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한국, 대전에 있는 빵집 성심당의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축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새해 벽두에 알려졌다. "성심당이 지난 세월 동안 ‘모두를 위한 경제’ 모델에 입각하여 형제애와 연대적 도움을 증진하고자 시민 공동체와 교회 공동체,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이루어 낸 중대한 사회적, 경제적 업적에 깊은 치하를 보냅니다"라는 교황의 축하 메시지를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한국 방문길에 직접 가져와 성심당에 전달했다.
성심당은 1956년 시작했다. 함경남도 함흥이 고향인 독실한 천주교 신자 임길순이 만들었다. 그는 1950년 12월 흥남철수작전의 피난민으로 미국 민간 화물선 ‘메리디스 빅토리’를 타고 월남했다. 1956년 서울에 가서 뭔가 해 먹고살려고 가족을 데리고 기차를 탔는데, 고장이 나서 대전에 내려야 했다. 대전 시내 어느 성당에서 미국 구호품인 밀가루 두 포대를 받아 찐빵을 만들어 대전역 앞에서 찐빵 노점상을 했다. 성심당의 시작이 된 찐빵이었다.
성심당 창업자는 미국 화물선을 타고 월남했고, 미국 구호품 밀가루로 처음 빵을 만들었으니, 미국과 인연이 깊다고 하겠다. 축하 메시지를 보낸 레오 14세 교황은 미국 시카고 출생이다. 1955년 생이니까 성심당이 생긴 1956년과 비슷하다.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 성심당의 사훈인데 사훈처럼 윤리적 경영의 우호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창업주 시절부터 그날 만든 빵은 그날 다 소비하는 원칙으로 임했고 팔다가 남은 빵이 있으면 전쟁고아, 노숙인, 동네 어르신,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빵 기부는 지금까지도 성심당의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온다. 어떤 날은 빵이 워낙 잘 팔려 기부할 양이 없어 빵을 더 만들었다고 한다. 레오 14세 교황이 칭찬한 ‘모두를 위한 경제 Economy for All)'는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이 성장의 결실을 나누고 기회를 보장받는 포용적 성장을 의미한다. 이번에 보낸 축하 메시지도 그런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는 '가톨릭 색채의 기업'에 대한 축하라고 하겠다. 매출 이익의 15% 정도를 직원 성과급으로 줄 만큼 직원 복지 수준도 높다고 한다.
대전 시민들이 생각하는 대전을 상징하는 브랜드는 한화이글스보다 성심당이 압도적이다. 성심당은 대전에만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가 조사했더니 대전 관광객의 추천 여행지는 '성심당', 대전 관광객의 선호 음식은 '성심당 빵', 대전 관광객의 선호 기념품은 '성심당 빵', 대전 관광객의 주요 방문 여행지는 '성심당'이었다. 단순히 영국에도 활발히 확장한 파리바게트와 같은 프랜차이즈 빵과의 대척점에 서면서 생긴 브랜드 가치와 신용이라고만 표현할 수 있을까.
성심당은 철저하게 분점을 내지 않는 데 몇 년 전 임영진 성심당 2대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대화 중 "나중에 통일이 된다면 평양 혹은 함흥에는 분점을 낼 생각이 있다."라고 했다. 통일이 되면, '성심당 함흥점'이나 '성심당 평양점'은 가능하겠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교황이 KTX로 이동하며 아침 식사로 성심당의 빵을 먹었다. 성심당 창립 60주년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친필 사인이 적힌 '성 그레고리오 대교황 기사단 훈장'을 성심당에 수여했다. 성심당이 교황에게 빵을 주고 받은 게 아니라 60년이 넘게 불우한 이웃에게 빵을 기부해 온 정신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70주년을 맞아 전해진 레오 14세 교황의 성심당 축하 메시지도 70년이 넘게 불우한 이웃에게 빵을 기부해 온 나눔의 정신을 인정한 것이다.
성심당의 '튀김소보로'만큼 맛깔난 새해 소식이었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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