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신앙칼럼- 내 영혼의 그발강가

hherald 2017.07.24 15:55 조회 수 : 670

 

BC 597년 바벨론 2차 침공당시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간 유다민족은 그발강가에 대책 없이 정착하게 됩니다. 그발(Kebar River) 강은 에덴동산에서 흘러 내렸던 유브라데 강과 티그리스 강을 연결하는 관개용 운하가 있는 남바벨론의 고대 도시인 닙불(Nippur)과 연결되는 그렇게 크기 않은 샛강입니다. 그곳에 많은 유다 민족들이 강 주변에 원치 않게 둥지를 틀고 바벨론의 감시를 받으며 제한된 삶을 살게 됩니다. 샛강 주변에는 당시에도 공터가 많았습니다. 포로로 끌려온 수용인들에게는 좋은 곳을 내어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갈대와 잡초가 무성한 버려진 땅에 움막을 짓고 살도록 했습니다. 그곳에 머물게 한 것은 물이 있었기에 그 물을 먹으면서 대충 더위를 피하며 살 수 있도록 움막을 짓게 한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불평 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역사에 기록된 특징은 환경을 탓하며 불평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편의 시설이 없는 샛강 주변의 공터에 삼삼오오 몰려 앉아 지도자를 원망하여 심지어는 하나님까지 원망하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습니다. 그러한 집단문화로 정착하여 3년에 육박한 30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보편적 무리의 문화에 휩싸이지 않았던 한 사람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바로 부시의 아들인 에스겔 선지자입니다. (겔1:3)
 
에스겔은 선지자이면서 제사장입니다. 그발강가에서는 제사 직분을 감당할 수 없는 환경이며 그들에게 특별한 종교행위를 할 수 없도록 감시를 당하는 신분이었습니다. 불평하는 백성들, 희망의 그림자조차 찾아 볼 수 없기에 삼삼오오 몰려 앉아 절망을 이야기 하는 강가는 피폐해져만 갔습니다. 맑았던 물은 오염되었으며 갈대숲은 처참하게 짓밟혀 그야말로 거지 움막 촌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러한 영적으로도 현실적으로 처참한 문화 속에서 에스겔은 거룩한 고민을 하지 않을 없게 됩니다. 선지자로서 제사장으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대한 간절하고도 애절한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오염도는 날로 심해서 악취까지 나는 그발강가를 홀로 걸으며 그의 일생에 가장 깊은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그렇게 3년여 가까이 하나님과 밀접한 관계가 무르익었을 때 어떠한 비전도 찾아 볼 수 없었던 그발강가에서 그는 신비 체험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버려진 땅, 절망만이 가득하고 희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그 땅에 하나님은 임재 해 계셨습니다. 하늘이 열리며 하나님을 목도하게 됩니다.(겔1:1) 그때가 유다왕 여호야긴이 포로로 잡혀 온지 5년의 시간이 지났을 때입니다.
 
