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단상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중 남자 단식 준결승 경기가 한창인데 한 여성이 코트에 난입했다. 그는 자신의 목과 테니스 네트를 철끈으로 묶었다. 이 여성이 입은 티셔츠에는 '이제 우리는 1,028일 남았다'(WE HAVE 1028 DAYS LEFT)라고 적혀 있었다. 1,028일 남았다는 것은 '기후 변화에 대한 유엔의 보고서’를 언급한 것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성 메시지였다. 환경운동가인 이 여성은 "기후 비상사태에 직면했는데 아직도 위험을 모르고 대처하지 않아 이를 일깨우려고 경기장에 들어갔다"고 자신이 속한 단체의 홈페이지에 알렸다.

 

정말 지구의 운명은 얼마나 남았을까. 이를 한눈에 보여주는 '지구 종말 시계'라는 것이 있다. 운명의 날 시계(The Doomsday Clock)라고 한다. 1947년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시카고대학 과학자들이 격월로 발행한 잡지 표지에 시계 그림을 실은 것이 처음이다. 핵전쟁으로 인류가 사라지는 시점이 자정인데 처음부터 23시 53분으로 자정 7분 전이었다. 소련이 핵실험을 한 1953년에는 자정 2분 전까지 갔다가 거의 모든 나라가 핵 확산 금지 조약에 서명했던 1972년에는 자정 12분 전으로 상태가 좋아지면서 멀어졌다. 가장 멀었던 때는 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종결된 1991년으로 시계 바늘이 23시 43분 즉, 자정 17분 전을 가리켰다. 현재까지 지구 종말에서 가장 멀었던 때다. 지구 종말 시계는 처음 핵무기만 고려했으나 2007년부터 기후변화 관련 사항도 반영해 2015년 기후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고 자정 3분 전으로 평가했다. 2022년을 시작하면서 자정까지 100초 남아있다고 했다. 시계가 생긴 이래 지구 종말인 자정에 가장 근접한 시간이다. 공식적으로 초 단위를 사용한 것도 처음이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것, 세계적으로 심각한 가짜뉴스, 코로나19 팬데믹 등이 시간을 앞당긴 것이다. 째각째각 100초라니.

 

'지구 위기 시계'는 우리가 지금처럼 이렇게 계속 산다면 지구의 남은 시간을 보여준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산업화 이전(1900년 이전)보다 1.5도 상승하기까지 남은 시간인데 1.5도는 우리가 기후재앙을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사이트에 들어가면 남은 시간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데 계속 줄어들고 있다. (독일 메르카토르 기후변화연구소 MCC 사이트 https://www.mcc-berlin.net/en/research/co2-budget.html에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6월 4일 저녁 현재, 24년 10월 26일 2시간 2분 40초 남았다. 

 

이 밖에 환경전문가들이 느끼는 인류 생존의 위기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환경 위기 시계'도 있다. 지구환경 파괴에 따라 전문가들이 느끼는 위기감, 지구 환경의 악화, 지구의 오염 심각성 정도를 표현한 것으로 하나의 환경오염지표라고 할 수 있다. 시계는 0시~12시까지 있다. 0시에 가까우면 오염이 안 돼서 살기 좋고, 12시에 가까울수록 오염되어 살기 나쁘다. 지난해 세계 평균 시각은 9시 42분, 한국은 9시 38분이었다. 위험해서 멈춰야 할 때라는 경고다.

 

지구가 건강하다고 오래 살 수 있다고 알려주는 시계는 없다. 자정으로, 정각으로, 종말로, 시계는, 시간은 가까워지고 있다.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에 난입한 환경운동가도 이를 경고하려 했다. '1,028일 남았다'고 알리고 싶었던 그의 시간은 종말까지의 시간이 아니라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의 시간을 말한 것이 아닐까. 지구의 시간이란 우리에게 남은 기회의 시간이 아닐까. 오늘, 시간의 여운이 참 진하다.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