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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내 존재의 대서사시

hherald 2022.02.14 17:01 조회 수 : 572

 

설악산 권금성에 올라 산 아래 속초를 한눈에 내려다 봅니다. 누군가는 그곳에서 생의 물줄기에 맞서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또 누군가는 행복에 겨워 자기 생을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또 누군가는 인생의 수레를 끌고 힘들게 언덕을 오르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러나 산 아래에서의 힘겨운 인생 씨름은 스쳐 지나가는 광풍이며 때론 연풍과 같을 뿐입니다. 

 

삶은 멀리서 보면 참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그러나 그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아픔이 있고 슬픔이 있으며 인간의 희로애락이 서로 부둥켜안고 춤을 추고 있습니다. 이제 인생을 출발선에 서기 위해 태어나는 인생이 있는가 하면 생을 마감하여 다음 생을 시작하는 인생이 있습니다. 기뻐서 춤을 추는 사람이 있으며 슬픔에 짓눌려 암흑의 토굴 속으로 숨어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산 아래에 사는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가 한편이 소설이기도 합니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을 통해 인생 내면의 세계에 대해 말하고자 했습니다. 모든 인간이 고민했던 질문입니다. 기쁨의 삶을 사는 사람도 슬픔의 터널을 통과하는 사람에게도 던져지는 내면의 질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 걸까요? 톨스토이는 그의 소설을 통해 세 가지 질문을 합니다.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솔직한 심정으로 이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은 학창시절 숙제를 하기 위해 밤을 새워서 마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어진 생을 다해 풀어내야 할 인생의 숙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는 자기만이 알아야 하지만 실상 자신은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내면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로 마음은 멀리 있는 구름과 같은 존재와 같이 느껴집니다.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이 분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도전 정신이 있기에 허락되지 않을 것을 추구하는 본능이 꿈틀거리게 됩니다. 주어진 것을 하며 잘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계발하기보다는 허락되지 않는 것에 도전하게 됩니다. 들어갈 수 없는 곳에 특혜를 받아서 들어가면서 느끼는 희열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것을 할 수 있다는 만족감의 예표일 것입니다. 

과연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 그 누구도 한 줄이나 혹은 한두 장의 리포트로 작성할 수 없는 존재의 대서사시입니다. 산다는 것은 고통이기도 하고 기쁨이기도 합니다. 기쁨과 고통의 중첩되어서 그것은 경계를 확인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겉으로는 기쁨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내면의 깊음에서도 고통이 있게 되며, 또 어떤 때는 겉으로는 고통의 시간을 통과하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 기쁨이 샘솟아 나는 경우도 있게 됩니다. 

 

그 누구도 자기 인생에 대해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대서사시입니다. 특별 방송을 할 만큼의 길고 긴 이야기를 탑재하고 있지만, 막상 내면의 세계를 꺼내 놓고 글로써 엮으려면 처음부터 막막해지는 것이 인생입니다. 미래적 삶을 추구하지만 실상 가장 좋은 인생은 오늘을 즐길 수 있는 경지를 터득하는게 중요하다 여겨집니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한 미래적 측정이 오늘을 살아가는 행복과 기쁨을 앗아가기도 합니다. 

 

코로나 정국에서도 마스크를 쓴 상태로 권금성에 많은 이들이 올랐습니다. 고요하게 앉아서 인생을 묵상하고 풍광을 느낄 수 없도록 사람들은 분주하게 사진을 찍으며 펼쳐진 수묵의 세계를 환호했습니다. 느낌의 깊이에 따라서 삶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간을 멈출 수 있는 용기는 없습니다. 주변의 상황이 너무도 빠르게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내가 앉은 자리는 사진 찍을 명소이기에 순간에 비워주어야 하는 묵시적 중압감을 받기 때문입니다. 

 

흩어지는 생각의 조각들을 모아서 내 존재의 대서사시를 완성한다는 것은 분명 힘든 일입니다. 순간은 찰나로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진으로 남기고, 그 사진에 그때에 느낀 감정을 담아 두고, 조용한 시간에 다시 그 사진을 꺼내 글로써 인생의 서사시를 완성해 가게 됩니다. 옛 시인들은 연필과 작은 노트를 항시 주머니에 넣고 다녀서 그 장소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작은 스마트폰에 모든 것을 저장하게 됩니다. 

 

손으로 기록하는 것보다는 기계의 힘을 빌리는 것이 간편한 것은 사실일지라도 감정을 기계에 담아내기는 역부족입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으면서 그 사진에 내 감정을 담기 위해서 간단한 메모를 하기도 합니다. 사진이 글이 되고, 내 인생을 기록하는 대서사시가 되는 편입니다. 권금성은 내 인생을 돌아보는 인생의 징검다리의 한 부분이 되어 줍니다. 누구는 환호하며 즐거워하는 짧은 시간에 나는 내 인생의 서사시를 사진 몇 장에 담아 마음에 간직하게 됩니다. 

 

내 존재의 대서사시, 그것은 톨스토이의 고민이며 내 안에서 깊이 남겨진 물음입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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