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단상

영국의 한인회장과 한인회원들, 런던한국학교의 교장과 학부모들이 주영국대한민국대사관 앞에서 '교육기금 문제를 해결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과거 자료를 훑어봐도 주영대사관 앞에서 한국인이 시위를 한 사례를 좀처럼 찾기 어렵다. 그런데 이 사실, 사건이 기사가 되지 않았다. 영국에 나온 한국 특파원들에게는 뉴스의 무게감으로 봐서 이해를 하지만 뉴몰든과 런던의 동네 소식 중심으로 만드는 교민신문에서조차 이를 기사화하지 않는다면 영국 한인사회에서 과연 무엇이 뉴스란 말인가.

 

19세기 영국 작가 에드워드 불워-리튼은 "객관적이지 못한 언론은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전달을 안 하는 언론은 존재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언론은? <개인이 말이나 글로 자기의 생각을 발표하는> 것도 언론이지만 <보통은 대중매체를 이용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는 것이 언론이다. 정보를 전달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주된 기능이다. 뭔가 전달해야 여론이 형성된다는 말이다. 사람은 언론을 통해 무언가를 전달받고 그에 따라 행동을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크고 작은 사회가 다 그렇게 움직인다.
그래서 작은 동네 영국의 코리아타운에도 아직은 이런 기능을 수행하는 동네 신문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혹은 영국 한인사회의 한인들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두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없기에 동내 신문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려주고 독자는 이를 근거로 알고 느끼고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몇 개의 동네 신문이 모두 객관적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실을 알리면서 신문의 주관을 그 속에 담아도 (설령 단 두 개의 동네 신문만이라도 각자 제 목소리로 얘기하면) 독자는 대조하며 읽고 나름의 사고를 해서 알려진 현상에 자기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처음에 교육기금 사태에 대해 동포 언론이 한목소리를 낼 줄 알았다. 내가 꿈을 꾼 거라면 이제는 현상을 있는 대로 알리기라도 해달라는 부탁이다. 왜냐하면 나 혼자 여론을 나쁜 쪽으로 끌고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리지도 않으면 무엇을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떤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나는 이번 한인회와 한국학교의 피켓시위 보도에 있어 우리 동네 신문들이 부끄러운 '자기 검열'을 한 것으로 판단한다. 

 

그렇게 자기 검열을 한 자리에 교육기금에서 쓴 성격이 묘한 글이 실렸다. 제목이 '무슨무슨 합법적인 고찰?'이다. 아마 법적 고찰을 한다는 의미를 전하려 했나 본데 그랬다면 뭘 전하려 했는지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내용을 전하는 이들이 '임원 및 이사장 일동'이란다. 앞뒤 부조화에 실소가 나온다. 그 전에 낸 글에서 '임원 및 이사장 일동'은 스스로 교육전문가들이 모였다고 했는데 그래서 더 걱정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글을 게재하는 비용은 교육기금에서 쓰는지 '임원 및 이사장 일동'이 십시일반 하는지도 궁금하다.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