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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영국인들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2021~2022년 시즌 마지막 10경기가 몰려 있던 지난 5월 22일을 슈퍼선데이(Super Sunday)로 불렀다. 일요일이었던 이날 한인 동포들에게는 진짜 슈퍼선데이였다. 무엇보다 손흥민 선수 때문이었는데, 손흥민은 이날 노리치와의 경기에서 영국 축구팬들이 ‘브레이스(brace)’라고 부르는 두 골 몰아넣기에 기적같이 성공해 시즌 최다득점 선수에게 주는 ‘골든부츠상’을 받았다. 손 선수는 이번 시즌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선수와 함께 23골을 기록했다.
 
필자는 원래 축구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별별 상황이 다 발생하는 야구에 비해 그냥 그라운드를 뛰면서 공을 차고 넣는, 그것도 90여분 경기에서 잘 해봐야 두세 골이 나오는 축구는 너무 단순하고 지겨워서다. 그러나 영국에 살면서 축구를 좋아하지 않으면 흡사 외계인 같은 기분이 들 수밖에 없고 더군다나 손흥민 선수의 영웅적인 선전에는 도저히 견딜 방법이 없어서 결국 토트넘 팬에 합류하고 말았다. 원래는 무패의 성적으로 EPL 우승을 한 ‘불침 함대’ 아스날 팬이었으나 손흥민 선수 덕분에 아스날을 배반하고 토트넘 팬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슈퍼선데이에는 영국 전역에서 EPL 소속 20개 클럽이 치르는 마지막 경기가 오후 4시에 한꺼번에 열렸다. 이날 토트넘 팬에게는 두 가지의 큰 관심사가 있었다. 하나는 이날 승패에 따라 토트넘의 4위권 진입이 결정된다는 점이었다. 만일 토트넘이 노리치에 승리를 하면 무난히 4위권에 들어 유럽 강자끼리 겨루는 대망의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딸 수 있었다. 챔피언스리그에 출전만 하면 엄청난 수입이 들어와 클럽으로서는 거의 복권 당첨 같은 노다지가 굴러들어오는 셈이다. 물론 선수들에게도 영광인 시합이다.
 
다른 하나는 토트넘 입단 7년 차, 한창 물이 오르고 있는 손흥민의 골든부츠 획득 여부였다. 1골만 더 넣으면 최소한 살라와 동점을 이루어 골든부츠를 수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토트넘 팬뿐만 아니라 모든 축구 팬들의 관심사가 손흥민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손흥민은 이날 신의 가호인지 경기 내내 애를 태우다가 70분과 75분에 극적으로 연거푸 골을 넣어 골든부츠를 따냈다.
 
노리치가 EPL 최하위여서 이날 토트넘이 쉽게 이기리라고 예상은 했었지만 5 대 0은 대승이었다. 거기다가 손흥민이 2골을 보태 토트넘은 결국 두 가지 목표를 다 이루었다. BBC는 영국의 축구전문기자 20여명이 2021~2022년 시즌 토트넘의 4위 진입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전 경기가 끝나기 1주일 전까지도 기자들은 모두 아스날이 4등을 한다고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시즌의 가장 놀라운 결과는 토트넘의 4강 진입과 아스날의 4강 탈락이었다.
 
슈퍼선데이 마지막 순간까지 토트넘과 아스날의 운명은 아슬아슬했다. 아스날은 자신들의 4강 탈락에 대해 누구 탓도 할 수 없었다. 마지막 경기 불과 10일 전인 5월 12일 숙적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3 대 0으로 완패했으니 말이다. 이 경기에서 손흥민이 47분에 넣은 1골이 토트넘 승리의 기폭제가 되었고, 그 결과 토트넘 4강 진입의 열쇠가 되었다. EPL 최고의 골게터(goal getter) 손흥민을 밀착 수비하라는 감독의 명령을 받은 아스날의 롭 홀딩이 자신의 성(Holding)처럼 손흥민을 붙잡고 늘어지다가 33분에 퇴장당하면서 전세는 완전히 기울어졌다. 토트넘의 4강 진출은 어찌 보면 손흥민의 공이 가장 컸다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이날 경기는 아스날로서는 단순히 한 경기 패배라는 의미만이 아니었다. 물론 이 경기의 패배가 4강 탈락에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그보다 더한 패배의 아픔이 아스날에는 있었다. 영국 축구팬들은 아스날과 토트넘의 경기를 ‘북부 런던 더비’라고 일컫는다. 숙명의 라이벌인 두 클럽은 근접한 경기장뿐만 아니라 팬들 사이의 긴장감도 정말 장난이 아니다. 토트넘 팬들이 부르는 응원가의 반이 아스날 욕이다. 다른 클럽에는 져도 상대 클럽에는 지면 안 된다. 흡사 한·일전 같은 운명이다.
 
