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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한국은 OECD국가 중 가장 노인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에 노인들의 행복도는 가장 낮은 국가로 꼽힙니다. 필자가 노인대학 같은 곳에 강의를 나가서 “얼마나 행복하세요?”라고 물으면, “살기 힘들다”, “사는 것이 고역이다”라는 대답을 가장 많이 듣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드세요?” 라고 물으면, “자식들 뒷치닥거리 하느라고 힘들지!”라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부모들은 자식을 다 키워 놓아도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맞벌이하는 자식들을 위해 손주들을 대신 돌봐주어야 하고, 김치도 담가주어야 하고, 직장이 없는 자식, 이혼한 자식들 때문에 경제적, 시간적, 감정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 많습니다. 자식에게 모든 것을 다 바치다 보니, 정작 자신의 노후준비를 못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죽을 때까지 자식의 굴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삶을 사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노인들의 현실입니다. 

 

 

부모가 지은 죄
필자는 자식들 뒷치닥거리에힘들어 하는 노인들께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아세요?” 라고 자주 묻습니다. “글쎄 왜일까?” 라고 되물으면 “지은 죄가 있어서 그런 거죠!”라고 말해줍니다. 이 말을 듣고“맞아! 그렇지”라고 탄식하는 노인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이 분들은 자식에 대한 죄의식 때문에 자신이 힘들게 살 수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무슨 죄?”라는 궁금증이 생길 것입니다. 
오늘은 ‘부모가 자식에게 저지르기 쉬운 원죄’에 대하여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꼬여버린 관계의 매듭
아이가 성장하면서 “나 OO할거야”라고 말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나 친구랑 놀거야”, “게임할거야”, “이담에 커서 가수 될 거야”, “축구선수 될 거야” 등등 ‘자신의 무엇을 하겠다’ 또는 ‘무엇이 되겠다’는 말을 합니다. 때로는 “나 공부 안할거야”, “집 나갈거야”, “학교 안다닐거야”와 같은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 당신이 부모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럴 때 “안돼”, “시끄러”, “넌 공부나 해”,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해”라고 말하는 부모라면 당신은 꼼짝없이 ‘부모가 저지르기 쉬운 원죄’에 사로잡히는 것입니다. 그 순간 부모인 당신과 아이와의 관계의 매듭은 꼬여버리고, 그것은 평생 풀기 어려운 굴레가 됩니다. 

 

선택권을 빼앗긴 아이
아이든 어른이든 어떤 선택을 할 때는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선택한 사람이 지게 됩니다. “가수가 된다”라는 선택을 한 아이는 그 선택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책임을 질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안돼”라는 대답을 듣는 순간 아이는 자신의 선택권을 박탈당하게 되고, 부모는 아이의 선택권을 가져가는 대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모두 떠안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일들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우리 무의식 속에서 전개되는 현상입니다. 아이의 무의식에는 “나는 선택권이 없어! 엄마, 아빠의 말을 따를 수 밖에. 내 인생은 나도 어쩌지 못하는 구나. 엄마 아빠가 책임지겠지”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됩니다. 이러한 무의식 작용은 학교에 가지만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주어진 일을 대충대충하고 책임지기를 싫어하는 행동성향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런 아이의 무의식에는 “엄마(아빠)가 시켜서 한 거잖아. 그런데 나보고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공부를 하는 것도 부모가 시켜서 하기 때문에 자신은 책임이 없습니다. 아이는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해주는 사람’이 됩니다. 실제로 필자가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자기가‘공부하는 사람’인지, ‘공부해주는 사람’인지를 물어보면 70% 정도의 아이들이 스스로를 ‘공부해주는 사람’이라고대답합니다. 누구를 위해서 일까요? 당연히 부모를 위해서겠죠. 아이들이 부모에게 ‘해주는 것’은 비단 공부 뿐만이 아닙니다. ‘학교에 가주기’, ‘학원에 가주기’, ‘책상에 앉아주기’ 등등 자신의 선택이 아닌 부모의 요구에 따라서 할 수없이 해주는 일들이 많습니다. 남을 위해서 무엇을 해주면서 아이는 그 일보다는 그에 따르는댓가에 더 큰 관심을 갖습니다. 친구와 놀거나 게임을 하는 시간, 갖고 싶은 옷이나 장난감, 최신 스마트폰 등 보상이 있어야 부모가 원하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이러면서 아이는 점점 자신의 인생을 준비하는 공부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어지고, 자기 인생을 부모가 책임질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됩니다.

 

부모가 떠안은 책임
아이들의 무의식에 자기 삶에 대한 무책임과 무관심이 커지는 동안, 부모의 무의식 속에는 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아이에게 자신의 선택을 강요한 부모는 그 아이의 인생에 대한 무한 책임의식을 갖게 됩니다. 아이의 인생을 자기가 선택했기 때문에 그 선택에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무의식의 함정에 빠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를 아침에 깨우고, 옷을 입혀서 학교에 보내고, 학원에 데려가서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입시준비와 대학 입학원서 쓰는 일까지 다 부모가 발벗고 나서서 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이런 일들은 원래 아이스스로 해야 할 일들인데도 말이죠. 부모는 아이 인생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다 부모인 자신의 선택의 결과라는 인식 때문에,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만들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입니다. 그러나, 남의 선택에 따라서 사는 삶이 행복하거나 성공적이기 어렵습니다. 부모 말을 잘 따르던 아이가 갑자기 무기력해 지거나, 엉뚱한 선택을 고집하는 일이 생깁니다. 학교를 그만둔다거나, 집을 나가버리거나, 직장을 그만둔다거나, 엉뚱한 사고를 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죠. 아이는 부모의 선택에의해 강요된삶을불평하면서“엄마(아빠)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내 인생 책임져!”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보냅니다. 이것이 바로 ‘부모가 저지른 원죄’의 결과입니다. 아이의 삶을 부모 뜻대로 만들려던 부모는 평생 아이의 인생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모든 일을 책임져야 하고, 특히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는 죄책감을 갖게 됩니다. 그 결과 평생 자식들 뒷바라지하면서 살게 되는 것입니다.

 

굴레에 빠지지 않기
이러한 죄의식과 굴레에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모는 어려서부터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지도록 안내해 주는 것이 부모의역할입니다. “가수가 된다”, ‘축구선수가 된다”는 얼토당토 하지 않은 주장도 다 인정해주세요. 중요한 것은 가수나 축구선수가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아이가 경험하고 배우게 되는 것들입니다. 이것은‘결과’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부모의 깨어있는 의식에서 출발합니다. 부모가 아이를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게 하는 도구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부모의 진정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었을 때, 아이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을 지는 과정을 통해 성공의 길로 걸어갈 것입니다. 그 때 비로서당신도당신의 삶에서자유함을누리게 될 것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당신의 가정을 응원합니다.
    

 


이성훈 / 브리티시코칭센터 대표코치
shone@ukcoachi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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