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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사람 사랑하기

hherald 2021.09.27 16:36 조회 수 : 1239

 영국 중부의 코벤트리(Coventry)에 있는 지체가 영국인 집에 살 때 방문했던 회상입니다. 몇 차례 방문 한 집이어서 익숙한데 현관을 들어서자 낯선 물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권총과 장총이 현관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실탄은 없을지라도 위압감이 느껴졌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도둑이 들었다는 소문이 증가하면서 만약을 대비해서 놓아둔 거랍니다. 기독교 국가, 신사의 나라로 알려진 영국이 언제부터 현관에 가짜 총을 놓아둘 만큼 불안한 나라로 전락했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제 어린 나이에 생각했던 영국은 꿈의 나라였습니다. 중절모를 쓴 신사의 나라였습니다.

 

주일이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동네 사람들은 예배당으로 몰려가 예배를 드린 나라였습니다. 영국은 범죄 없는 나라, 친절한 나라로 인식되어있었습니다. 교과서에 나온 내용이 기억납니다. 한 아이가 울고 있었습니다. 잔디밭에 아이의 모자가 바람에 날려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들어가 꺼내 오면 될 일인데 잔디밭에는 들어가지 말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이의 울음을 보고 노신사가 다가와서 아이의 사정을 듣고는 자신의 지팡이를 내밀어 모자를 꺼내 준 내용이 기억납니다.

 

영국에서 살아 보니 어렸을 때 배웠던 교과서 내용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한국의 잔디밭은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 곳이지만 영국은 거의 모든 잔디밭은 들어가서 쉴 수 있고 걸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어떠하든 어렸을 때 영국은 꿈에나 존재하는 나라로 여겨졌습니다. 영국에 처음에 왔을 무렵 70여 세에 가까운 영국 전통 할머니 집에서 한동안 하숙을 하며 살았습니다. 할머니는 젊었을 때 교사생활을 하셔서 비교적 넉넉한 삶을 사셨습니다. 정원을 관리하는 사람이 정규적으로 왔으며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도 일주일에 몇 번씩 방문하여 집안을 정리하곤 했습니다. 특이한 사실은 빨래를 해 주실 때마다 겉옷은 다림질하지 않으면서 반드시 속옷은 다림질해 주시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몇 번이고 속옷은 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렸지만, 아주머니는 내 부탁을 오히려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면서 느끼는 것은 영국은 말 그대로 속옷을 다려 입는 신사의 나라임이 느껴졌습니다. 할머니는 집 열쇠를 주지 않았습니다. 항상 문을 걸지 않고 다니기 때문에 열쇠의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멀지 않은 세월이 지나는 동안 영국의 상황은 급속도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대형슈퍼들은 24시간 영업을 하며 주일에도 문을 닫는 가게가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방마다, 문마다 열쇠를 한두 개씩은 잠가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걸린 문을 뜯고 침입하여 집을 털어가는 도둑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비교적 유럽보다 가난한 동유럽 나라들이 EU에 가입되면서 수십만 명이 영국으로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신호를 놓치더라도 뒤에서 경적을 울리지 않고 기다려 주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만 늦어도 경적을 울리곤 합니다. 공원을 거닐다 보면 중절모를 벗어서 인사를 하거나 받으시는 어르신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됩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경제적 이익도 있겠지만 각종 위협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라마다 이주민들이 들어오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게 됩니다. 지금 유럽은 몰려오는 난민들로 인하여 고민하게 됩니다. 유럽은 개인주의 성향이 짙은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밖에서는 친절히 인사 나누며 차 한 잔 나눌 수 있지만 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특별한 관계가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는 문화입니다. 그러한 문화 속으로 전혀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난민이란 이름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그 난민들 속에는 생존의 위협을 느껴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도 있다지만 테러를 저지를 불순자들이 섞여 있다는 것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상식이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경계를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착했던 옆집 사람이 어느 순간에 폭탄을 감싸고 자폭하는 테러분자로 돌변했던 흔적이 한두 번 반복되다 보면 낯선 이방인들을 경계하는 눈초리는 더욱 매서 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사람을 믿어야 하고, 사람을 사랑해야 하고, 사람을 의지할 때 행복은 증폭됩니다. 자연이 아름답다 할지라도 그 자연 속에 사람과 더불어 살 수 없다면 자연을 통하여 행복을 느낄 수 없게 됩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다 할지라도 그 음식을 사람과 함께 먹을 때 행복을 먹게 되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것을 볼지라도 그 아름다움은 사람과 함께 할 때 아름다움이 증폭되는 것입니다. 사람과 함께 할 수 없고, 사람을 믿을 수 없는 상태라면 그곳이 혹은 천국과 같은 곳이라 할지라도 지옥이 되는 것은 순식간일 것입니다.

 

가장 가까운 거리는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함께 할 때 먼 거리도 힘들지 않은 가까운 거리가 되는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없는 상태라면 그 두려움은 그 무엇으로도 해소할 수 없게 됩니다. 원수같이 여기는 사람과 마주 앉아서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면 그 음식은 좋은 음식이 될 수 없게 됩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이라 할지라도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는다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성찬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장소나 음식이 아닌 사람입니다. 그런데 현대는 사람을 믿을 수 없는 시대이기에 두려움은 증폭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래서 사용할 수 없는 총이지만 문간에 놓아두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싶은 불안감이 있는 것입니다. 사람은 사람을 믿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사는 곳이 천국의 모퉁이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없다면 그곳은 천국과 같은 아름다운 곳일지라도 지옥의 한 모퉁이쯤 될 것입니다. 마음을 열고 더 낮추어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눈으로 이웃을 본다면 내게 돌아오는 시선도 포근하고 따스하게 될 것입니다. 오는 시선을 두려워하지 말고 내가 보내야 하는 시선에 마음 담긴 온기를 보내면 사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하고 존중하고 행복을 공유하는 대상입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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