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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발전은 모방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명 세계는 독창적일 수 없습니다. 독창적이라 주장할지라도 과거 문명이 기초가 되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현재 누리고 있는 문명은 누군가가 발견한 것을 모체로 하여 그 위에 더 넓고 높은 문명 탑을 건설한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자기가 이룩한 문명 세계라 할지라도 자만할 수 없으며 자기 자신만을 위한 이기주의 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문명은 과거를 딛고 건설된 것입니다. 동물의 세계는 본능으로만 살아갈 뿐이지 더 나은 삶을 위해 타인을 모방하지 못합니다. 모방할 수 없다는 것은 본능의 세계를 초월하여 발전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인간만이 모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립된 환경에서 아이디어가 고갈될 때는 자기 영역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를 경험하면 생각지 않은 신선한 아이디어가 생성됩니다.

 

인류의 발전은 그 끝을 측정할 수 없는 우주 공간과도 같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 공간의 거리를 약 40억 광년이라 주장했습니다. 그의 주장이 확인되기도 전에 70억 광년으로 증가했으며 현대는 수백억 광년이라 추측합니다. 우주 공간은 끝없이 폭발적으로 증폭되고 있습니다. 증폭의 원인은 과학의 발전일 뿐입니다. 인류의 발전 역시 늘어나는 우주 공간과 같습니다. 상상했던 것들은 현실이 됩니다. 발전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발전하는 만큼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한 몸부림도 공존해야 합니다. 인디언들은 일정 거리를 가다 멈춘다고 합니다. 이유는 자기 영혼이 합류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실은 아닐지라도 끝없이 발전하는 현대 문명인들의 마음에 새겨야 할 일입니다. 발전하는 만큼 본질을 잃어가는 것이 최첨단 현대문명이 가지는 한계입니다. 

 

문명의 발전은 모방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문명 세계에 변하지 않을 보편적 진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방은 더 나은 발전의 씨앗이 되지만 본질을 상실하게 되는 경향이 있게 됩니다. 어쩌면 현대문명은 모방으로 인하여 자기 본질을 상실하는 시대입니다. 자기만의 멋이 사라진 시대입니다. 개성 있게 산다는 것은 이제 고전이 되어 버렸습니다. 덧니가 매력적인 시대가 있었습니다. 얼굴구조는 완벽하지 않지만 자기 속사람의 성숙함으로 인하여 오히려 부조화가 매력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현대는 부조화를 용납하지 못합니다.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니 외모와 요건은 완벽하고 화려할지라도 자기 본질을 상실하는 시대가 됩니다. 완벽한 모델을 설정해 놓고 그것을 모방하기 위해 자기 본질인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입니다. 

 

자기 상실은 현대인들에게 중대한 질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의학적인 병으로 죽는 사람 그 이상으로 자기 상실감으로 죽는 사람의 숫자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응한 무게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하여 목숨을 잃는 수보다 자기 상실감으로 병을 앓는 숫자는 월등히 앞서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게 됩니다. 지식 탐구를 통한 발전은 반드시 나를 찾은 기초위에 세워야 합니다. 나를 잊어버린 상태에서 문명의 발전은 자기 파괴의 병기가 될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은 노벨상입니다. 매년 12월이면 스웨덴의 스톡홀름 홀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이 있게 됩니다. 노벨은 한 시대에 획을 그은 화학자입니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베르나르드 노벨’(1833~1896, Alfred Bernhard Nobel)은 인류 발전을 위해 위대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그가 발명한 것은 인류의 발전으로 사용되기보다는 다른 문화권을 정복하기 위한 전쟁 무기로 둔갑한 것입니다. 노벨은 자기가 발견해 낸 과학 문명이 살상 무기로 둔갑하는 것이 마음 아파했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인류 앞에 속죄하는 일입니다. 다이너마이트로 벌어들인 돈으로 노벨상을 만들어 인류가 추구하는 발전이 더는 악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정하게 됩니다. 

 

문명의 발전으로 삶은 편리해졌고 안락해 졌습니다. 편리한 만큼 속사람인 인간의 본질은 연약해지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편리하므로 인류는 더 많은 대가를 지급해야 합니다. 편리하기에 질병에 노출되는 것이고, 마음은 약해져서 작은 일을 당하여도 그것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합니다. 지식의 크기만큼 그 안에는 사람들의 눈물과 땀과 피의 대가를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지식을 소유한 만큼 누군가의 업적을 모방한 결과입니다. 그 결과는 눈부신 문명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모방은 인류의 삶을 윤택하기 위함이 목적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모방으로 인하여 본질을 상실한 시대이기에 배운 만큼 행복하지 않고 아는 만큼 자기 성취를 이룰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모방으로 인한 본질이 상실되는 시대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치는 빌딩은 쉽게 지을 수 있지만, 기초를 상실했기에 높은 만큼 그 무너짐은 큰 충격이 됩니다. 나무는 보이는 크기만큼 땅속으로 뿌리를 내립니다. 지식을 가진 사람은 기초를 다지기 전, 먼저 세상에 나타내 보이는 것을 내놓고 싶어 합니다. 기초가 다져지기 전에 먼저 멋진 건물을 올리고 싶어 합니다. 이는 모방의 늪에서 본질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보고 배우고, 더 나은 발전을 창출해 내는 것은 인간의 장점이요, 오직 인류에게만 주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속사람은 변하지 말아야 합니다. 문명의 숲에서 길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본질을 잃지 않는 문명은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하지만 자기를 잃어버린 문명은 인류를 파괴하는 무기로 전락하게 되는 것입니다. 모방으로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그 숲에서 본질적 자아를 상실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해야 합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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