 
 
지난 5월 22일 슈퍼선데이에 한국에서 여행온 축구팬 한 분이 표를 못 구했길래 토트넘 팬들이 모이는 구장 근처 펍을 가보라고 필자가 권했다. 거기에 다녀온 그 지인은 목격담이 상상을 초월했다고 필자에게 털어놓았다. 설 자리도 없이 펍을 가득 채운 팬들의 열광적 응원 장면은 어릴 때 프로축구 선수를 지망하다가 다리를 다쳐 중단한 나름대로의 열성 축구팬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충격’으로 비쳤다고 한다. 이날 손흥민 선수가 초반부터 골을 계속 놓치자 팬들의 안타까운 한숨 소리가 펍 천장을 무너뜨릴 정도였다고 한다. 손흥민이 두 골을 연거푸 넣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열광하면서 서로 껴안고 난리가 났다고 한다. 그만큼 그들도 손흥민의 골든부츠 수상을 간절히 바랐다는 뜻이다.
 
이날 그 지인이 가장 흥미로워했던 것은 토트넘 팬들의 응원가였다. 노리치와의 경기에서 팬들이 부르는 응원가의 절반이 아스날 욕이었다니 두 클럽 간의 라이벌 의식은 맨체스터의 맨유와 맨시티, 리버풀의 리버풀과 에버턴처럼 거의 피를 튀기는 수준이다. 다른 클럽에는 져도 서로에게는 지면 안 된다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런데 지난 5월 12일 아스날은 토트넘에 3 대 0으로 패했고 그 결과 승점 3점을 못 따 2점 차이로 4위 성적을 다른 클럽도 아닌 토트넘에 빼앗겼다. 아스날 팬들의 아픔은 쉽게 상상이 간다.
 
‘아픔이 상상이 간다’라는 표현을 쓴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사실 필자는 손흥민이 토트넘에 합류하기 전만 해도 아스날 팬이었다. ‘필드의 과학자’라는 아르센 벵거가 이끄는 ‘불침 함대(The Invincibles)’ 아스날의 독특한 경기에 매료돼 팬질이 시작되었다. 전설의 티에리 앙리가 활약한 2002~2003년 시즌의 26승 12무의 성적은 아직도 깨지지 않는 대기록이다. 그런 아스날 골수팬이었던 필자가 5월 12일 시합에서는 대놓고 토트넘의 승리를 바라고 손흥민이 골을 넣을 때 나도 모르게 함성을 질렀다.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은 아팠다. 토트넘이 3 대 0으로 이기면서 4강 진입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손흥민의 챔피언스리그 출전과 함께 골든부츠 획득 가능성에 환호했다는 사실이 과거 아스날 팬인 스스로에게 좀 심하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흡사 가족을 애인 때문에 배반한 듯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아스날 팬의 아픈 마음이 누구보다 이해가 간다는 것이다.
 
토트넘의 4강 진입은 오로지 토트넘의 실력으로만 된 일은 아니다. 뉴캐슬클럽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토트넘은 4강에 못 들어갈 뻔했다. 토트넘에 3 대 0으로 진 4일 뒤인 5월 16일 다시 아스날은 뉴캐슬에 2 대 1로 졌다. 5월 22일 마지막 경기에서 아스날이 에버턴에 5 대 1로 대승을 거뒀음에도 토트넘의 승점인 71점에 2점 모자라는 69점을 받아 4강에 못 올라간 것이다. 그러고 보면 EPL, FA컵, 챔피언스리그 어디에서도 우승을 해본 적이 없는 무관왕 손흥민에게 우승 트로피를 들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온 셈이다. 토트넘은 EPL 빅클럽(맨유, 맨시티, 아스날, 첼시, 토트넘) 중 EPL 우승을 한 번도 못 해본 유일한 클럽이기도 하다. 그러니 토트넘의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손흥민이나 토트넘뿐 아니라 영국의 한인 동포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었다. 
 
