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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돌아온 지갑 속에 든 '신뢰'

hherald 2019.06.24 16:50 조회 수 : 2942

A5 사이즈로 손바닥 크기의 교양 잡지인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간혹 돈이 든 지갑을 세계 각국의 도시에 떨어뜨려 놓고 회수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을 해 발표한다. 2001년에는 연락처와 50달러 정도의 현지 지폐가 든 지갑 1,100개를 여러 도시에서 일부러(?) 분실했다. 얼마나 돌아왔을까. 세계 평균은 56%, 노르웨이와 덴마크에서는 100% 회수됐다. 한국은 70%로 미국 67%, 영국 65%, 프랑스 60%, 독일 45%보다 높았다. 더 정직한 국가로 드러났다고 당시 언론은 표현했다.

 

이번에는 미국 대학에서 비슷한 실험을 했다. 세계 40개국 355개 도시에 무려 1만7303개의 지갑을 흘렸다. 무작위로 도시를 선정해서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회수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스위스였다. 노르웨이,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이 뒤를 이었다. 회수율이 낮은 국가는 케냐, 카자흐스탄, 페루, 모로코, 중국 등이었다. 그런데 이번 실험에는 지갑에 든 돈을 여러 종류로 했다. 빈 지갑, 돈이 많이 든 지갑(약 11만 원), 적게 든 지갑(약 1만5천 원)을 떨어뜨렸는데 돈이 많이 든 지갑의 회수율이 높았다. 돈이 많이 든 지갑은 평균 72% 돌아왔으나 적게 든 지갑은 61%, 빈 지갑은 46%만 돌아왔다.

연구팀은 예상했던 결과와 다르다, 돈이 인간 행동을 규정하는 전부가 아니다, 라고 분석했다. 돈이 많이 든 지갑을 주운 사람은 '이 지갑을 잃어버린 사람은 걱정을 많이 할 것'이라 생각하는 이타심이 작용해 지갑을 더 많이 돌려준다는 것이다. 인간의 행동이 경제적 이득만을 좇아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희망을 얘기했다. 

 

이전에 영국 에든버러에서 한 지갑 회수율 실험도 이와 비슷한 현상을 보여줬다. 지갑에 각각 아기, 강아지, 가족, 노인 부부의 사진을 넣어 거리에 뒀는데 아기 사진이 든 지갑의 회수율이 가장 높았다. 연구팀은 아이는 돌봐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 미래 세대인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마음 등이 회수율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 실험에서 병원, 종교사찰 등에서 분실한 지갑이 길거리에서 분실한 지갑보다 회수율이 높게 나온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여러 지갑 회수율 실험을 사례로 들었는데 결론은 이런 실험을 통해 나라마다 정직함의 정도를 비교하자는 게 아니다. 이 실험의 결과로 사람에 대한 어떤 희망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고전경제학의 인간 논리는 '인간은 자기 이익을 최대한 추구하는 방향으로 선택한다'는 거다. 그런데 실험 결과를 보니 꼭 그렇지 않잖아, 하는 희망 말이다.

 

사회적 자본이란 말이 있다. 사람들이 협력해 같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능력을 또 하나의 자본으로 보는 말이다. 기계나 땅과 같은 물질 자본, 기술이나 교육 같은 인적 자본이 아닌 제3의 자본, 이는 신뢰나 책임감처럼 사회적 협력을 도모하는 비공식적인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니까 사회적 자본의 핵심은 사람 사이의 '신뢰'다. 

 

고스란히 돌아온 지갑에는 원래 들어있던 현금은 물론 서로에 대한 신뢰로 만든 사회적 자본이 두둑이 들어있는 것이다.

헤럴드 김 종백단상.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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