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은 애플데이(Apple Day)다. 그런 날도 있었나 궁금해하겠지만 애플데이가 제정된 것이 벌써 10년 전이다. 사과를 먹는 날이 아니라 직장이나 가정에서 `나로 인해 마음 아팠을 사람`에게 사과하는 날이다.
사과(Apple)와 사과(謝過)는 동음이의어다. 한국말의 맛깔스러움을 그대로 살려 의미 있는 날을 만들었다. 미안한 마음을 사과를 주며 용서를 빌고 화해한다는 취지의 애플데이가 10월 24일인 것은 다 이유가 있다. 10월에 애플데이를 잡은 것은 사과가 가장 맛있는 계절이기 때문이고 24일은 '둘(2)'이 서로 '사(4)'과하고 화해한다는 의미로 정했다.
그러고 보면 사과는 인류 역사를 바꾸는 데 참 많은 역할을 했다. 잘 아는 얘기지만 아담과 이브의 사과,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파리스의 사과, 자유와 독립을 의미하는 빌헬름 텔의 사과, 만류인력을 발견한 뉴턴의 사과, 내일 세상이 멸망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자의 사과, 난쟁이와 왕자의 연인이면서 전 세계 어린이의 연인이기도 한 백설공주의 사과. 그리고 얼마 전 유명을 달리한 스티브 잡스의 애플까지... 사과는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을 바꿨다.
애플데이도 작고 느리지만 세상을 바꾸는 또 하나의 사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2002년 애플데이가 제정되고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화해와 용서를 하는 이날을 계속 알려 학교폭력을 줄이는 효과를 보고 있으며, 농협이 앞장서 벌인 사과 나눠주기 행사 덕분에 작황 부진 등으로 고생하는 사과 농가의 경제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워낙 알지 못하는 기념일이 많아 어떨 때는 한심하고 성가실 지경이지만 애플데이를 보니 기념일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발렌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처럼 원래 의미가 이상하게 변색된 기념일이나 상업적으로 만든 잡스러운 기념일에 비하면 애플데이는 취지와 의미가 훌륭하다.
나로 인해 마음 아팠을 사람을 한 번쯤 생각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이날은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것. 사과(Apple)로 사과(謝過)의 마음을 전하는 것. 흔한 말로 사는 것이 죄라는데 나로 인해 마음 아팠을 사람을 위해 일 년에 한 번쯤 이런 정화의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10월 24일은 애플데이(Apple Day). 10월 24일은 사과(謝過)의 날. 이날은 진심 어린 사과(謝過)가 담긴 맛있는 사과(Apple)가 영국의 한인사회에 바쁘게 배달됐으면 좋겠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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