이번에 손흥민이 탄 골든부츠는 정말 대단한 상이다. EPL 역사 30년 동안 13개국 출신 선수만 이 상을 탔다. 잉글랜드, 네덜란드, 프랑스, 아르헨티나, 이집트, 코트디부아르, 불가리아, 가봉, 포르투갈, 세네갈, 우루과이, 트리니다드토바고 등인데 이제 한국도 추가돼 14개국이 되었다. 손흥민은 고국에서도 체육훈장 가운데 최고 등급인 청룡장을, 그것도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게 됐다니 상복이 터진 셈이다.
 
손흥민이 토트넘에 합류한 2016~ 2017시즌 이후 EPL에서 손흥민보다 골을 더 많이 넣은 선수는 시즌이 끝나는 해 기준으로 해리 케인(토트넘·2017년 29골, 2018년 30골), 모하메드 살라(리버풀·2018년 32골), 로멜루 루카쿠(에버턴·2017년 25골), 알렉시스 산체스(아스날·2017년 24골) 등 단 4명뿐이다. 그만큼 2022 시즌 손흥민의 23골은 대단한 기록이다.
 
EPL 합류 7년 차인 29살의 손흥민은 늦게 빛을 본 선수이다. 리그가 끝난 해 기준으로 손흥민은 EPL에서 2016년 28회 출전 4골, 2017년 34회 14골, 2018년 37회 12골, 2019년 31회 12골, 2020년 30회 11골, 2021년 37회 17골로 서서히 불이 붙어 오다가 2022년 35회 23골로 도합 232회 출전에 93골을 획득했다. 2.5경기당 1골, 7년 동안 3번 출전하면 1골을 빠지지 않고 넣었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고득점 선수들은 모두 다수의 페널티골이 성적에 포함돼 있다. 특히 올 시즌 살라의 23골 중에는 5개의 페널티골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손흥민의 23골에는 페널티골이 없다.  그의 순수한 필드골 숫자가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내 팬들에게도 유명한 BBC의 축구프로그램 ‘오늘의 경기(Match of the Day)’는 개인당 득점수를 열거하면서 살라 이름 전에 손흥민을 먼저 올렸다.
 
손흥민은 해리 케인과 함께 다른 기록들도 이미 수립한 상태다. 합작골이 대표적인데, 2020년 9월 20일 2차 시합에서 손흥민은 4골을 획득했다. 그런데 이 4골이 모두 해리 케인의 어시스트로 이루어졌다. EPL 창설 30년 역사상 한 선수의 4골이 다른 한 선수의 어시스트로만 이루어진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아직도 그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이런 기록은 쉽게 나오지 않고 30년 뒤에나 볼까 말까 한 기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손흥민과 해리 케인 둘의 합작으로 이룬 골은 모두 41골이나 된다. 디디에 드로그바와 프랭크 램파드가 첼시에서 같이 뛸 때 함께 만든 36골을 깬 지 오래다.
 
손흥민이 골든부츠를 받자마자 영국 언론들은 벌써 토트넘의 주 공격수는 이제 해리 케인이 아니고 손흥민이라고 단정 짓고 있다. 또 영국 언론마다 ‘손흥민 띄우기’가 한창인데 그중 몇 개를 들어 보자.
 
 
1  감독들이 좋아하는 전방위 선수
 
영국 언론들은 ‘손흥민은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선수’라고 평가한다. 손흥민이 현대 축구에서는 보기 드문, 어느 위치에 가서도 경기가 가능한 전방위 선수(all round footballer)라는 이유에서다. 손흥민은 최전방 공격수는 물론 좌·우익수, 심지어는 수비에도 능동적으로 가담한다. 공격수면서도 틈만 나면 수비수들을 돕기 때문에 수비수 동료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본인 스스로도 “경기에만 참가할 수 있으면 어느 위치에서도 기꺼이 뛰겠다”고 말한다. 감독은 손흥민을 항상 후반전 중간 정도 되면 교체시킨다. 손흥민의 체력을 위한 조치이다. 손흥민이 전·후반을 모두 뛸 체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공격수면서도 급하면 자기 골대 근처로 뛰어 들어와 수비수 역할까지 하는 손흥민의 행동 반경이 워낙 넓어서다. 달린 거리가 워낙 길어 기록상 어느 정도 달린 거리가 나오면 대부분의 감독은 지체 없이 교체를 한다.
 
2  방향을 예측할 수 없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손흥민은 오른발, 왼발 모두로 공을 찰 수 있는 선수다. EPL에 합류한 이후 이룬 89골 중 오른발 골이 51개이고 왼발 골이 38개라는 기록이 이를 보여준다.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노리치와의 경기에서 얻은 두 골은 모두 오른쪽 발로 찬 골이지만 이번 시즌에 얻은 23골 중 12골은 왼발로 올렸다. 11골만 오른발 골이었다. 그러고 보면 ‘손흥민은 왼발 축구선수’라는 말도 틀린 말이 아니다.
 
