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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오버투어리즘 Overtourism

hherald 2020.01.27 18:12 조회 수 : 6262

로마시 의회는 트레비 분수에 울타리를 치자고 결의했다. 분수에 걸터앉거나 심하면 분수에 뛰어드는 관광객을 막으려는 조치다. 경찰이 이런 관광객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라 차라리 울타리를 쳐 아예 접근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해마다 '올해의 단어'를 선정하는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이 2018년 오버투어리즘 Overtourism을 후보로 올린 바 있다. 오버투어리즘은 어느 관광지에 수용 범위를 넘는 관광객들이 몰려 생태계 훼손, 주민 생활 침해 등 부작용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2018년은 유독 오버투어리즘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영국 BBC는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는 세계 5대 관광지 중 첫 번째로 한국의 제주도를 꼽았다.  BBC 보도가 이렇게 시작된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비행 노선이 어디일까요?> 바로 서울-제주 노선으로 비행기가 연간 6만5000편이며 제주 방문객이 1500만 명이라고 소개했다. 하긴 제주공항은 스케줄이 밀릴 때 1시간에 비행기가 34대까지 뜨고 내린다고 한다. 제주도의 오버투어리즘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현장은 제주공항이다. 늘 북새통이다. 

 

<관광이 도시를 죽인다 Tourism Kills the City>는 표어는 세계 유명관광지가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겪으면서 나온 슬로건이다. 베니스, 바르셀로나, 암스테르담, 교토, 제주도 등은 오버투어리즘의 피해를 호소하는 대표적인 도시다. 관광객이 많이 오면 도시 수입이 증가할 텐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 생각할 수 있으나 관광객은 주차공간을 점령하고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고 시끄럽게 떠든다.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 북촌한옥마을에 가면 안내원이 영어, 중국어, 한국어로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적힌 안내판을 들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무엇보다 관광객이 너무 많으면 아파트 등의 임대료가 올라 거주민이 힘들다. 결국 거주민들이 관광객을 피해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 Touristification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진짜 세계적인 관광도시는 왜 오버투어리즘의 고통을 호소하지 않는 걸까, 의문이 간다. 베이징은 연간 2억6천만 명이 찾는 관광지다. 뉴욕은 6천만 명 이상이 찾는다. 마찬가지로 6천만 명 이상이 오는 파리는 아무 말이 없는데 1천800만 명이 오는 암스테르담은 죽겠다고 난리다. 베이징, 뉴욕, 파리 같은 도시에서는 관광객으로 인해 골치를 앓는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많아지는 관광객을 수용할 준비와 자세와 시설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없다.

오버투어리즘에 시달리는 관광지에 사는 주민에게는 '관광 공포증'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오버투어리즘은 관광객을 수용할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것이 문제라 도시마다 관광객 수를 제한하고 세금을 올리고 호텔 신축을 막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일부 관광객의 몰상식한 행동에 있다. 모르고 한 행동이 관광지 문화에 반하는 행동이 될 수 있고 아무 데서나 내 편한 대로 하는 행동이 관광지 거주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래서 여행하기 전 이런 에티켓을 갖춘 여행객이 되겠다는 자세가 먼저 필요하다. 그러면 트레비 분수에 울타리를 쳐야 하는 로마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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