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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호의 음식세상

막걸리와 찰떡 궁합 홍어회

hherald 2010.07.17 20:51 조회 수 : 14697

까칠한 셰프, 이두호의 음식세상 7

 

막걸리와 찰떡 궁합 홍어회

 

언젠가부터 영국의 한인 사회에도 막걸리 열풍이 불고 있다. 술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호불호가 있어서 자기와 궁합이 맞는 술이 있게 마련이지만 얼마 전부터 한국에서 유행을 했던 막걸리 열풍이 이곳까지 분 것이다. 그럼 막걸리와 가장 어울리는 음식은 무엇일까. 바로 홍어회다. 홍어회는 신선함을 생명으로 하는 생회도 아니고 그렇다고 살짝 익혀서 먹는 숙회도 아닌 발효 과정을

 

거친 숙성회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이것 때문에 막걸리와 궁합이 맞는 음식이다.

막걸리는 성분이 따뜻한 편으로 찬 성분의 홍어와 잘 맞는데 그래서 환상적인 궁합이라는 홍탁(洪濁)이란 말도 생겨났다. 영어로 스케이트(skate)라 부르는 홍어가 생긴 모양은 정말 볼품 없지만 꽃게나 돔, 광어, 우럭, 멸치 등을 먹고 살기에 고단백 알칼리성 영양식품의 보고다. 어류 중에 지방이 적은 생선인 홍어는 오래 전 상어가 바다 밑바닥에서 살다 환경 조건에 따라 변형된 물고기인데 그래선지 홍어가 상어의 맛과 비슷하고 관절염에 좋은 황산 콘드로이친이 많이 들어있다. 상어 연골에 많은 이 성분은 뼈 사이 관절의 윤활유 역할을 돕는 고급 단백질 영양소로 돼지 족발이나 소의 도가니탕에도 많다.

 

조선시대에 정약전 쓴 <자산어보玆山魚譜>를 보면 홍어의 쓰임새가 회, 구이, 국, 포 모두에 적합하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오늘날 일반적으로 홍어회라고 하면 푹 삭힌 홍어를 떠올린다. 몇년 전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대장금에도 홍어회를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홍어회를 한입 먹은 장금이가 역겨운 냄새 때문에 인상을 찌푸리자 한상궁이 계속 먹어보라고 권유를 한다. 순간 오물거리던 장금의 얼굴이 밝아지면서 자꾸 씹으니 맛이 난다며 처음엔 코끝이 찡하고 다음엔 입안이 상쾌하고 끝맛은 청량하다고 말한다.

 

그럼 장금이가 맛있게 먹은 이 삭힌 홍어회가 세계적인 음식이 될 수 있을까. 나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음식은 입으로 먹지만 코로도 먹는 것인데 특별한 취향이 아니고는 삭힌 홍어를 외국인이 먹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냄새가 고약한 음식이 삭힌 홍어회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도 여럿 있긴 하다. 먼저 중국인들이 즐기는 먹거리인 초두부(臭豆腐)가 있는데 두부를 삭힌 다음 튀겨서 소스를 끼얹어 먹는 음식으로 냄새가 어찌나 역한지 처음 접하는 사람은 여간 곤욕이 아니다.

 

또 우리의 김치처럼 호주인이 즐겨 먹는 베지마이트(Vegemate)도 있다. 호주의 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베지마이트는 야채즙이 주성분으로 빵에 발라먹는 일종의 잼인데 본토인이 아니고는 그 냄새 또한 견디기가 쉽지 않은 음식이다. 이런 음식들이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그 지역의 향토음식에 머물러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칼럼의 홍어회는 홍어를 막걸리에 담갔다가 갖은 양념을 넣고 새콤달콤하면서 매콤한 맛이 나게 무친 홍어회다. 한식도 세계화가 되기 위해서는 코로 먹는 음식으로 부담이 없어야 한다. 홍어가 손질하기는 약간 번거로운 생선이기는 하나 홍어회는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다. 껍질을 벗긴 홍어를 적당한 크기로 썬 후 막걸리와 식초를 절반씩 섞어 홍어가 잠길 정도로 붓고 40분에서 한시간 정도 잰다. 찬물에 두세번 씻은 후에 꼭 짜서 설탕 식초 소금 다진 마늘, 약간의 고추장과 고추가루를 넣어 초벌 양념을 한다.

 

이 초벌 양념을 한 홍어 무침은 바로 조리해 먹어도 좋지만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을 하면 조금씩 숙성이 되면서 일주일 이상 지나도 끄떡없다. 먹기 직전에 적당양을 꺼내 각종 야채와 입맛에 맞게 추가 양념을 하고 참기름, 통깨 등과 고추가루를 넣고 빨갛게 무치면 군침이 도는 맛있는 홍어회의 완성이다.

 

홍어회가 전채로 좋은 것은 차가운 요리라는 것과 식초맛과 매운맛이 식전의 혀를 자극해서 입맛을 돋구게 한다는 것이다. 한식의 전채 요리로 가장 나쁜 음식이 탕수육이나 깐풍기 같은 달고 뜨거운 음식인데 특히 메인에 국물 음식이 많은 한식에서는 혀의 감각을 잃게 만드는 주범이다. 달고 뜨거운 이런 음식을 그래도 꼭 먹고 싶다면  전채보다는 차라리 맨 마지막에 먹는 것이 낫다.

 

홍어 무침은 비빔 냉면을 먹을 때 고명으로 얹어 먹어도 좋은데 냉면의 산성을 홍어의 알칼리성이 잘 중화시켜주기 때문에 영양학적으로도 좋은 궁합이다. 싱싱한 야채와 갖은 양념들로 버무린 홍어회는 홍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오늘 홍어회를 두고 다정한 친구들과 마주한 막걸리잔에는 우정이 담겨서 더욱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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