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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사람답게 사는 게 무엇인가? 인생 여행길에서 스스로 던지는 물음입니다. 사람이긴 하지만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 많은 시대입니다. 누군가는 내게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너는 사람답게 살고 있는가? 확신 있고 자신감 넘치게 대답할 양심은 없습니다. 그러할지라도 사람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 늘 고민하고 그렇게 자신을 스스로 돌이켜 보는 삶을 살아내기 위해 몸부림하게 됩니다. 사람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 듯합니다. 사람답게 사는 것이란 어떤 행동에 있지 않고 먼저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성숙한 고민부터 시작된다 여겨집니다.

 

성숙한 고민은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양심이 살아 움직이게 합니다. 보이지 않는 도덕 선생이 자신을 지배하도록 해야 합니다. 타인이 나를 지배한다면 속박되는 압박감이 있지만 내 속의 양심이 나를 다스린다면 자유롭지만, 사람다운 삶을 살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도덕 선생은 지극히 상식적이어야 합니다. 뉴스에 보도되는 사건을 볼 때면 가슴이 먹먹할 때가 있습니다.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양심 없는 행동을 하면서도 그것이 법적으로 옳다고 주장하는 법 기술자들의 소식을 접할 때면 세상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암울하게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어느 시인은 자신의 인생을 소풍이라 노래했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의 ‘귀천’입니다. 이 땅의 삶이 길든 짧든 하늘로 돌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인생 소풍입니다. 인생은 길 위에서 태어나 그 길에서 성장합니다. 그 길의 종결은 하늘로 연결되는 인생 그 자체입니다. 누구에게는 소풍 같은 인생길이라 목놓아 노래하지만 어떤 이는 지옥이라고 말하고 헬조선이라 이구동성으로 서슴없이 내뱉은 시대입니다. 지옥 같은 한국이란 말은 2010년대 들어 유명해진 인터넷 신조어입니다. 이 땅의 삶이 지옥에 가깝고 미래가 불투명한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비꼬는 말입니다.

 

과연 이 땅의 삶이 지옥일까요? 장남 삼아 인터넷 매체를 통해 생각 없이 주고받음으로 마음을 작은 상자 안에 가두어 놓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됩니다. 인생은 뱉어진 말의 결과물입니다. 행복이라는 말을 뱉어낼 수 있다면 그는 행복한 삶을 살아낸다는 의미입니다. 이 땅의 삶을 아름다운 소풍이라 노래했던 천상병 시인은 현대 문학계의 거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의 인생은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한 성격의 소유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시인은 1967년 동백림사건으로 누명을 받아서 고문을 받은 이후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고통의 시간을 살아야 했습니다.

 

고난의 삶이었고 가시밭길의 삶이라 할지라도 그 삶에서 아름다움을 발굴해 내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어떻게 보면 사람답게 사는 것이란 거창한 인생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지극히 양심적이며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하는 삶입니다. “우리는 인생을 거창하게 말하는 버릇이 있지만 의외로 단순한 건지도 모른다. 도와주고 도움을 받고 그렇게 함께 어울려 사는 것.”(조연경/지금 여기서 행복하기 p226/미래북)이라 했습니다.

 

사람을 만나 보면 배포가 큰 사람처럼 느껴지도록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세계를 품고 조국을 위해 뭔가를 하는 애국자 같아 보이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다 보면 울리는 꽹과리 소리 같이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더 많습니다. 말이 많은 사람은 결코 큰일을 하는 사람일 수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진짜 큰일을 하는 사람은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제게 시를 알려 주셨던 고강 김준환 선생님이 오래전 글을 써 주셨습니다.

 

내용은 단순합니다. “대하무성”입니다. 큰물은 소리를 내지 않고 흐른다는 의미입니다. 작은 물이 소리를 냅니다. 국가를 위해, 민족을 위해, 스스로 애국자인 것을 큰소리로 외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되고 강요받게 됩니다. 그들의 주장은 너무도 거칠고 예의가 없습니다. 상대방의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큰물은 결코 소리를 내지 않고 흘러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됩니다.

 

왼손이 하는 것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고, 또한 오른손의 선생을 왼손이라 할지라도 나팔을 불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은 인간이 가진 기본적이며 상식적인 양심의 본질입니다. 삶은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입니다. 살아낸다는 것은 쉼 없이 자신을 잘라내고 다듬는 과정입니다. 폭넓은 독서를 통해서 생각이 다듬어지고,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함으로 내면의 잡초를 뽑아낼 수 있으며, 때론 세련된 글이나 논리적인 외침을 통해 세상을 맑은 물 한 바가지 역할을 감당하게 됩니다.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하기 어려우나 입술을 제어하는 자는 지혜로운 자입니다. 사람답게 사는 것은 행동 이전에 말부터 시작됩니다. 행동이 거룩하고 선하다 할지라도 말로써 모든 공력을 무너뜨리게 됩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1989년부터 불린 오리온 초코파이 CM 노래입니다. 사람답게 사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먼저 행동으로,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존중하는 깊은 말 한마디로 마음을 전하는 것에서 시작되고 완성됩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인간은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우리네 조상들의 음식문화 지혜 속에서 함께 더불어 어우러져야 하는 인생을 살아야 함을 터득하게 됩니다. 내 맛은 단조롭고 싫증 날 수 있지만 너의 맛이 더해질 때 우리의 맛을 창출해 냅니다. 신당동 떡볶이 한 그릇에 나의 맛, 너의 맛이 함께 어우러져야 비로소 맛을 낼 수 있는 인생의 오묘한 법칙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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