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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성폭력과 성폭행의 차이를 아시는지. 한국에서 성평등가족부 주도로 '여성 폭력 사건 보도 권고기준'을 다음 달부터 시행하는데 여성 폭력 사건을 언론에서 보도하면서 잘못된 표현이라서 고쳐 사용하자는 내용에 성폭력과 성폭행의 차이를 알고 가려서 쓰자는 것이 나온다. 한국의 룰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영국에 사는 우리도 잘못된 표현은 쓰지 말고 고쳐 사용할 말을 알고 쓰자고 여러분에게 요청한다.

이번 권고기준을 보면 우선, 성폭행 대신 성폭력이란 말을 사용하자고 했다. 성폭행은 물리적 폭행을 수반하는 성폭력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 성폭력으로 대체하자는 것. 성폭행은 폭행이나 협박해서 강제로 성관계를 맺는 행위다. 강간과 강간미수를 포함해 상대의 동의 없이 성관계를 강요하는 것이라 영어권에서는 성폭행 = Rape의 인식이 강하다. 성폭력은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등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 '성을 매개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이뤄지는 모든 가해행위'를 뜻한다.

 

그래서 영어권에서 성폭력 = Sexual Assault가 쓰인다. 영어권 신문에서 성범죄가 발생하면 범죄 특성상 구체적인 범죄 묘사를 피하고자 Sexual Assault란 단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 성희롱은 직장에서 상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는 언동을 하거나 이같은 요구 등에 불응 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뜻한다. 성추행은 자신의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해 타인이 성적인 수치심을 느끼도록 하는 행위를 뜻한다. 즉 성희롱은 성적 수치심이 들게 하는 것이고 성추행은 신체적인 접촉까지 포함한 것이다. 영어에서는 이를 모두 Sexual harassment라고 해서 한국보다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또한 '데이트 폭력' 대신 '교제 폭력'을 쓰자고 권고한다. 자극적이거나 모호한 단어를 사용하면 가해자의 책임을 가볍게 보이게 하거나 본질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인 걸로 보인다. 가령 '꽃뱀'이란 단어는 무고죄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이 고정된 것이 아님에도 여성을 특정해 지칭하는 단어다. 여성 혐오적 표현이라며 사용 자제를 당부했다. 
이 밖에도 표현을 자제해 달라는 말이 많다. '○○녀', '○○남', ''검은 손', '나쁜 입', '몹쓸 짓', '짐승', '발바리', '성 추문', '성관계', '더듬는', '더러운 욕망', '사랑싸움', '구애', '짝사랑', '충동적', '부적절한 관계', '성노예' 등등...

 

여성 폭력 사건을 듣고 보고 대하면서 갖는 우리 스스로의 자세를 돌아보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여성폭력 사건을 그냥 은유적으로 '몹쓸 짓'이라 단순화해서 성폭력의 본질을 담아내지 못하거나, '충동적'이라면서 가해자의 관점에서 범죄 행위를 보지는 않았나 하는 반성 말이다.

 

한국에서 여성은 13시간 반마다 한 명꼴로, 남편이나 남자 친구와 같은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목숨을 잃거나 잃을 위기에 처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성평등 의식을 높이는 데 중요한 건 단지 말과 글뿐만이 아니다. 그래서 말과 글부터라도 이제,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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