두 나라의 빅브라더 프로그램만이 참가자들끼리 성행위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각기 다른 것 같다. 우리는 억제하기 때문이고 미국은 고상한 체 얌전을 빼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이제 성행위를 그만하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다. 시청자들이 이들의 논스톱 성행위를 지겨워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신문들은 두 참가자가 키스만 해도 발작 증상을 일으킨다. 3차 시리즈에서 두 사람의 애정행각이 약간 더 진전되었는데, 그래도 이불로 조심스럽게 잘 가려져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심지어 프로듀서들은 프로그램에 흠미를 더하기 위한 필사적인 시도로 특별히 작은 연인의 둥지를 하나 만들었다. 다른 동료들의 눈을 피해 두 사람이 사용하라고 만들었는데도(물론 몰래카메라가 촬영은 다하고 있지만) 불구하고 감정억제가 천품인 영국 출연자들은 아무도 그 유혹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은 그 안에서 개인적인 수다만 떨었다. 2003년 대중지 하나가 5만 파운드(거의 우승 상금과 맞먹는 금액)을 걸고 성행위를 하도록 유혹했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른 나라 프로그램에서는 동료끼리 정기적으로 고함을 지르는 말싸움, 심지어 의자가 부서지고 접시가 날아다니는 진짜 싸움과 소동이 일어났다. 영국에서는 심지어 목소리를 조금 높이거나 부드러운 야유를 보내는 게 큰 사건이 되었다.  이 정도를  갖고도 집 안팎의 수많은 골수팬들이 며칠을 논의하고 추측했다. 그들은 자주 상스럽게 말했다. 행동은 놀랄 정도로 절제되고 공손했다. 그들은 동료참가자들에게 아주 드물게 화를 냈을 뿐 정말 영국적인 방법으로 불평과 불만을 토해냈다.

 

비록 쇼는 시합이었지만 진짜 경쟁심이 보이기만 하면 참가자들은 심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속임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모독하는 것이기에 최악의 죄였다. 심지어는 이기기 위한 작전을 세우는 것도 금기였다. 한 참가자가 그것을 인정하고 대가를 치렀다. 그는 거만하게 자신의 영리한 계획을 떠벌렸고 그 때문에 따돌림당하고 바로 퇴출당했다. 만일 그가 동기를 숨기고, 다른 사람들처럼 '즐기기 위해' 왔다고 했으면 승자가 될 수도 있는 좋은 기회였다. 위선의 규칙(RULE)과 함께 위선이 지배한다. (RULES)

 

억제, 내성적 기질, 수줍음, 창피, 간접적인 행동, 위선, 철저한 공손함, 이 모든 것이 영국인다운 특성이다. 당신은 아마도 별로 놀랄일이 아니라고 얘기할 것이다. 그러나 빅 브라더스 참가자들이 누구인가를 잠시 생각해보라.

 

이들은 이 프로그램에 나와 대중들의 관심을 갈망하며, 침가 신청을 하고, 시험을 치렀다. 9주 동안 하루 24시간을 사생활이라고는 절대 없고 명령에 따라 바보같고 창피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정상적인 보통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은 이 나라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노출증 환자들이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최고의 철면피, 최고의 관심 끌기 환자들인, 가장 억제가 안 되는 사람들이다. 그러면서도 빅브라더스 쇼에서는 전형적인 영국인으로 행동하는데, 대부분 내성적이고, 억제되고, 메스꺼워하고, 창피해 한다. 그들은 아주 취했을 때나 있을 법한 일탈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일부러 술에 취한 경우에만 이 규칙을 깬다.
내게 이 빅브라더스 쇼는 영국인다움 규칙의 내구력을 시험해 본 아주 유용한 실험이었다. 비록 악명 높은 노출증 환자들이 빅브라더스 쇼에 참여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규칙들은 정말 영국인의 정신에 대단히 깊이 박혀 있음이 분명하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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