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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종사를 보살피옵소서"

hherald 2025.10.06 16:39 조회 수 : 1

 

지난해 김건희 씨가 외국인들과 통역사를 데리고 종묘에서 '차담회'를 가져 지금 특검에서 이 건도 조사 중이다. 초청한 외국인은 김 씨가 코바나컨텐츠 대표 시절 전회시를 열었던 화가의 가족들로 지극히 사적인 관계였다. 차담회 전날 국가유산청 직원들에게 영녕전을 대청소시키고 망묘루로 냉장고를 옮겨왔다. 김 씨 일행은 종묘가 문을 닫는 화요일에 소방문을 통해 차를 타고 들어왔다. 영녕전 내부를 볼 수 있도록 비공개 공간인 신실 1칸을 개방했고, 영녕전을 거쳐 망묘루로 이동해 차담회를 했다. 차담 시간 중에는 CCTV 가동도 중단했다. 가히 왕이다. 아니, 조선시대 왕들도 해보지 못한 호사였다.

 

종묘(宗廟)는 조선 시대의 역대 왕과 왕비 및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주(神主)를 모신 조선 왕실, 대한제국 황실의 유교 사당으로 국가 사적이며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김 씨 일행이 둘러본 영녕전(永寧殿)은 종묘의 일부로 대한민국의 보물로 지정된 곳이다. 영녕전이라는 이름은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나라가 길이 평안하게 후손에게 물려지리라’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인데 세종 3년에 처음 건립했다. 
김 씨 일행이 영녕전의 신실 하나를 개방해 구경했다는데 종묘 안에서도 가장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지는 신실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는 곳이라 평소 관람은 물론 출입마저 제한된 의례 공간이다. 신실의 안쪽에는 왕과 왕비의 신주를 봉안한 신주장을 두고 양옆에는 의례용 상징물인 어보(御寶)와 어책(御冊)을 보관하는 보장(寶欌)과 책장을 배치한다. 그 앞은 제사를 지내는 공간이다. 영녕전의 신실은 매년 5월 첫째 주 일요일 종묘대제와 11월 첫째 주 토요일에 봉행하는 추향대제 등 큰 제사가 있을 때, 1년에 2번만 문이 열린다. 

 

쉽게 열리지 않는 신성한 공간이 김건희 씨의 개인 카페 행사를 위한 눈요깃거리로 이용된 것이다. 특히 종묘 내에는 신실을 재현한 공간이 있는데, 그곳이 아닌 실제 신실을 개방했다니 스스로 말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권력 남용에 참담한 심정이다. 

 

종묘와 사직. 함께 자주 쓰는 말인데 사직은 토지를 지키는 신인 '사(社)'와 곡식을 지키는 신인 '직(稷)'을 통칭하는 말이자 이들에게 드리는 유교식 제사를 말한다. 임금이 경복궁에서 남쪽을 향해 앉으면 종묘는 왼쪽, 동쪽에 있고 사직은 오른쪽, 서쪽에 있다. 중요한 것은 종묘와 사직, 이 둘을 떼지 않고 종묘사직이라 부르고 이는 곧 나라를 의미했다.

 

사극에서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임금에게 신하가 "전하 종사를 보살피옵소서"라는 말을 한다. 여기서 말하는 종사는 종묘와 사직이다. 신하들이 목청 높여 종묘와 사직을 보존하라는 외치는 것은 곧 국가를 보존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종묘를 개인 카페로 알았던 사람과 그의 사람들. 과연 종사를 알고, 종사를 보살피는 것이 어떤 것인 줄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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