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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가을의 속삭임

hherald 2017.10.02 18:00 조회 수 : 240

 

여름의 광야를 관통하느라 혼미해졌을 무렵 어느 날 갑자기 가을의 속삭임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이는 마치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의 한 장면을 재현해 내는 것과 흡사해집니다. 판타지 소설의 배경은 나치의 잔혹한 유태인들의 살해 공작으로 부터 시작됩니다. 영국은 당시 나치군들이 유태인을 향한 인종청소가 영국에까지 확산될 조심을 알아냅니다. 영국 정부는 즉각적인 방안을 마련합니다. 우선 유태인 어린아이들을 보호하기로 합니다. 

 

 

영국에 있는 아이들 뿐 아니라 유럽에 있는 아이들을 가급적 영국 시골에 유대인이 아닌 친척집이나 자원한 가정집으로 피신시키는 비밀공작을 펼칩니다. 1938-1939년 두해 동안 런던 중심에 있는 기차역인 리버풀 스트리트 역(Liverpool Street Station)에는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비밀리에 데려온 유태인 아이들을 지방으로 보내기 위한 작전이 펼쳐졌습니다. 이 작전을 어린이 수송작전(Children of the Kindertransport)으로 불렸으며 이때에 구출 된 아이들을 10,000 명에 달했습니다. 그 역사적 현장을 기념하기 위해 리버풀스트리트 역에 세계유태인난민구제협회에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조형물을 2006년에 설치해 놓았습니다.  

 

 

나니아 연대기의 시작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네 명의 남매는 시골의 어느 교수님댁인 대 저택에 맡겨집니다. 꿈 많은 아이들은 저택의 구석구석을 조심스레 방문하면서 서재에서 낡은 옷장을 발견합니다. 그 낡은 옷장 문은 다른 세계로 연결해 주는 통로가 되면서 흥미진진하게 영화의 내용이 전개됩니다. 비록 전쟁으로 인하여 죽음을 피해 피신해 있지만 그 일로 인하여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전화위복의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가을을 맞는 기분이 꼭 그러합니다. 낡은 옷장을 열었더니 그곳이 다른 세계로 연결되는 통로가 되는 것처럼 무더위를 온 몸으로 허걱 거리며 관통하다보니 어느 정점을 지나자 가을의 세계로 들어서게 됩니다. 

 

 

가을의 풍성한 열매는 겨울을 관통해야 만이 얻어질 수 있는 눈물의 결정체입니다. 여름에는 꽃을 피우지 않다 가을이 되면 어느 순간에 꽃을 피워내는 꽃들이 있습니다. 가을이어서 꽃을 만개하는 것이 아니라 여름의 성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름을 관통하는 것은 매순간이 고통의 시간입니다. 그것을 견디어 냈을 때 모든 세포가 꽃을 피워내고 그 꽃은 열매를 맺음으로 생의 사명을 다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을이 속삭임은 붕 떠있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게 합니다. 가을에 피워내야 할 꽃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꽃을 피워낼 수 없다면 여름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겠지요.

 

정신을 혼미케 했던 더위의 절정인 여름을 관통하는 것은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에어컨이라는 기계에 의존하여 시원케 하는 옥에 자신을 얽매이게 하여 성장을 게을리 했다면 결국 가을에 피워내야 할 꽃은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가을에 피워내는 꽃엔 향기가 진하지 않습니다. 향기의 목적이 아니라 여름을 관통한 사람들을 격려해 주는 것 같습니다. 가을의 꽃은 서둘러져야 합니다. 꽃이 목적이 아니라 열매를 맺어야 할 시간이 넉넉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을 길가에 핀 절제된 향기의 꽃은 게을렀던 여름을 힐책합니다. 여름엔 땀을 흘려야 합니다. 그런데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기 위해 태양을 저버리고 그늘과 시원한 곳만을 찾았던 게으름의 결과는 열매 없는 부끄러운 가을을 맞게 됩니다. 그래서 가을의 속삭임은 부드러우면서 마음 깊이 새겨지는 채찍이 됩니다. 

 

 

박심원 목사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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