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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를 날고 있는 수천의 갈매기, 그 많은 갈매기를 향해 마음을 담지는 않습니다. 갈매기는 그저 바다를 날고 있고 사람이 던져 주는 새우깡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을 뿐입니다. 갈매기와 마음을 나눌 순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그런데 한 소설가는 갈매기에 이름이 붙여집니다. '조나단 리빙스톤 시걸'(Jonathan Livingston Seagull) 어렸을 때 눈에 박히도록 봐온 갈매기, 그 누구도 갈매기에 이름을 붙여 준 사실이 없습니다. 청년이 되어 갈매기의 꿈을 읽었을 때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갈매기에 이름을 붙여 준 사람은 '리처드 바크'입니다. 

 

창의력, 새롭게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새롭게 할 수 있는 능력, 그의 능력은 어디서 온 것일까? 많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강원도 동해안 바닷가를 찾았을 때 다시 갈매기를 보면서 그중 한 마리에 주목합니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 바다를 날아야 했던 갈매기의 보편적 삶을 버리고 먹이를 구하기보다는 하늘 높이 날아서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는 조나단을 그려봅니다. 갈매기는 그저 먹이를 구하기 위해 하늘을 날 뿐입니다. 물론 갈매기의 먹이는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에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것은 먹잇감이 잘 보이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본능의 몸부림일 뿐입니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꿈을 꿉니다. 꿈을 꾸기 위해선 날지 못하는 하늘이라도 멋지게 날아올라야 합니다. 하늘을 나는 목적은 하늘을 나는 그 자체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하늘을 날아오르는 그들이 꿈꾸는 신세계는 이 땅에서 실현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2년 제20대 대통령 후보 번호는 14번까지입니다. 열네 명 모두 선거일까지 갈 순 없을 것입니다. 통합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후보들이 생길 것입니다. 그들의 공약을 보면 조나단의 꿈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그들의 꿈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선거를 위해 꿈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과연 그들의 외침을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갈매기의 꿈은 존재할 수 없는 비현실 세계입니다. 인간은 갈매기와 같은 꿈을 꿀 순 없을 것입니다. 보편적이며 정상적인 사람은 갈매기의 꿈을 꾸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실현 가능할 꿈을 꿉니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님들이 꾸는 꿈은 갈매기 조나단의 꿈보다 더 높이 날려는 무리한 몸짓으로 느껴집니다. 그저 표를 많이 얻기 위한 본능적 몸짓 그 이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늘을 날아오르면 과연 어느 정도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까? 그들의 마음에 있는 조국이란 무엇일까? 과연 대한민국을 사랑해서, 국민을 잘 섬기기 위한 수단으로 대통령이 되려 하는 걸까?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마음으로 느껴지지 않음은 내 마음이 비좁음일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의 욕망은 누구나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를 원합니다. 한 사람이 하늘을 날기 위해선 수백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하늘을 나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하늘을 날아올라 세상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땅을 사랑하고 하늘을 날지 못하는 그들을 품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사람이 하늘을 날아올라야 합니다. 그가 하늘 높이 날 수 있도록 마음을 합하고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러나 하늘을 나는 목적은 하늘에 오래 떠 있기 위함이 아닙니다. 땅으로 내려와 하늘을 날아서 세상을 바라본 비전으로 땅을 섬기기 위함이어야 합니다. 

 

새는 하늘을 날아서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지만, 사람은 하늘을 날지 못합니다. 새가 나는 하늘은 본능일 뿐입니다. 꿈과 연결되지 않습니다. 하늘을 높이 날아오르는 것은 단순합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며 먹이를 얻기 위한 본능적 몸부림일 뿐입니다. 사람은 하늘을 훨훨 나는 새를 부러워합니다. 그러나 새는 하늘을 날지 못하는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새에게는 부러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러움은 창의력을 만들어내는 씨앗이 됩니다. 현실에 만족해야 하지만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싶은 부러움이 창의력을 발휘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2013년에 개봉된 최민식, 이정재 주연의 <신세계>는 땅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창의력을 제공해 주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극 중에서 신세계를 꿈꾸는 집단들이 있습니다. 최민식이 주연하는 형사인 강과장이 꿈꾸는 신세계가 있습니다. 반면 이정재가 연기하는 이자성이 꿈꾸는 신세계가 있으며, 이자성의 보스인 황정민이 연기하는 정청이 꿈꾸는 신세계가 있습니다. 또 한 무리의 신세계를 꿈꾸는 박성웅이 연기하는 이중구의 신세계가 있습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신세계는 갈매기의 꿈과 같습니다. 

 

꿈의 나무는 반드시 땅에 심어져야 합니다. 하늘에서 뿌리를 내릴 수 없습니다. 14명의 대통령 후보들이 꾸는 꿈, 그 꿈의 세계는 서로 다른 신세계일 것입니다. 누구를 행복하기 위한 신세계일까? 그 신세계의 주인공이 누구일까? 어떨 때는 그 주인공이 국민이 아님을 느껴진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됩니다. 내 마음에 다가온 후보는 분명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그 후보야말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절대 법칙은 존재하지 않을 뿐입니다. 단지 내 인생이 그가 높이 날아서 세상을 이롭게 하기를 원할 뿐입니다. 

 

갈매기의 꿈은 내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이 되기 위해 나를 희생시키고 나를 태워서 그 꿈을 현실이 되게 해야 합니다. 14명의 후보가 대통령 선거일 날 투표할 때 자기 자신에게 표를 던지지 말고 열네 명 중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겸손한 미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후보들이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는 부정적 선거 유세를 하지 말고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창의력 있는 선거 유세를 보고 싶습니다. 후보님들 마음에 갈매기의 꿈이 우화가 아니라 현실의 꿈이 되어 국민을 사랑하고 조국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한 몸 바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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