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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컬럼에서는‘자녀의 존재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부모가 아이를 어떤 존재로 여기는지가 왜 중요한지를 설명했습니다. 오늘은 ‘부모가 자녀를 무엇으로 인식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보려고 합니다. 
 
 
 
이중적인 부모의 태도
부모라면 누구나 자기 자식을‘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로 여깁니다. 그래서 자기 자식에게는 가장 좋은 것을 해주고 싶고, 자식을 위해 쓰는 돈은 아깝지 않죠. 그런데 이런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태도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자식이 그렇게 귀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에 벗어난 행동을 하는 자식에게는 아주 냉혹해지는 부모가 많다는 것입니다. 마치 간수가 죄인을 다루는 것처럼 자식을 질책하고 비난하고, 때에 따라서는 매질을 하기도 합니다. 어떨 때는 보물처럼 떠받들다가, 어떨 때는 죄인취급을 하는 이런 이중적인 부모의 태도는 자녀로 하여금 “엄마/아빠에게 나는 도대체 뭘까?”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함께 죽이기
지금 한국에는 생활형편이 어려워서 자기 자식을 죽이고, 자기도 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의 뉴스가 간간히 들려옵니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 “아니 죽으려면 혼자 죽지, 왜 애꿎은 자식 목숨까지 빼앗나?”라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에구! 오죽했으면 그랬을까?”하면서 동정하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아무리 오죽해도 남의 목숨을 빼앗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됩니다. 부모라면 자기 목숨을 바쳐서라도 자식은 살리려고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일이 계속 일어나고, 그런 행동에 동정하는 현상은 “내가 없으면 내 자식도 살 가치가 없어”라는 태도, 즉 자기 자식을 자신의 부속품 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는 태도가 사회적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 새끼니까 내가 혼낸다
형이 동생을 괴롭히는 것을 지나가던 행인이 보고 형을 불러 나무라기 시작합니다. 잠시 후에 아이들의 엄마가 나타나서는 그 행인에게 “당신이 뭔데 내 새끼를 혼내냐?”며 소리를 지릅니다. 어이가 없어진 행인이 화를 내면서 사라진 다음, 그 엄마가 형을 구석으로 끌고 가더니 욕설을 하면서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합니다. 이 엄마는 “내 새끼니까 혼내도 내가 혼내고, 때려도 내가 때린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아이에게 자주 손찌검을 하는 부모도 아이가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불같이 화를 냅니다. 특히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아이에게 손을 대는 일이 벌어지면 당장 아동학대로 고발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런데 정작 부모가 자식을 때리는 것은 별로 문제시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는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요?
 
자식을 보물처럼 취급하다가 죄인 취급하는 것, 자식과 함께 죽는 부모, 남은 안되고 나만 내 자식을 혼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알고 보면 모두 자식에 대한 잘못된 인식태도에서 비롯됩니다. ‘부모가 자식을 무엇으로 인식하는가?’에 대한 문제이지요. 우리 부모들의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자녀에 대한 인식태도는 ‘참 부모됨’의 가장 기초가 되는 것으로 백만번을 강조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자식은 소유물?
부모가 자녀를 대하는 가장 위험한 태도는 바로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아이를 독립된 존재로 보지 않고 내가 소유한 물건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지요. 이런 소유의식은 “내 것이니까 소중하지만, 내 것이니까 나는 함부로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에서 이야기했던 사례들처럼 자식을 타인으로부터는 소중하게 지켜야 하지만, 자신은 모든 권리를 다 가진 배타적 소유의 대상으로 여기는 일련의 행위들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타인을 인식하는 태도
사실 이러한 인식은 그 사람의 타인을 인식하는 태도와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타인을 인식할 때 그 사람을 온전한 인간으로 인식하는 태도가 있는 반면, 아니면 도구나 대상으로 인식하는 태도가 있습니다. 타인을 온전한 인간으로 인식하게 되면, 상대가 나와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을 인정하고, 상대의 생각을 수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그 사람과 공감하면서 그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이 열리게 됩니다. 반면에 타인을 도구나 대상으로 인식하는 태도는 상황이 매우 다릅니다. 이런 태도를 필자는 ‘것으로 인식하기’라고 부릅니다. 이런 태도를 가졌을 때 우리는 타인을 ‘~한 것’으로 부르게 됩니다. 10대 청소년들에게 유행하는 힙합 가사에 나오는 “요즘 것들” 이란 말부터, “어린 것들”, “조그마한 것들”, “이것들”, “저것들”처럼 많은 아이들이 “것”으로 불려지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특히 “쓸모 없는 것”이란 표현은 그 사람을 쓸모가 있어야 할 도구로서의 존재로밖에 보지 않는 의식이 깔려있는 언어입니다.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내어본 사람이라면 타인에 대한 자신의 인식태도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필자도 부지불식간에 이런 말이 튀어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거에는 그것을 인식하지도 못했지만, 지금은 그것을 알아차리고 바꾸려고노력한다는 것입니다.
 
타인을 “것”으로 인식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그에 따른 생각과 감정이 연결됩니다. “것”이라는 인식은 상대를 깔보거나 무시해도 될 대상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런 대상이기 때문에 말을 함부로 해도 괜찮을 것 같고, 쉽게 손찌검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것”이라는 인식 위에 “내 것”이라는 소유개념이 더해지게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남들은 안되지만 나는 맘대로 할 수 있는 배타권 권리의식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아이를 벌주고 때리고 심지어 죽여도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또한 아이를 내가 바라는 대로 만들어 보려는 부모의 욕심이 결부되면서 아이가 부모의 삶을 대신 사는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아이들의 삶은 온통 부모가 시켜서 하는 일들로 가득 차게 됩니다. 부모가 시켜서 공부를 하고, 학원에 가고, 피아노를 치고, 학교에 갑니다. 시키는 부모입장에서는 “다 아이를 위해서”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본질은 부모가 원하는 것을 아이가 대신 하게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필자가 짚고 싶은 것은 부모가 이렇게 할 수 있게 만드는 생각과 태도가 무엇에서 비롯되는가 입니다. 그것은 “부모가 나이를 무엇으로 인식하는지”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온전하고 존귀한 존재
여러분은 지금 마음속으로 지극히 존경하는 사람을 한 사람 떠올려보세요. 그 사람을 존경하는 이유와 그 위대함을 느껴보세요. 그리고 그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와 마음이 어떤지를 점검해 보세요. 그에게 말을 건네어 보세요. 당신은 어떤 태도로 말을 하게 됩니까?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행동과 말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지를 분별하는 것은 이렇게 자녀에 대한 부모의 인식과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그 인식은 그대로 자녀의 자아의식에 새겨집니다.
당신의 아이가 세상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로 인식되기를 원합니까? 부모로부터 “것” 또는 “내 것”으로 인식되어 자란 아이는 자라서 사람들로부터 “것”으로 대우받아도 불편해 하지 않습니다. 
부모로부터 온전하고 존귀한 존재임을 인정받으며 자란 사람은 성장해서 세상에자신의위대한 존재감을 드러내게 됩니다. 
 
당신과 가족의 행복한 성장을 응원합니다.
 
 
 
 
 
이성훈 / 브리티시코칭센터 대표코치
shone@ukcoachi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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