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관광객이 붐비는 대영박물관. 웅장한 정문을 마주한 골목이 기념품 가게, 전시장, 고미술품 판매점이 이어선 뮤지엄 스트리트(Museum Street). 비빔밥카페는 그 길에 있다. 바로 대영박물관 앞에서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인 비빔밥을, 세계인을 대상으로 알리고 있다.
비빔밥카페는 2002년 문을 열었다. 이곳은 관광객을 겨냥해 파니니나 샌드위치를 팔던 현지인의 카페였다. 처음 인수해서 기존 고객을 놓치지 않으려고 목홍균 사장은 비빔밥과 함께 샌드위치도 만들었다. 그러다 파니니 같은 빵 안에 불고기를 넣는 한국식 퓨전요리를 시도해 반응이 좋아지자 아예 한식으로만 승부했다. 처음 비빔밥 재료는 런던 북쪽에 있는 한식 레스토랑 '이조'에서 만들어왔다. 규모가 작아 카페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니라 한식의 패스트푸드화를 위해 일부러 비빔밥카페라고 명명했다. 비빔밥과 김치찌개의 단출한 메뉴로도 현지인과 세계 관광객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이조레스토랑의 제대로 된 맛과 관광지 주변인의 특성에 맞춘 편리한 서빙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더운 음식까지 갖춰 비빔밥카페의 메뉴가 많이 다양해졌다.
잘 알다시피 비빔밥은 대표적인 한국 요리로, 그릇에 밥과 여러 가지 나물, 고기, 계란, 고추장 등을 넣고 섞어서 먹는 음식이다. 비빔밥 하나로 무궁무진하게 종류를 달리할 수 있다. 돌솥에 데워 따뜻하게 할 수 있고, 차게 할 수도 있다. 고기를 넣어도 되고 채식주의자의 입맛에 맞출 수도 있다. 고추장과 간장 소스를 조절해 싱겁게 만들 수도, 맵고 짜게 만들 수도 있다. 비빔밥카페에서는 고객이 밥 위에 놓는 나물의 종류를 직접 고르니 입맛대로 만들 수 있다. 이런 편리함이 현지인과 관광객에게 재미로도 작용했다. 매번 비빔밥에 올리는 나물을 고르는 고민을 한다는 영국인 마니아들도 있다. 물론 곁들인 김치맛에 단단히 빠진 한식 마니아들이다.
목홍균 사장은 비빔밥카페에는 중국인과 일본인을 제외한 외국인 고객이 50%가 넘는다고 했다. 중국인과 일본인은 한식의 주 소비층이기 때문에 외국인 고객의 범주에 넣지 않는다고 했다. 비빔밥 세계화를 위해 겨냥할 고객군은 아직도 한식이 생소한 현지인과 유럽 관광객이라고 했다. 그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근처에 비빔밥카페를 하나 열 계획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다.
목사장은 비빔밥이 한식 중 가장 쉽게 패스트푸드화 할 수 있고 프랜차이즈로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국가적 사업으로 육성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나 관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한식을 소개하면서 한국에서 궁중요리 전문가를 데려와 희귀한 요리를 현지인에게 소개하는 소모적 행사가 없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궁중요리를 맛보고 감탄한 현지인이 그 요리를 영국에 있는 어느 한식 레스토랑에서 다시 맛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한식 홍보는 겉치례요, 국력 낭비일 뿐 지금 영국 한식당의 실정에 맞는 한식 홍보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입담 좋은 한식요리사가 영국 TV에 나와 한식을 소개할 만큼 안으로 육성하고, 밖에서 지원돼야 한다고 했다.
비빔밥카페 한쪽 벽에 비빔밥을 주제로 그려진 묵크릴화가 십여 점 전시되어 있다. 목사장은 카페 건너편에 갤러리를 구입했는데 곧 오픈할 예정이다. 갤러리가 문을 열면 비빔밥카페와 연계된 이미지를 연출해 마치 전시장 한 편에 있는 카페처럼 문화공간의 맛과 멋을 부려볼 생각이라 했다. 얼마 전 일본의 대표적 우파 신문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겉으로는 예쁜 모양을 한 비빔밥이지만 실제 먹을 땐 엉망진창의 모습으로 변한다.'며 '양두구육의 음식'이라고 비빔밥을 비판한 적이 있는데 만약 갤러리와 연계된 비빔밥카페를 본다면 '금상첨화의 음식'이라고 생각을 바꿀지도 모른다.
주소 :.37 Museum Street London WC1A 1LP
뮤지엄 스트리트(Museum Street)에는 서울마트라는 한국 수퍼마켓이 있어 여행객과 유학생이 많이 찾는다. 왠만한 한국 식품과 생활용품은 이곳에 가면 구할 수 있고, 한국으로 소포를 보내는 우체국 역할까지 한다.
주요 메뉴 : 비빔밥 김치찌게 잡채 불고기
영업시간 : 연중무휴 (쉬는 날과 쉬는 시간이 없어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 사이 언제라도 찾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