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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 아이는 어려울까?
부모수업에 참가하는 부모님들이 “부모 공부를 하면서 남의 아이에게는 배운 대로 할 수 있겠는데 내 아이에게는 생각대로 되지 않아요. 아이가 잘못하면 화를 내고 소리 지르게 되죠.왜 내 아이에게는이렇게 마음이 다를까요?”라고 묻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공감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학생들을 잘 다루는 선생님도 집에서는 자기 아이는 어쩌지 못합니다. 그래서 선생보다 부모가 더 어렵다고 하는 것이죠. 왜 남의 아이보다 내 아이는 유독 더 어려울까요?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동일시의 함정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모가 자기 아이를 자신과 분리해서 보지 못하는 문제, 즉 동일시의 함정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나라고 착각하는 것이죠. 그래서 아이가 잘하면 부모가 뿌듯함을 느끼고, 아이가 잘못하면 부모가 부끄럽게 느낍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이런 느낌을 어느 정도 느끼지만, 그것이 심하면 문제가 됩니다. 
여러분은 다음의 문항에 대해 (1)전혀 그렇지 않다. (2)약간 그렇지 않다. (3)중간이다. (4)약간 그렇다 (5)완전히 그렇다 중에서 보기번호를 ( )안에 적어 보기 바랍니다.
1.    아이의 일을 내가 대신해서 한다(  )
2.    아이가 잘못하면 내가 부끄럽다(  )
3.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꾸중을 들으면 화가 난다(  )
4.    아이가 상을 받으면 내가 뿌듯하다(  )
5.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
6.    아이가 무엇을 해내길 바란다(  )
기록한 보기번호의 합을 내어보세요. 아이가 나이를 먹을수록 점수가 낮아져서 12살쯤에는 20점 아래로 내려가고, 18살이 되면 10점 아래로 내려가야 합니다.점수가 그보다 높은가요? 그렇다면 당신도 동일시의 함정에 빠져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 부모가 부끄러운 것이 정상 아닌가요?”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감정상태를 동일시의 잣대로 사용하는 이유는 감정이 인간의 무의식 상태를 드러내주기 때문입니다. 부끄럽다고 느낀다는 것은 부모의 무의식이 아이와 그만큼 일체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부모가 아이와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면, 부끄러움보다는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이 정상입니다.

 

 

누구의 삶을 사는가?
필자가 가끔 학생들에게 “내 인생은 누구의 것이라고 느낍니까?”라고 묻습니다. 그 대답은 “나의 것”, “엄마/아빠의 것”, “친구의 것”,“좋아하는 OO의 것”등 다양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자기 인생을 온전히 ‘나의 것’이라고 답하는 학생은 극히 드물다는 것입니다. 대략적으로 한국의 학생들은 자기 인생의 70%를 부모의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기 인생의 10~20% 정도만 나의 것으로 여깁니다. 이것은 많은 학생들이 ‘남의 인생을 대신 사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참 슬픈 현실이죠. 남의 인생을 살면서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사람의 행복도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이유입니다.그런데 문제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남의 인생을 살게 되면, 사람은 그 빼앗긴 인생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보상받으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그 대상이 누구일까요? 바로 자기 아이입니다. 아이가 자기를 대신해서 무언가를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아이는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갑니다. 이렇게 부모가 자기의 인생을 자식으로부터 보상받으려고 하고, 그 자식은 그렇게 빼앗긴 인생을 다시 그 자식에게 보상받으려고 하는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입니다. ‘인생 뺏기’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죠.

 

 

온전한 삶을 살도록 놔둬주기
부모가 자기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온전히 자기 삶을 살 수 있도록 놔둬주기”입니다. 자식에게 자신의 대를 이어서 무엇을 해주길 바라거나, 내가 한이 맺혔던 무엇을 해 내길 바라는 등의 바램은 모두 그 자식의 온전한 삶을 내가 침범하고 훼손하는 것입니다. 아이는 그 자신이 살고 싶어하는 온전한 삶의 비전이 있으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해 나가는 과정에서 온전한 성공과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이에게 온전한 삶을 선물해 주고 싶지 않으신가요?

 

 

의식적으로 분리하기
그러기 위해서우리는 부모가 된 다음부터 의식적으로 아이와 자신을 분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특히 엄마들은 아이와 자신을 분리해 내기가 더 어렵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서 필자를 찾아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떤 부모님은 왕따시킨 아이들을 찾아가서 혼내주고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훈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부모가 나서는 이유는 아이의 문제를 내 문제로 착각하고 자기가 나서서 문제를 대신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킵니다. 부모가 대신 나서야 하는 수준의 아이는 친구들에게 더 만만하게 보이기 마련이고 더 괴롭히기 좋은 대상이 됩니다.
아이가 왕따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힘들어 하는 아이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아이가 그 일을 이겨낼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응원해주고 믿어주는 것입니다. 그런 응원과 믿음 속에서 아이는 자신을 왕따시킨 아이들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아이가 스스로 하도록 놔둬주는 것이 안돼요! 내가 답답해서.”라고 하는 분이 있습니다.
다음은 그 분과 필자가 나누었던 이야기의 일부입니다.
“지금 주로 어떤 일에 집중하고 있으세요?”
“아이 일이죠. 아이가 학교에서 오면 오로지 아이에게 신경을 써야 해요.”
“아이에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면, 뭘 하고 싶으세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죠. 공부도 하고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요”
“그 일은 지금 어떻게 하고 있나요?”
“거의 신경을 못쓰죠. 아이 때문에..”
“그렇군요.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아이에 집중하느라 신경을 못쓰고, 그러면서 아이가 스스로 하도록 놔둬주는 것이 안 되는군요?”
“그러네요. 아이문제에 제가 과도하게 개입하느라 제 일에 신경을 못쓰고 있었네요.”
“아이를 놔둬주지 못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미루고 있었던 거네요. 아이 핑계를 대면서”
“중요한 발견을 하셨군요! 그러면 지금부터 무엇을 바꾸고 싶으세요?”
“우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더 생각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겠어요”

 

 

내 삶을 온전히 살기
그렇습니다. 사실은 내가 내 삶을 온전히 살고 있지 못할 때 아이의 삶에 개입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를 그냥 놔둬주지 못하고 있다면, 내가 나의 삶을 얼마나 온전히 살아가고 있는 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 속에는 부모로서의 삶도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 부모는 아이의 온전한 삶을 인정하고 그것을지원해주는 부모일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당신과 아이 모두 온전한 삶의 행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아이의 삶을 온전히 인정해 주는 것, 그리고 내 삶을 온전히 사는 것이 참 부모됨의 시작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당신의 가정을 응원합니다.
    

 


이성훈 / 브리티시코칭센터 대표코치
shone@ukcoachi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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