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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코로나 시대의 노숙인 소묘

hherald 2020.10.05 16:50 조회 수 : 475

런던의 스트랜드 Strand 거리는 워털루 다리에서 트래펄가 광장까지 이어지는 긴 길인데 길옆 조그만 광장에서 저녁 8시가 되면 무료급식이 있어 노숙자들이 일찍부터 길게 줄을 선다.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동안 지난 하루 안녕하셨는지, 인사를 묻는 듯 왁자지껄하다. 그런데 코로나 19 판데믹 이후 봉사단체의 하얀색 무료급식 차량을 보지 못했다. 홈리스들이 배식을 기다리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스트랜드 거리 바로 뒤편에 코벤트 가든이 있다. 코벤트 가든에 있는 뮤지컬 극장은 노숙인들의 보금자리다. 뮤지컬이 끝나고 직원들도 퇴근하면 극장 앞 계단은 노숙인들의 잠자리가 된다. 건물 처마 아래 있으면 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로나 19로 극장이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더 일찍 잠자리를 펼 수 있지만 저녁 식사는 걸렀다.

 

런던에는 해마다 만 명 이상의 노숙자가 길거리에서 밤을 보낸다고 한다.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데는 다 공감하는데 특별한 해결책이 떡하니 나온 것을 본 기억은 글쎄? 윌리엄 왕세손도 노숙자들과 밤을 같이 보낸 적이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를 체험한다고 했던가. 10년 전쯤 런던 킹스칼리지 대학 지리학과에서 영국 정부 지원으로 지역(런던)의 역사를 그대로 체험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했는데 여기에 노숙자의 눈높이에서 노숙을 기록하려 직접 노숙을 체험하는 것도 있었다.

노숙자들이 자기 가게 앞에 잠자리를 펴는 것이 싫은 업주들은 노숙인을 쫓을 방안을 만드느라 바빴다. 처마가 있는 아래 공간에 쇠창살을 두르고 바닥에 칸막이를 만들고 없던 화단까지 새로 만들었다. 고약한 이들은 스프링클러를 달아서 가끔 물을 뿌리기도 했다. 자다가 물벼락을 맞은 노숙자는 다시 그곳에 오지 않았다. 

 

한때 런던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철심이 곳곳에 박히기 시작했다. 뾰족한 철심이 매장 입구 주변에 설치됐다. 하나같이 처마가 있어 비를 피할 수 있는 노숙인들의 보금자리였다. 특히 번화가인 리젠트 스트리트의 테스코 매장과 명품 매장들 앞에 이 철심이 설치되자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항의가 쏟아졌다. 이들 매장에서는 건물 앞 흡연을 막으려 한 것이다,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이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했지만 노숙자가 못 자게 철심을 박은 걸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떤 단체에서는 철심 위에 시멘트를 부어 다시 평평하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 이를 설치한 매장에서 손을 들고 철거했다. 
그때는 그나마 사회가 노숙인을 따뜻하게 안을 여유가 있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거리를 두는데 하물며 그들이야.

 

노숙인들은 오래된 건물을 좋아한다. 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면 외부 수리를 못 하니 영원히 노숙인의 보금자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은 아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노숙인의 보금자리일 것이다. 이곳에서 매주 노숙인 무료급식을 하는 한국 가톨릭 재단 소속 '예수의꽃동네유지재단'에서 이번 추석에 불고기 특별식을 노숙인들에게 봉사했다고 한다. 이탈리아도 코로나 19의 삭풍 아래 있는데 이들은 단 한 번도 봉사를 빼먹지 않았다고. 6년째 매주 봉사하는 수녀님은 "어느 해보다 마음이 풍요로운 추석이 됐다"고 했다. 아무렴요.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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