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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호의 음식세상

슬픈 역사가 담긴 설렁탕

hherald 2010.07.17 20:45 조회 수 : 12391

까칠한 셰프, 이두호의 음식세상 4

슬픈 역사가 담긴 설렁탕

 

설렁탕 하면 신세대들은 세련되지 못한 음식이라며 나이든 사람이나 좋아하는 구닥다리 음식으로 치부할지 모르나 설렁탕은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영양학적으로도 아주 우수한 식품이다. 요즘도 바쁜 직장인들의 단골 점심 메뉴가 설렁탕이고 빨리 먹고 일어나야 하는 택시운전수들이 즐겨 찾는 기사식당의 주메뉴 또한 설렁탕이다. 군것질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라 단것이나 각종 청량음료에 노출된 사람일수록 칼슘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데 칼슘을 보충할 수 있는 음식으로도 설렁탕이 제격이다. 칼슘을 섭취하기 위해 멸치라든가 우유 등도 좋지만 한끼의 식사를 겸한 설렁탕 한그릇도 좋은 방법이다.

 

그럼 설렁탕은 어디에서 유래를 했을까. 설렁탕에 대한 여러 설이 있지만 고려말 몽고의 지배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35년이라는 일본의 식민지배로 인해 아직까지 생활 곳곳에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듯이 근 1세기 가량 원나라의 영향 아래 있었던 고려말은 몽고의 문화가 곳곳에 스며든 시기다.

 

조선시대에 임금이나 중전을 부를 때의 극존칭인 <마마>도 궁녀를 뜻하는 <무수리>도, 요즘엔 와이프로 많이 부르는 <마누라>도 몽고의 궁중 용어였다. 고려가 원나라의 제도를 모방한 탓도 있지만 몽고의 지배 기간 동안 고려왕은 세자 시절에는 불모로 잡혀가 원나라에서 생활해야 했고 왕위에 오르면 원나라의 공주를 왕비로 맞아야 했기에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풍습이 수입되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인 소주도 이때 몽고에서 들어왔다.

 

고려 후기의 왕들이 얼마나 무기력했는지 본처인 몽고의 공주보다 다른 여자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왕위에서 밀려난 왕도 있었고 심지어 일개 원나라의 환관에게 미움을 받아 귀양을 갔다가 3년 만에 돌아온 왕도 있었으니 당시에 몽고 지배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슬픈 역사 속에 한 음식이 자리하고 있으니 바로 설렁탕이다. 우리 민족은 본래 불교 문화의 영향 탓에 육식이 거의 없고 채식이었다. 채식은 우리보다 훨씬 늦게 육식을 하게 되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곡물과 채소, 그리고 조개나 어류 위주의 식단에 변화가 온 것은 몽고의 지배로 인해 육식이 들어오면서였다.

 

설렁탕의 어원은 몽고어인 슐렁(Sulen)에서 유래를 했다. 몽골인들은 아침 식사로 슐렁을 먹었는데 유목민인 그들이 초원을 떠돌다 물가에 이르면 양을 잡아 적당히 살코기를 뜯어 먹은 다음 남은 뼈를 넣고 삶은 국물이 슐렁이다. 조선 시대에 간행된 몽골어 사전인 몽어유해(蒙語類解)에도 몽골에서는 맹물에 고기를 넣고 끓인 것을 공탕(空湯)이라고 적고 <슈루>로 읽었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 슈루는 나중 임금님의 밥을 뜻하는 <수라>로 변하게 된다.

 

설렁탕의 유래가 나중 그럴 듯한 이름으로 성형수술을 하는데 조선시대 왕이 농사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선농단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는 것이다. 임금이 고사를 지낸 후 제물로 바친 고기로 국을 끓여 백성에게 나누어 주었고 그것을 선농탕이라고 한 것이 설렁탕의 유래라는 것이다. 임금의 덕치를 바라는 백성들의 염원은 이렇게 음식의 유래도 선한 쪽으로 표출이 된다. 친절하게도 허영만은 만화 식객에서 이 고사를 인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설렁탕의 유래로 일반화되고 있는 듯하다.

 

설렁탕이 고기가 귀하던 시절 소뼈를 포함한 부산물로 푹 고아낸 음식이었지만 오늘날의 설렁탕은 소뼈를 우려낸 뽀얀 국물이 정석이다. 사골로 우린 국물도 좋지만 잡뼈나 꼬리를 함께 넣고 우리면 맛이 훨씬 깊어진다. 이것은 가정에서도 만들 수 있는 것인데 사골 국물은 설렁탕으로도 먹지만 조금씩 나눠 냉동실에 넣어 두고 찌개를 끓일 때 육수로 사용해도 좋다.


소뼈는 초벌보다는 두벌 때가 더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는데 한번에 마냥 끓일 게 아니라 초벌 국물을 퍼내고 물을 다시 보충해 우러난 두번째 국물과 섞는 것이 더 구수하다. 예전에는 설렁탕에 머리고기가 들어가기도 했지만 요즘엔 양지머리가 대세다. 그러나 돼지고기의 삼겹살에 해당하는 양지머리가 부드럽긴 하나 지방이 많은 편이라 푹 삶은 사태를 넣어도 좋다.

 

바늘과 실처럼 설렁탕에는 왜 국수사리가 들어가는 것일까. 쌀이 귀하던 시절 분식을 장려하는 과정에서 양을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국수를 삶아 넣은 것이 으레히 설렁탕에는 국수가 들어가는 것으로 정착되었다. 설렁탕은 깍두기와 단짝으로 잘 익은 깍두기에 뽀얀 설렁탕은 식욕을 자극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 설렁탕에는 뼈를 튼튼하게 하는 칼슘도 많지만 소뼈에서 우러난 젤라틴 성분이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 설렁탕 국물이 식으면 묵처럼 굳는 것도 소 관절에서 우러난 젤라틴 성분 때문으로 피부가 까칠한 여성에게 좋다. 파스타 먹는 연인보다 설렁탕 먹는 연인이 더 현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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