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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외국인으로서 한국의 독립에 기여한 인물들을 한국 정부는 한국인 독립유공자와 마찬가지로 서훈한다. 한국의 독립유공자가 된 외국인은 모두 90명인데 지난 2020년 2월 9일 외국 국적의 독립운동 유공자로서는 마지막 생존자였던 중국의 쑤징허 선생이 돌아가시면서 이제 생존해 있는 외국인 독립유공자는 없다. 외국인 독립유공자 서훈은 1급 대한민국장, 2급 대통령장, 3급 독립장, 4급 애국장, 5급 애족장으로 나뉜다. 이런 서훈 방식은 한국인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도 같다.

 

1급(대한민국장) 서훈자는 5명으로 모두 중국인으로 손문, 장개석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인들이다. 2급 서훈자 11명 중 10명이 중국인이다. 나머지 한 명이 영국인으로 바로 베델(한국식 이름 배설 裵說) 선생이다. 아시다시피 대단한 분인데 우리가 제대로 대우로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3급 독립장이 추서된 '조지 루이스 쇼'라는 분이 있다. 일본계 영국인 혹은 아일랜드계 영국인으로 분류한다. 부인과 며느리가 일본인이다. 그런데 한국의 독립유공자라서 의아할 테지만 님 웨일스가 쓴 '아리랑'의 주인공인 독립운동가 김산 金山은 "쇼는 한 푼도 받지 않고 오로지 동정심에 스스로 한국을 도와주었다."고 그를 기억했다. 백범 김구, 김가진, 김의환 부자 등 많은 독립 운동가가 그의 도움을 받았다. 오죽하면 '조지 쇼가 일제의 눈엣가시였다'라는 기록도 남아있을 정도다. 그가 한국의 독립운동을 도운 것은 김산의 말처럼 아일랜드인으로서 한국을 본 동병상련 同病相憐 - 아일랜드 독립전쟁과 한국의 3.1 운동은 같은 해 일어났다 - 이었을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해석한다.

조지 쇼는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되었으나 후손을 찾지 못해 수여 되지 않았다가 49년이 지난 2012년에야 친손녀에게 전달했다. 여기에는 이런 사연이 있다.
 
런던에서 북쪽으로 약 184km 떨어진 작은 시골 동네 스폴딩 Spalding이란 곳에 20살 때부터 이웃에 살면서 친구로 지낸 수전 제인 블랙과 캐서린 베틴슨이 있었다. 수전 제인 블랙은 베델 선생의 손녀로 1995년 한국을 처음 방문하게 되는데 캐서린 베틴슨도 '친구 따라 강남 가듯' 한국 구경을 온다. 베틴슨 씨는 국가보훈처 직원에게 우연히 '조지 루이스 쇼'라는 영국인 독립유공자에 대한 얘기를 듣고 마침 자기 할머니 성이 '쇼'였기에 그가 자신의 조상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국에 돌아온 그는 영국 국회의사당에서 해외국민 출생 관련 자료를 뒤지고 아일랜드로 건너가 자료를 찾았다. 우연히 읽은 캐나다 소설책에 묘사된 인물이 쇼와 비슷해 캐나다에 문의해 쇼의 조카를 찾았고 거기서 구한 조지 쇼의 아들인 사무엘 쇼의 사진을 영국 ‘조상 찾기’ 홈페이지에 게시해 결국 호주에 사는 직계 후손도 찾았다. 

 

이웃에 살던 친구가 서로를 보며 놀랐을 게다. "아니 네 할아버지도 한국 독립유공자였어?"
베델 선생의 손녀 수전 제인 블랙 여사가 사는 브리스톨 집에 해외 독립유공자 1호 명패가 걸려 있다. 죠지 쇼 선생의 증손녀 레이철 사 씨의 집에 해외 독립유공자 1호 명패가 걸려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 브리스톨에는 베델 선생의 생가(54 Egerton Road, Bishopston, Bristol)로 추정되는 주택이 있다. 1860년대 건축돼 현재 원형이 보존된 상태다. 한국 정부는 생가로 확인될 경우 국외 시설로 등록하고, 표지물을 설치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그 후 상황은 감감무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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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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