영국 언론은 그래서 ‘손흥민은 수비수들의 악몽’이라고 말한다. 손흥민이 어느 방향으로 공을 차고 움직일지 가늠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해서 손흥민이 공을 가지고 접근을 하면 골키퍼는 좌우 양쪽 모두에서 공이 들어올 상황을 예상하고 대비를 하느라 머리가 혼란에 빠진다. 이는 수비수에게도 마찬가지다. 어느 쪽으로 손흥민이 공을 차고 빠질지 모르기 때문에 손흥민이 공을 잡으면 두려워한다. 이런 손흥민의 플레이는 관중들에게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자신이 예상하는 방향으로 손흥민의 다음 동작이 이어질지 스스로 맞히기 시합을 한다는 댓글을 단 독자들도 있다. 
 
3  메시보다 빠른 ‘드리블 속도’
 
손흥민의 드리블 속도는 전설적이다. 현재 세계 축구의 전설 리오넬 메시보다 더 빠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손흥민의 단독 드리블 속도는 EPL 자료에 의하면 시간당 34.4㎞, 100m를 10.5초에 주파하는 실력이다. 이는 거의 단거리 선수 속도이다. 거기에 비해 메시는 시간당 32.5㎞밖에 못 뛴다. 100m로 치면 11.08초이다. 손흥민이 단독 드리블로 하프라인을 넘어서 뛸 때 뒤를 따르는 상대 수비수는 적어도 한 발, 보통 두 발은 늦게 쫓아온다. 2018년 월드컵에서 독일을 2 대 0으로 이길 때도 손흥민이 단독 드리블을 하면서 독일 진영으로 공격해 들어갈 때 독일 선수 누구도 못 따라왔다. 결국 축구선수는 공격수든 수비수든 스피드 차이가  가장 중요하다.
 
거기다가 손흥민은 공격수면서도 프리킥과 코너킥을 거의 전담한다. 그만큼 정확하게 공을 찰 수 있다는 뜻이다. 영국의 전설적 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연상된다는 말을 듣는 이유다. 베컴을 영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고 하는 이유는 골 숫자 때문이 아니다. 베컴은 골 순위에서는 한 번도 10위권에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도 그가 최고의 축구선수로 인정받는 이유는 바로 정확한 프리킥 기술 때문이다. 베컴은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할 때나 좌우에서 건너편으로 크로스오버로 공을 넘길 때도 자신이 원하는 곳에 공을 그대로 가져다 놓는다. 베컴은 자신이 어디로 공을 차야 자기 편 선수가 받아 골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 정확하게 안다. 그래서 상대 선수 발이나 머리에 자로 잰 듯 정확하게 공을 가져다 놓는다. 베컴을 일러 ‘정지된 공의 명수(dead ball master)’라고 부르는 배경이다.
 
 
4  ‘한국의 데이비드 베컴’
 
바로 그런 기술을 손흥민 선수에게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영국 팬들의 평가다. 정확하게 원하는 위치에 볼을 가져다 놓는 기술 때문에 손흥민은 프리킥과 코너킥 전문가가 됐다. 거의 모든 코너킥을 손흥민이 전담하다시피 하자 영국 축구 전문지 ‘포포투’는 손흥민을 ‘한국의 데이비드 베컴’이라고까지 평가했다. 심지어 한 축구 전문지는 손흥민을 ‘기계가 만들어 낸(machine-engineered)’ 선수라고 칭찬했다. 현란한 기술을 발휘하지 않고 완벽하게 필요한 동작만을 하면서 공을 가지고 놀지도 않는 경제적인 축구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골든부츠를 공동 수상한 살라와의 골 경쟁이 막판에 불붙었을 때 한국 동포들은 왜 손흥민에게 페널티킥을 차게 하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트렸지만 사실 손흥민의 전문은 페널티킥이 아니라 프리킥과 코너킥이다.
 
보통의 선수들은 드리블을 하는 이유가 공을 상대 선수에게 뺏기지 않게 보호하고 그 장소를 벗어나기 위함인데 손흥민은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 드리블을 할 뿐이고 흡사 그의 눈에는 상대 선수가 안 보이는 듯 행동한다는 평가도 한다. 자신의 드리블이 상대 선수보다 더 빠르다는 걸 알아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축구평론가들은 손흥민이 슈팅을 하는 걸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평가도 한다. 어디로 차야 잘 들어가는지 살피며 공을 잡기 전에 이미 공격 방향을 정해 놓은 듯 망설이지 않고 받자마자 공을 찬다는 것이다.
 