내 영혼의 그발강가, 전주 중심에 흐르는 샛강을 발견하곤 산책 기도를 합니다. 물은 오염되어 있습니다. 더 이상 흐르지 않아 악취가 났습니다. 갓난아이 다리만한 고기 한 마리가 죽어서 최소한의 형체만 남겨진 채로 부패하고 있으며, 온갖 쓰레기들은 섬을 이루고 있습니다. 주변의 갈대는 한 방향으로 누워 있고 무질서하게 난 잡초들은 앙상한 자기 교만을 뽐내며 말라버린 채 기약 없는 새봄의 생명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변을 거니는 것은 애절한 기도의 몸짓입니다. 썩어서 냄새나는 하천 모퉁이 고인 물을 보면서 떠오른 장면은 에스겔 역시 그발강가를 그렇게 3년 가까이 묵상하며 기도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도 분명 그발강이 오염되어 풍기는 악취를 맡으면서 강가를 거닐며 최고의 기도, 하나님과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해 모든 감각을 전능자를 향해 열어 놓았을 것입니다. 어리석고 비좁은 내 삶을 에스겔 선지자와 비교할 수 없지만 내 인생 역시 전주에 정착한다는 것은 생각해 본적도 없고 계획해 보지도 않았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에스겔은 그발강가에로 옮겨진 것처럼 내 인생역시 그렇게 전주 천 홍선교 다리 밑을 걷고 있게 됩니다. 그발강가에서 제사장으로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습니다. 내 인생역시 목사로서 전주에서는 목사의 직임을 감당할 수 없는 평범한 그리스도인으로서 구걸에 가까운 방문 예배를 드리며 살아갈 뿐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계셔서 나를 이곳 전주에 떨어뜨려 놓으셨다는 확신입니다. 지금은 하나님과의 밀접한 관계를 회복하고 영적 숨고르기를 하며 내 작은 세포 하나까지라도 전능자를 향해 열어 놓는 거룩한 몸짓을 하는 것이 최상의 예배요 기도라 여겨집니다. 그발강가에 봄은 오는가? 홍선교 아래를 흐르고 있는 전주하천, 한쪽에서는 고립된 물이 썩어 냄새나는 그곳에 봄은 오는가?  맑은 물이 공급되지 않아 썩어가는 물에 생명은 공급될까? 에스겔의 고민이 나의 고민이며, 내 고민은 곧 나를 이곳에 정착하게 하신 전능자의 숨겨진 계획에 온전히 순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홍선교를 중심으로 한 전주하천을 내 영혼의 그발강가로 지칭하게 됩니다. 비록 내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그분과 함께 걷습니다. 에스겔이 그발강가를 걸었던 것처럼 내 인생은 홍선교 아래로 흐르는 샛강을 걷고 있습니다.

 

 

박심원 목사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seemwon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499 가족코칭컬럼 “ “그렇게 부모가 된다!” #25나는 어떤 부모인가? hherald 2017.08.07
1498 부동산 상식- 일산화탄소 및 화재 경보기 규정 hherald 2017.08.07
1497 온고지신- 사파와 마교 hherald 2017.08.07
1496 헬스벨- 칼로리를 줄여 살을 뺄 수 있을 것인가 hherald 2017.08.07
1495 헬스벨 -내장 지방이 문제이다 hherald 2017.07.24
1494 이민칼럼- 10년 영주권과 자녀비자문제 hherald 2017.07.24
1493 영국축구출필곡반필면- '별들의 잔치' 제1회 스타 식스 축구 대회 hherald 2017.07.24
» 신앙칼럼- 내 영혼의 그발강가 hherald 2017.07.24
1491 부동산 상식- 이항복집 감나무, 누구의 감나무? hherald 2017.07.24
1490 온고지신- 무림정파 hherald 2017.07.24
1489 헬스벨- 명(命)을 재촉한다 - 위산 분비 억제제(PPI) hherald 2017.07.17
1488 온고지신- 형님먼저 아우먼저 hherald 2017.07.17
1487 신앙칼럼- - 그의 정원에서의 책 읽기 hherald 2017.07.17
1486 부동산 상식- 반려동물과 집 구하기_집주인 편_2 hherald 2017.07.17
1485 가족코칭컬럼 “ “그렇게 부모가 된다!” #24 부모는 아이에게 무엇인가? 2 hherald 2017.07.17
1484 가족코칭컬럼 “ “그렇게 부모가 된다!” #23 부모는 아이에게 무엇인가? hherald 2017.07.10
1483 부동산 상식- 반려 동물과 집구하기_집주인 편_1 hherald 2017.07.10
1482 온고지신- 숲속의 빈 터에선 hherald 2017.07.10
1481 신앙칼럼-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 hherald 2017.07.10
1480 헬스벨- 독성 선스크린의 위협 hherald 2017.07.1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