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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여자의 지조는 그의 남자가 빈털터리가 되었을 때 드러나고, 남자의 지조는 그가 모든 것을 가졌을 때 드러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회식에서 영국 배우인  로완 엣킨슨(미스터 빈)이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불의 전차' 주제곡을 연주하는 연출이 있었다. 

엘리자베스 여왕 탄생 90주년인 올 해, 자주 듣게 되는 '신여여, 국왕(여왕) 폐하를 지켜 주소서(God Save the King(the Queen)'가 대영제국의 공식 국가이다. 반면 엘가가 작곡한 '위풍당당 행진곡' 에 나오는 '희망과 영광의 땅'은 잉글랜드의 국가(國歌)이다. 그러나 실제 잉글랜드인들이 사랑하는 비공식 국가가 있으니...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의 '그옛날 그들의 발자취'라는 그의 서사시 한 대목 가운데 곡을 붙인 잉글랜드인들이 각종 스포츠 경기에서 즐겨 부르는 '예루살렘(Jerusalem)'이 바로  그 곡이다.
  
 
그 옛날 그들의 발자취가
정말로 잉글랜드 산천의 수풀을 지나쳤을까
그리고 하느님의 어린양께서
잉글랜드의 아름다운 초원에 나타나셨을까!
그리고 하느님의 얼굴이
우리의 구름 낀 언덕 위에 빛났을까?
그리고 예루살렘이 이 땅에 세워졌을까,
이 음침한 사탄의 맷돌들 사이에서?
내 불타는 황금의 활을 가져오라:
내 욕망의 화살을 가져오라:
내 창을 가져오라:오 구름이 걷히네:
내 불의 전차를 가져오라!
나는 내 영혼의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내 손의 검을 쉬지 않으리
예루살렘이
잉글랜드의 푸르고 아름다운 대지 위에 세워질때까지
 
1916년 1차 대전의 발발로 영국에 위기가 닥쳤을 때, 영국인들에게 용기를 북돋우고 있던, 기독교 사상 위에 사회주의 색채를 띠고 있는 블레이크의 이 시에  휴버트 페리가 곡을 입혀 '예루살렘'으로 탄생된 것이다. 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할아버지인 조지5세(최근 킹스 스피치라는 영화의 주인공)도 '에루살렘'이 공식 국가인 '신이여, 왕을 지키소서'보다 뛰어나다고 평한바 있다.
 
'불의 전차(Chariot of fire)'는 '예루살렘'에 등장하는 싯구로 에릭 리델과 헤럴드 아브라함이라는 두 영국인 육상 선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이다. 1981년 당시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하여 음악상, 각본상, 의상상 등 아카데미 전 부분을 휩쓸다시피 한 불의 전차가 한국 영화관에 걸리기까지 3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2016년 6월 16일, 바로 지난주였다.(티비에서는 새해 심야영화특집으로 몇 차례 방송된 바 있다.)
 
한반도 전역에서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했던 3.1 운동이 일어났던 1919년, 영국 켐브리지 대학에 유태인 고리대금업자 아들인 헤럴드 아브라함이 입학한다. 유태인으로서 당해야 했던 사회적 멸시와 편견을 없애기 위해 영국 육상 대표선수가 되어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는 것을 자신의 꿈으로 삼고 있던 헤럴드, 이 무렵 스코틀랜드 시골 출신 에릭 리델은 각종 육상대회에서 우승을 휩쓸며 차기 올림픽 영국 대표로 물망에 오른다.
 
파리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도버를 건너던 선상에서 자신이 출전하는 개주가 일요일에 열린다는 소식에 신앙심 깊은 에릭은 갈등에 쌓이고... 결국 일요일 성수를 지키기 위해 경기를 포기하기로 한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가 출전을 포기하자 그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던 영국인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조국의 명예를 버린 자' '신앙심을 내세운 위선자 등등...그럼에도 에릭은 주일예배에 참여하여 성수를 드렸다.
 
출전을 포기한 그의 주 종목인 100m에서는 절친한 동료였던 헤럴드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에릭은 자신의 주종목이 아닌 200m에서 동메달과 400m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자 영국인들의 비난은 영웅에 대한 찬사로 급변한다. 올림픽이 끝나고 자신이 태어났던 중국으로 돌아가 선교사로 활동하던 에릭은 중,일 전쟁 당시 일본군에 체포돼 수용소에서 사망하였다.
 
영화 마지막 대목에는 그의 동료였던 엔드류 린지가 에릭에 대한 추모사가 나온다.
"그는 위대한 지도자나 사상가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뛰어난 목사나 신학자도 아니었지만, 그는 신앙의 원칙을 지킨 사람입니다. 그는 인생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그것을 실천한 사람이었습니다."
 
불과 몇십 시간 후면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할 것인가. 잔류할 것인가가 결정 날 것이다. 
'여자의 지조는 그의 남자가 빈털터리가 되었을 때 드러나고, 남자의 지조는 그가 모든 것을 가졌을 때 드러난다.'고 많은 사람이 경제논리를 내세워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유럽 잔류 시 몰려 들어올 터키인들에 대한 불안감 또한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탈퇴 주장에 크리스찬들이 있다는 것이 '환난 날에 알곡과 쭉정이를 구별한다.'라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사도 바울이 목숨을 걸고 예수를 전했던 터키가 어쩌다 99%의 이슬람 국가로 변했는가.
 
십자군 전쟁 당시 유럽에서 몰려갔던 예수팔이들이 같이 예수를 믿고 있던 터키인들에게 저지른 만행에 터키인들은 좌절과 분노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저들과 내가 믿고 있는 신이 같은 신인가? 저들의 만행을 용납하는 신이라면 나는 믿지 않겠다.'라며 돌아섰던 사람들 아닌가. 
 
경제논리를 앞세워 이슬람인들을 배척하려 하는 그리스도인들, 왜 이들은 이슬람으로 돌아선 사도바울의 제자들을 다시 예수의 도로 설득하지 못하는가? 미래의 두려움 때문에 유럽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은혜와 평강이 내 새끼들에게만 넘치도록 해주십사.' 예수가 통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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