 
5  스캔들 없는 선수
 
이런 기술적인 장점을 떠나 손흥민의 인간성에 대해서도 영국 언론은 격찬 중이다. 최근 텔레그래프는 손흥민이 클럽 내 직원들을 위해 한국 식당 주방장을 초대해 한식을 만들어 대접한 일을 예로 들었다. 뿐만 아니라 경기를 못 하고 있는 동료 선수들에 대한 배려와 클럽을 떠나는 선수들에게 인사를 하고 가끔 안부를 묻는 등 마음 씀씀이도 대단하다고 했다. 새로 들어온 새내기 후배선수들에게 세심한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기자들은 손흥민이 클럽을 벗어나면 동료 선수들과 잘 어울리지 않기로 유명하다고 지적한다. 동료들과 괜히 어울려 펍을 다니고 파티를 하지 않아 스캔들이 전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경기가 끝나면 바로 방 3개짜리 아파트로 가서 게임을 하고 음악을 듣는 것이 손흥민의 일상이다. 아직도 부모와 같이 한 집에서 사는 걸 영국인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기자들은 이를 손흥민이 스캔들이 없는 이유로 든다.
 
토트넘은 손흥민 덕분에 한국 내에 엄청난 팬이 생긴 걸 자신들의 굉장한 자산이라고 여긴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토트넘의 수비수로 활약한 이영표 선수 덕분에 생긴 한국 팬덤이 이제 손흥민으로 이어져 한국 내에서는 EPL 내의 어떤 클럽도 토트넘을 따라올 수 없다고 자랑스러워한다. 토트넘 경기가 있으면 적어도 5명 이상의 한국 기자가 취재를 하는데 손흥민은 경기를 마치고 나면 반드시 그들에게 시간을 내준다.
 
6  팀플레이
 
손흥민이 과거 영국 클럽 블랙번과 포츠머스에서도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당시 손흥민은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고 그래서인지 영국에 대한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는 경기를 마치고 나면 대부분의 경우 BBC 카메라 앞에 선다. 토트넘에 합류한 이후 일주일에 3번 영어 레슨을 받은 덕분에 유창한 영어로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한다. 또 자신의 실적보다는 팀의 경기 성적을 더 자주 언급해 영국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있다. 영국인들은 자신의 실적보다는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를 더 존경하고 가치 있다고 평가한다. 많은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웨인 루니가 아직도 전설의 명선수로 팬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존경받는 이유 역시 팀플레이를 앞세워 넓게 경기를 펼치는 능력 덕분이다. 골잡이보다는 이런 팀플레이를 더 평가한다는 것이다. 사실 루니는 한 번도 골든부츠를 받아본 적이 없다. 2007년 4등, 2009년 2등, 2012년 2등, 2014년 4등이 최고 기록이었다.
 
영국인들과 영국 언론은 손흥민의 골든부츠 수상과 관련해 가장 감동적인 것이 동료애라고 평가한다. 마지막 노리치와의 경기에서 동료 선수들이 손흥민의 골을 위해 노력한 동료애를 높이 산다. 그런 동료애가 나온 이유도 평소 손흥민이 동료들에게 마음을 쓴 덕분에 진정으로 손흥민이 골든부츠를 따기를 원해 열심히 뛰었다는 것이 영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손흥민은 입단 후 수년간 분명 자신에게 주어져야 할 공을 동료들이 다른 동료들에게 돌리며 은근한 차별과 왕따를 노력과 인간성으로이겨냈다. 그런 노력 끝에 엄연한 경쟁 상대인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이제 진심으로 도와주려는 동료애를 얻었다. 이건 손흥민이 이룬 인간 승리의 결정적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축구는 혼자서 하는 경기가 아니라 팀스포츠임이 분명하다. 한창 물이 오르고 동료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29살의 손흥민이 과연 앞으로 얼마나 대단한 성적을 올릴지 모든 영국 팬들이 기대하고 있다.
 
 
주간조선 
 
 

권석하
 

재영 칼럼니스트.
보라여행사 대표. IM컨설팅 대표.
영국 공인 문화예술해설사.
저서: 유럽문화탐사(2015), 두터운유럽(2021)
영국인 발견(2010), 영국인 재발견1,2 (2013/2015)
연재: 주간조선 권석하의 영국통신, 조선일보 권석하의 런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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