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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병원 심방이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환자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가족의 요청으로 병세를 묻지 않고 기도하는 맘으로 갖는데 병원을 들어서려니 말기 암 환자 병동이었습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진하게 드리워 있었고 하룻밤에도 누가 죽었는지 다음 날 화재가 되는 병동이었습니다. 그 병동에 있는 사람은 완치되어 퇴원하기보다 시신으로 병동을 떠나는 경우가 십중팔구인 것을 병원에 도착해서야 알았습니다. 잠시 묵상 기도하려니 막막했습니다. 하나님께 간절히 물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위해 기도하며 전해야 하나요?
 
그분은 권사님이셨는데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는 젊은 목사의 마음을 아셨든지 제 손을 꼭 잡아 주셨습니다. 깜짝 놀라 눈을 떴습니다. 그분의 눈가는 이미 촉촉이 젖어 있었습니다. 설교도 아직 하지 않았고, 그분을 위해 기도도 아직 하지 않았는데 목사의 간절한 외침이 그분에게 이미 전해진 듯했습니다. 그분은 말을 이어 갔습니다. ‘목사님 힘드시지요? 저는 마음이 편해요. 평생을 아등바등 살았는데 지금처럼 행복할 때가 없어요. 천국에 갈 것을 생각하니 암이라는 병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저를 위해 어떤 기도를 해야 하나, 또 어떤 설교 말씀을 전해야 하나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그저 이렇게 마주 앉아 기쁨을 나누면 돼요. 목사님……’
 
저도 그분의 손을 잡고 울었습니다.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 같았으며 성령님이 어루만져 주시는 듯했습니다. 목사로서 부끄러웠습니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설교를 준비하고 기도하려 했던 무익한 종임을 회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분에게 말기 암은 내 인생이 앓고 있는 감기보다 더 약해 보였습니다. 우리말에 ‘남의 염병이 내 고뿔보다 못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염병이란 전염병의 준말로써 장티푸스를 일컫습니다. 이 병에 걸리면 고열이 나고 두통과 설사, 장에서 피가 나와 생명을 잃게 되는 무서운 병입니다. 그러나 고뿔은 약을 먹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낫는 감기입니다. 타인이 걸린 죽을병보다 내가 걸린 감기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인간의 본능적 심리입니다.
 
그러나 성숙한 그리스도인들, 거듭난 하나님 나라 백성들은 내가 앓고 있는 염병, 아니 그 이상의 말기 암보다 타인이 앓고 있는 감기를 염려하여 그를 위해 기도하게 됩니다. 주께서 지신 십자가는 그 무게가 75kg이며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통나무였습니다. 그것을 비아돌로사(Via Dolorosa)라는 언덕을 오르셨습니다. 십자가에 짓눌려 쓰러지셔서 더는 일어날 수 없자 로마 병정은 그 옆에서 구경하는 구레네 사람 시몬에게 강제로 주님의 십자가를 지서 골고다 언덕까지 오르게 했습니다. 그 광경을 목격한 어머니와 많은 여성이 통곡하며 울었습니다. 군대가 허용한다면 달려들어 그들은 십자가를 걸머메고 골고다를 향해 올랐을 것입니다. 그렇게 통곡하는 여인을 향해 주님은 돌이켜 말씀하셨습니다.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두고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두고 울어라.”(눅23:28) 

 

주님은 고통 받는 자신보다 갈릴리로부터 여인들을 더 걱정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성숙한 시각은 나보다는 남을 더 사랑하고 그를 위해 눈물 흘려 기도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독교 신앙을 자타적 신앙이 아니라 이타적 신앙이라 합니다. 자기 스스로 도를 깨우치는 것이 아니라 진리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진리의 말씀이 임하면 이타적 삶이 됩니다. 지기 몸 하나 잘 되기 위해, 자기 가족, 자기 울타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위로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며 아래로는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할 수 있게 되는 율법과 선지자의 대강령을 완수하게 됩니다. (마22:37-40) 신앙이 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그와 같이 이웃의 고뿔을 염병과 같이 받아주고 위로해주고 격려해 주는 것입니다. 내 염병은 고뿔과 같이, 타인의 고뿔은 염병과 같이 여기는 것이 이타적 사랑입니다. 

 

 

박심원 목사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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