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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내 영혼의 골방 작은 책상 위에 하트 잎을 가진 이름 모를 화초를 꺾어 좋은 흙이 담긴 화분에 심었더니 어느 날 살포시 꽃을 피워냅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현재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신비 그 자체입니다. 꽃을 피워내는 화초를 보면 그 안을 헤집어 꽃의 근원을 찾아보고 싶은 충동이 듭니다. 줄기와 잎에서는 꽃의 형상을 추론해 낼 수 없게 됩니다. 피워진 꽃은 색상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꽃을 보면서 성격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름 모를 화초조차일지라도 준비된 흙에 심겨졌기 때문에 자기의 모양이 아닌 전혀 다른 모양으로 거듭나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건만 내 인생을 돌이켜 보면 너무도 많은 날을 성격대로 물 흘러가듯 살아왔음을 돌이켜 회개하게 됩니다. 

 

 

봄은 생명의 움트는 계절입니다. 일 년 내내 여름만 존재하는 원시림에서는 봄을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거목을 잘라도 듬성듬성 생긴 나이테를 가진 나무는 제목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봄이 소중한 것은 겨울을 통과했을 때에 맞는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겨울은 어떻게 보면 죽음을 방불케 하는 계절입니다. 현대 문명을 살아가는 세대에는 겨울의 고통을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겨울에도 여름철에만 먹을 수 있는 과일을 먹을 수 있으며 실내 난방이 잘 되어서 반팔 옷을 입고 생활하기도 합니다. 계절을 초월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는 기쁨을 헤아릴 수 없게 됩니다. 우리 민족이 봄을 맞는 것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 기뻐할 뿐 아니라 경건하기 까지 합니다. 이유는 긴 겨울이 주는 고통의 무게 때문입니다. 그래서 거의 의식과 같을 만큼 봄을 맞게 됩니다. 봄이 오는 날을 기념하여 대문에 입춘대길(立春大吉) 이란 글을 써서 봄을 환영합니다. 우리 민족에게 봄은 계절의 하나가 아니라 민속신앙과도 같습니다. 

 

봄이 오면 겨울의 남루했던 옷을 벗어 던지는 일을 합니다. 먹는 음식도 달라집니다. 우리의 음식은 묵히고 삭힌 발효 음식이 다수를 이루지만 봄에는 새롭게 돋아난 싹을 먹게 됩니다. 어렸을 때 어른들의 말은 봄에 돋는 새싹 백 개 중에 한 가지만 빼고 아흔아홉 가지는 먹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곤 했습니다. 한 가지는 독이 있지만 그 독도 물에 담그고 삶아서 먹게 되면 해독할 수 있다 했습니다. 봄이 오면 농부가 하는 일은 겨울을 태워 버리고 밭을 가는 일입니다. 겨울을 태워 버린다는 것은 덥수룩하게 덥힌 잡초와 지난 해 농사를 지었던 잔재들을 무더기로 모아 놓고 태우는 일입니다. 불로 태우는 것은 병충해를 소각시키는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 민족이 농사 짓는 방법은 성경을 닮아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에 안주하였을 때 농사를 지어야 했습니다. 조상 대대로부터 목축업을 했으며 가나안에 입성했던 사람들은 농업을 경험해 보지 않은 광야2세들이었기에 농업을 알지 못했습니다. 가나안에는 이미 농사문화가 정착되었는데 그것은 바알과 아세라 우상 문화와 맞물려 있었습니다. 

 

 

백성들에게 가나안 농사법인 바알 문화와 아세라 문화를 받아들이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그들의 농사법은 씨앗을 바닥에 흩뿌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곤 하는 일이 하늘의 신인 바알 남신과 땅의 신인 아세라 여신에게 난잡한 종교적 의식을 행하는 거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나안 농사법은 종교적 의식이었습니다. 땀 흘려 농사하는 것이 아니라 신에게 잘 보여야 만이 농사가 잘 된다는 신관에 얽매여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한 문화 속에서 농사를 알지 못하는 백성들은 그들의 우상 문화를 여과 없이 수용할 것을 경계했던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새롭게 내려진 농사는 밭을 가는 일이었습니다. “여호와께서 유다와 예루살렘 사람에게 이와 같이 이르노라 너희 묵은 땅을 갈고 가시덤불에 파종하지 말라.” (렘4:3) 묵은 땅을 갈아야 하는 것은 땅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심령을 갈아 업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예수께서 씨 뿌리는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길가밭, 자갈밭, 가시밭, 옥토입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옥토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 밭을 가꾸지 않으면 굳어지고 자갈로 가득할 것이며 가시덤불로 밭의 형체를 알 아 볼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을 갈아서 옥토가 되게 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 아니라 사람이 해야 하는 인간의 영역입니다. 옥토가 되게 하는 것은 사람이 해야 하는 신앙생활입니다. 죽음을 방불케 했던 겨울을 지나 새봄에 해야 할 일은 씨를 뿌리기에 앞서 묶은 땅을 기경하는 일입니다. 그곳에 씨앗이 뿌려 졌을 때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가나안 토착 종교인 바알과 아세라 문화는 사람이 하는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즉 땅을 기경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앙인들이 해야 하는 일은 땅을 기경하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마음의 밭을 갈아 옥토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친히 내 마음 밭을 갈아 주시는 것이 아니라 내 인격을 다해 땀 흘려 순종함으로 굳어진 마음 밭을 갈아야 하는 거룩한 순종입니다. 

 

 

박심원 목사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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