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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부터 런던의 서머셋하우스에서 스탠리큐브릭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스탠리큐브릭과의 몽상(Daydreaming With Stanley Kubrick)'이라는 제목이 그럴듯 하다. 최고의 거장 반열에 올라있는 미국의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
(1928~1999)의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거나 차용해온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화가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하고 있다.

 

 

큐브릭은 영화사상 가장 혁신적이었던 감독중의 하나로 평가 받는다. 스티븐스필버그나 조지루카스, 제임스카메론이나 리들리스톳같은 이 시대 최고의 거장들이 한결같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감독으로 꼽고 있다. 흔히 SF감독으로 인식되는 큐브릭은 '오손웰스 이후로 가장 상상력이 풍부한 각본과 촬영을 보여준 감독(타임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를 SF감독으로 오해하게 해주는 대표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를 비롯하여, 디스토피아 영화의 걸작 , 블랙코메디의 새지평을 연 , 공포영화의 전설이 된 , 역사대작 , 전쟁영화  등이 그의 작품이다. 흔히 '감독들의 감독'이라고 불릴정도로 혁신적인 영상미와 테크닉적 완성도를 보여준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는 방대한 영화적 감수성을 보여준 영향력 지대한 인물이다.

 

 

런던은 그가 말년을 보냈으며 1999년 향년 71세로 사망한 곳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회는 그간 있어왔던 큐브릭전과 달리 그의 영화에 의해 탄생한 미술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기획이다. 영화가 예술의 중심을 향해 다가서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그것은 기대와 불안을 함께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예술인가 아닌가하는 논쟁 속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영화가 어느새 예술의 맏형뻘인 미술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필자로서는 놀라웠다. 이른바 영화의 자격논쟁, 즉 영화가 예술이 될수 있는가에 대한 끝없는 의문이 제기된 것은 예술의 고고한 입장에서 볼때 눈에 거슬리는 영화의 몇가지 결격사유 때문이다. 

 

먼저 영화의 일천한 역사가 그렇다. 고작 1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영화다.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인류와 영욕을 함께 했던 미술이나 음악, 문학의 입장에서 볼때 영화란 근본없는 서자같은 것이다. 아버지가 밖에서 낳아온 자식을 집에 데리고와 형이라고 부르라고 강요 한다면?,의 반응이 없을수 없었다. 

 

게다가 영화는 빠른 시간 동안 비약적 발전을 이루어냈다. 거대한 자본과 뛰어난 인력, 첨단의 기술들을 끌어모으며 놀라운 파급력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기존 예술의 입장에서 볼때의 영화의 반예술적 풍모다. 즉 영화의 속도감이 예술보다는 과학에 가깝지 않은가하는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낸 기발한 오락의 하나로 세상에 등장하였던 것이 영화이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는 그 놀라운 파급력이나 소통력만큼이나 많은 하위장르들을 거느릴수밖에 없다. 즉 영화를 표방한 수많은 수준이하의 작품들이 존재해야하는 숙명을 말함이다. 이점에 대해 들뢰즈는, 영화의 경제적 산업적 성격상 다른 분야에 비해 형편없는 작품의 수가 많은것 처럼 보이지만 결코 다른 분야보다 심한것은 아니라는 변론을 한바 있다.

 

영화를 기존 예술의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것에 대한 비판은 벤야민의 '복제 예술'이라는 개념에 의해 개진되었다. 전통적 가치 청산의 개념없이 사진이나 영화같은 복제가능한 예술을 설명할수 없다는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이런 예술 정의의 혼란의 시대에 열린 이번 큐브릭전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그것은 큐브릭이라는 대중성과 예술성, 두마리 토끼를 함께 잡은 몇 안되는 감독이었던 한 예술가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영화라는 것이 이제 얼마나 심각하게 인간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가, 라는 화두에 대해 답하고 있는 징후의 하나로 받아들여져야 할것이다.

 

스튜어트 헤이가스(Stuart Haygarth)는 불켜진 전기난로들로 탑을 만들었다. 잭니콜슨의 명품연기가 유명한 '샤이닝'의 전기난로를 떠올리게 한다. 불타는 모텔 장면이 오버랩되는 전기난로 탑이다.

마크 퀸(Marc Quinn)은 사회성 강한 유화작품 3점을 배치하고 있다. 보색대비같은 강렬한 색감을 즐겼던 큐브릭의 영상미가 주는 세상에 대한 잔인한 시각을 연상케하고 있다.

 

라인 포시스와 제인 폴라드(Lain Forsyth & Jane Pollard)는 114대의 아날로그 라디오를 배치시키고 있다. 라디오들은 '샤이닝'이나 '시계태엽오렌지'의 사운드트랙을 편곡해 넣었거나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녹음한 것들이나 잡음을 내장하고 있다. 

 

더그 아이트켄(Doug Aitken)은 사면이 거울인 방 가운데 백색전화를 배치하고 있다. 미소 냉전시대의 핵공포를 풍자했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오마쥬로 보인다. 사라진 시대의 긴장, 그것은 마치 박물관에 전시된 고대의 흉기처럼 보이지 않는 공포심로 점철된 인류의 훈장이다.

 

이번 전시회를 보면서 완벽미를 추구했던 스탠리큐브릭의 영화들이 후배 화가들에게 준 영감들은  뜻밖에 다양하다는 걸 확인할수 있었다. 영화가 주는 인간 상상력의 확장에 어느정도의 불만을 지니고 있는 편이다. 특히 공포라는 측면의 망상에 이르면 영화적 상상력은 허접이라고 생각해 왔다. 평생 만나지 않아도 좋을 공포를 영화는 인간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큐브릭과의 몽상 속에서 화가들은 그런 보이지 않는 공포와 싸우고 있었다. 영화는 인간세상의 전통 예술개념을 바꿀 만큼의 위력적 미디어이면서 공포로 점철된 인류의 예술적 발명품이다. 그 영화적 공포와의 싸움을 통해 몽상가인 예술가들은 새로운 상상력의 영역을 개척해내고 있다. 

 

최동훈

Coombehi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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