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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난 컬럼에 이어서‘부모가 자녀를 무엇으로 인식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컬럼에서는 타인을 ‘것(thing, 도구나 대상)’으로인식하면서 자녀를 ‘내 것(소유물)’으로 착각하는 문제와 위험에 대해서 다루어 보았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는 우리가 자녀를 어떻게 인식하도록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죠.
 
사람으로 인식하기
타인을 ‘도구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과 반대되는 개념은 ‘사람(Human)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인식한다는 말이 너무나 쉽고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온전히 사람으로 봐주고 있는지는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아침 출근 길에 길을 막고 서있는 차량들을 보면서 “왜 이렇게 걸리적거리는 인간들이 많아?” 하면서 짜증을 내고, 함께 공부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내가 이겨야 할 경쟁대상”으로 경계하고,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나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배척하고, 나에게 어떤 일을 요청하는 사람을 “나를 귀찮게 하는 존재”로타박하고, 하는 일에 조금 서툰 사람을 “고문관”으로 낙인을 찍으면서 우리는 타인을 내가 사용하거나 처리해야 할 도구나 대상, 즉 ‘것(Thing)’으로 인식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사회전반에 만연하여‘왕따’나 ‘갑질’ 같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타인을 온전한 인간으로 인식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인간(人間,Human)으로 인식한다는 말 속에 너무나 많은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존엄성 뿐만 아니라 인간의 나약함까지 함께 인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인간을 이성적인 존재로서 뿐 아니라, 감성적인 존재, 영혼의 존재로까지 봐 줄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을온전하게 인간으로 보기 시작하면, 그에 대한 존재감이 커지고 자연스럽게 내면으로부터 그에 대한 경외감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이런 느낌은 그 사람을더 인정하고 더 존중하고 더 배려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필자가‘부모됨은 자녀를 온전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것은 자녀가 자신의 부속품이 아니라 그에게 독립된 인간됨이 있고, 그가 살아야 하는 온전한 삶이 있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의 삶은 누구로부터도 침해 받지 않고 온전히 스스로 만들어 내어야 합니다. 부모는 그렇게 되어지도록 돕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부모가 거꾸로 자녀의 삶을 침해하고 지배하려고 하면 불행이 시작됩니다. 부모가 아이의 삶을 대신 살고, 아이는 부모의 삶을 대신 사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렇게 되면자녀는 물론 부모의 삶까지함께 꼬여서 망가지게 됩니다.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으려면 부모가 자녀를 온전한 사람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 해법입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부모가 자녀의 삶에 함부로 생각이 멈춰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내 아이를 보다 온전한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을까요? 핵심은 ‘아이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아이도 나와 똑같다’는 것을 수용하는 것입니다.
 
아이는 나와 다르다
‘아이가 나와 다르다’는 것은 자녀가 나하고 다른 독립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나하고 다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싫어하는 것도 다릅니다. 하고 싶은 것도 다르고 잘하는 것도 다릅니다. 나하고 생각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고, 관심도 다릅니다. 아이들은 놀기 좋아하고 공부하기 싫어하기 마련입니다. 남이 시키는 것은 하기 싫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런데 부모가 이러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면, 자녀에게 강압적으로 시키는 일이 자꾸 벌어집니다. 방안이 어지럽혀져 있을 때, 아이는 더 놀다가 치우고 싶은데, 엄마는 자꾸 “당장 치워!”라고 말합니다. 아이는 음악을 하고 싶은데 부모는 공부를 하라고 합니다. 아이는 축구선수가 꿈인데 부모는 의사가 되라고 합니다. 이렇게부모가 자녀의 기질과 선호, 재능을 무시하고 부모가 원하는 것을 자녀에게 시키는 일이 흔히 벌어집니다. 혹시 당신이 이렇게 하고 있다면 당장 멈추시길. 
 
“내 아이를 어떻게 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지금 내려놓으세요. 그것은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대신 아이가 스스로 ‘자기 삶을 어떻게 살고 싶어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그러면 아이도 자기 삶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것입니다.
더불어서 “아이가 지금 무엇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내려놓으세요. 이런 생각은 당신으로 하여금 아이를 따라다니면서 “공부해라”, “학원가라”, ”씻어라”, “정리해라” 등 잔소리를 하게 만듭니다. 부모와 자녀가 이런 문제로 다투는 이유는 서로 하고 싶은 시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나중에 하고 싶은데 부모가 당장 하라고 하는 거죠. 이럴 때는 아이에게 “언제 ~할거야?”하고 의견을 물어봐 주는 것이 낫습니다. 이렇게 물어봐 주면 아이가 자신이 할 일에 대해 생각하고 대답을 하면서 스스로 계획을 잡고 실행하게 도와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아이도 나와 똑같다
‘아이도 나와 똑같다’라고 하는 것은 아이가 나와 같은 존엄한 인간인 동시에 나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처럼, 우리는 다른 사람을 나와 다른 잣대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녀에게는 “절대 거짓말 하면 안돼!”라고 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하면‘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하고,남이 하면 ‘속임수’라고 합니다. 엄마/아빠는 거실에서 TV를 보면서, 아이에게는 “너는 들어가서 공부해야지!”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나는 괜찮고 남은 안 된다는 생각, 나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인색한 태도는 타인을 나와 똑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특히 학교와 학원을 오가면서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공부에만 매달리고 있는 청소년들을 보면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온전한 사람으로 안 보고, 그저 ‘공부하는 기계’ 정도로 간주하는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지독하게 공부하기를 싫어했던 친구가 자식들에게는 무지하게 공부를 시키는 것을 보고 “너는 안 했으면서 왜 그러냐?”고 물으니, “내가 공부 안 해서 지금 후회하잖아. 내 자식은 공부하게 만들어야지!” 라고 합니다. 이 친구는 자기도 못한 것을 아이가 쉽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알고 보면 나의 아이도 쉬고 싶고, 놀고 싶고, 두렵고 힘든 일은 피하고 싶고, 편안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싶을 것입니다. 나와 똑같이 말이죠. 또한 같은 상황에서 나하고는 다르게 느끼고 생각할 것입니다. 내가 좋은 것이 싫을 수 있고 나와는 다른 것에 관심이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가 나와 같아서, 또는 나와 달라서 선택하는 각각의 것들이 나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충분히 존중 받아야 하는 것들입니다. 그 아이 또한 온전한 사람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당신의 아이를 온전한 인간으로대우해 주는 첫 번째 사람이 부모인 당신이기를 바랍니다.
 
당신과 가족의 행복한 성장을 응원합니다.
 
 
 
 
 
이성훈 / 브리티시코칭센터 대표코치
shone@ukcoachi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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