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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라는 말이 신경쇠약에 걸릴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게 한 사건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옛 말에 정승이 죽으면 문상을 가지 않지만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을 가 슬퍼한다 했습니다.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정승이 죽었으니 더 이상 눈치 볼 세력이 없으니 문상을 가지 않지만 정승집 개가 죽었을 때 문상 가는 것은 정승의 눈치를 보기 때문입니다. 이 말의 속내는 비선실세를 야기케 하는 단서가 됩니다. 누구랄 것 없이 권력에 줄을 잇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고 내 주변에 어떤 유명인과 핫라인이 설정되어 있음을 은근히 자랑치 않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 입니다. 일행들을 인솔하여 강원도 최북단에서 수양회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러하겠지만 당시에는 민간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더 많았던 지역입니다. 우리 팀을 후원해 주셨던 분 중 한 분은 군부대의 높은 분을 개인적으로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이 연결하면 민간인 신분으로 갈 수 없는 곳까지 방문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지금에야 남북관계가 화해무드여서 일반인들도 강원도 최북단에 위치한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는 무난하게 관람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 당시는 민간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지만 그곳까지 들어가게 해 준다는 힘의 과시를 따른 적이 있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비선실세를 은근히 자랑하는 문화에 우리는 노출되어 있습니다. ‘최순실’이라는 비선실세의 권력 중심부는 아니더라도 면서기를 안다 해도 자랑삼는 것이 우리네 문화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권력의 한 끄나풀만 잡고 있어도 가문의 자랑으로 삼는 것은 당연합니다. <호가호위>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우가 호랑이의 위엄을 빌려 세도를 부리는 말입니다. 이 말은 여우를 비유하여 남의 세력을 빌려 위세를 부림을 뜻합니다. 산골길을 걷는 여우 앞에 호랑이가 나타납니다. 모든 짐승들은 호랑이 앞에서는 벌벌 떨어야 하던지 꽁지가 보이지 않게 도망을 해야 하는데 여우는 호랑이 앞에서도 당당했습니다. 그런 모습에 오히려 호랑이가 당황해 했습니다.

 

호랑이는 여우에게 물었습니다. 왜 내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는가? 내가 무섭지 않는가? 그랬더니 여우는 오히려 호랑이를 야단쳤습니다. 나는 하늘에서 온 사자인데 호랑이가 무릎을 꿇어야 한다 했습니다. 호랑이는 물었습니다. 네가 하늘에서 사자인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만약 그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당장 잡아먹겠다며 으르렁 거렸습니다. 여우는 호언장담했습니다. 모든 짐승들이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벌벌 떠는 것이 하늘에서 온 사자임을 증명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여우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호랑이 앞에서 산길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동물들이 여우 앞에 무릎을 꿇고 경배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상 여우 뒤를 따르던 호랑이를 보고 무릎을 꿇은 것인데 호랑이는 그것이 여우를 보고 무릎 꿇은 것인 줄 착각했습니다. 그래서 여우는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지 않고 오히려 호랑이 등에서 권력을 누렸다는 이야기 입니다.

 

<호가호위> 호랑이 등에서 위세를 떨치는 여우의 모습은 오늘날 비선실세를 자랑하고 그것이 마치 자기 권력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선실세란 ‘권력을 가진 자의 배후에서 은밀하게 실제 권한을 행사하는 자를 이르는 말’입니다. 그 의미로 보면 호가호위와 비선실세는 닮아 있습니다. 특혜를 은총으로 여기는 시대는 이제 종식되어야 합니다. 정직하게 일하고, 정직하게 수입을 공유하고, 정직하게 세금을 내고, 정직하게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것은 미련한 것이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의 보편적인 삶이어야 합니다. 미국의 한 대통령이 햄버거를 사기 위해 줄을 서있는 모습은 해외에서는 특종감이지만 비선실세를 허용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보편적인 일상일 뿐입니다. 비리는 비선실세의 틈으로 부터 시작됩니다. 비선실세는 아래에서 개혁한다 하여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가진 자가 먼저, 윗사람이 먼저, 힘 있는 자가 먼저 앞장설 때 모든 사람이 행복한 평등한 사회로 발전 될 수 있습니다. 호랑이 등에 업혀 위세를 떨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그런 권력의 끄나풀을 잡고 있지 못하다 하여 주눅들 필요도 없습니다. 호랑이는 호랑이대로, 여우는 여우대로 주어진 생을 땀 흘려 성실하게 살아가면 되는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박심원 목사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see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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