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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걸리버 여행기

hherald 2020.12.07 16:52 조회 수 : 3302

 

인생은 여행입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늘 새로운 여행을 합니다. 여행은 아름다움의 극치입니다. 같은 장소, 같은 인물을 만날지라도 마음이 새로워지고 생각의 깊이에 따라서 새로운 여행이 됩니다. 마치 영국인 걸리버처럼 일생의 미답지를 방문하는 여행과 같습니다. 여행은 삶의 권태기를 아예 삭제시켜 버립니다. 문서 프로그램에서 삭제하는 방법이 두 가지 있습니다. 딜레트(Delete) 키를 눌러 삭제를 하게 되면 쓰레기통에 남아 있게 됩니다. 그래서 언제든 문서를 복원하여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쉬프트와 딜레트 (Shift + Delete)를 동시에 누르면 문서 파일이 휴지통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로 삭제되어서 간편하게 문서를 복원시킬 수 없게 됩니다.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일들이 많습니다. 살아온 것만큼 지워야 할 것들이 쌓이게 됩니다. 잠시 잊으려 했지만, 어느 순간에 다시 복원되어 밤을 꼬박 지새우게도 합니다.

 

여행은 기억을 완전 삭제시키는 기능을 해 줍니다. 물론 완전 삭제란 불가능합니다. 다만 좋지 않았던 기억으로부터 지배받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여행의 힘은 기억을 삭제할 만큼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컴퓨터를 분신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일상을 기록하기도 하고 스마트 폰은 어디에서 어디로 움직였는지 동선이 기록되기도 합니다. 그 옛날 로마의 정치가이며 작가였던 ‘폴리니우스’ (Gaius Plinius Caecilius Secundus)는 글을 써야 할 일이 없다고 한다면 그 쓸 일 없는 것을 쓰라고 권면한 바 있습니다.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면 바로 먹는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신앙인들은 음식 먹기 전 기도하는 일을 하고는 숟가락을 대기 전에 사진으로 기록에 남기게 됩니다.

 

모든 일상이 기록되는 시대에 생각도 더 많은 것을 기록해야 합니다. 생각은 기록용량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기록하면 기록할수록 더 많은 것을 기억하게 됩니다. 단순 사진만이 아니라 그 사진에 일상이 담깁니다. 그것이 글로써 표현되면 사진보다 더 아름다운 인생 기록이 됩니다. 기록하게 되면 ‘걸리버’와 같이 삶 자체가 아름다운 설렘이 됩니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삶이 됩니다. 새로운 장소를 방문해야 할 때만이 여행이라 하지 않습니다. 같은 공간이지만 새로운 여행이 되게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새롭게 할 때입니다. 새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결국 글로써 입니다. 글은 마음의 거울과 같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글을 써 보면 마음에 담긴 단어들을 알 수 있으며 글의 방향이 선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지, 세상을 향해 욕망으로 가득한지, 아니면 불평이 가득하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글로써 뚜껑을 열어보지 않고서는 마음의 깊이를 알 수 없습니다. 마음은 가장 성스러운 곳이지만 그 안을 살필 수 없기에 마치 쓰레기통과도 같습니다. 과거에는 가장 지저분한 것이 쓰레기통이었지만 그것을 집안에 두어야 하기에 현대에는 외관을 아름답게 장식합니다. 보기로는 그것의 용도를 분간할 수 없게 됩니다. 외관이 아름답다 하여 빈번히 열어서 속을 확인하지 않습니다. 버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그러할 때도 있습니다. 들어만 갔지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게 됩니다. 무엇이 담겨 있는지, 정돈은 되었는지, 혹이 부패하는 것은 없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글밖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날마다 글을 쓴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현대인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사진과 글을 함께 기록하는 것입니다. 사진을 찍는 이유는 글을 쓰기 위함입니다. 그러니까 사진에 글이 담겨 있게 됩니다. 울산을 여행 중입니다. 여행이란 표현엔 깊은 인생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국가 정원은 두 개뿐이라 합니다. 순천만에 있으며, 또 하나는 울산의 국가정원입니다. 참 아름답습니다. 그 언저리에 서성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어제는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를 봤습니다. 몇 분이 같은 자전거를 타시고 드넓은 지역을 다니시면서 청소하시는 장면이 이색적이었습니다. 빠르게 지나가시는 아주머니께 ‘아름다워요.’라고 외치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마도 내 작은 소리는 듣지 못했나 봅니다. 

 

인생은 아름다움 그 자체입니다. 물론 한쪽 모퉁이에는 쓰레기 더미가 있기도 하고 때론 그것을 감추어 놓아서 보이지 않을 뿐이지만 그 자체도 아름다움입니다. 세상에 쓰레기 없는 곳이 없으며 쓰레기통을 품고 살지 않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박수갈채와 조명을 받는 자라 할지라도 틈새로 깊이 들어가 보면 숨겨진 쓰레기통에 실망하기도 합니다. 아름다움은 환경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아름다운 마음에서 아름다움을 외칠 수 있게 됩니다. 마음이 아름다우니 쓰레기통조차 아름다워지는 법입니다. 

 

 

 

박심원 목사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see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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