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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저놈 잡아라!'와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두 희대의 유행어는 악질 경찰이라는 한배에서 나온 '눈가리고 아웅 하기'였다.

 

'저놈 잡아라'가 뭐지?하며 느닷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놈 잡아라'는 미 군정 수도경찰청의 고문치사 은폐사건 때 만든 거짓말이고 아시다시피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5공 시절 남영동 대공분실의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사건 때 나온 거짓말이다.

 

'저놈 잡아라'를 설명하려면 우선 노덕술이라는 악질 친일경찰을 설명해야 한다. 그는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일본인 상점에서 급사로 일하다 순사 견습소를 나와 말단 경찰로 시작했다. 학력도 집안도 볼품없는 그가 일제 치하에 경시(한국의 총경급)까지 올랐는데 오직 독립투사들의 피를 빨아 그렇게 출세할 수 있었다. 독립운동가를 고문해 죽이기를 수차례, '일경의 호랑이'라는 별칭까지 얻을 만큼 악랄한 친일경찰이었다. 해방 후 이승만의 전위대로 변신해 독립투사를 잡던 손으로 좌익 탄압에 앞장서 목숨을 부지했다. 

 

1948년 노덕술은 장택상 수도경찰청장 저격사건을 조사하다 임화라는 청년을 잡아 직접 곤봉으로 머리를 내리치면서 무자비하게 고문했다. 노덕술이 잠시 비운 사이 부하들이 이 청년을 실수로 죽였다. 그러자 노덕술은 무슨 묘안이 떠오른 듯 갑자기 2층 고문실 창문을 확 열고는 '저놈 잡아라!'하고 고함을 쳤다. 도망간 것으로 꾸몄다. 청년의 시체는 한강의 얼음 구멍에 버렸다. 그리고 장택상에게 보고해 문책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상금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6개월 뒤 사건은 모두 들통 난다. 그래도 노덕술은 처벌받지 않았다.

 

악랄한 고문 기술자였던 친일경찰 노덕술이 해방 후 단죄되지 않고 또 다른 치안전문가로 행세하던 당시 노덕술의 악질경찰 사단에 막내로 있었던 이가 5공 시절 치안본부 대공수사단장으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축소은폐를 진두지휘했던 박처원 치안감이다. 영화 1987에서 배우 김윤석이 연기했던 박 처장이 바로 그 인물이다.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얘기했던 그 인물이 바로 친일경찰 노덕술에게 고문기술과 사건은폐 기술을 그대로 전수받은 것이다.

 

노덕술은 1949년 반민특위에 체포된다. 노덕술은 친일의 죄만이 아니라 반민특위 간부들을 암살하려는 음모까지 꾸몄다는 것이 공범의 자수로 밝혀진다.  그러나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노덕술은 그저 하수인일 뿐이라며 그를 감싸고 석방을 종용하며 특위 활동을 방해한다. 노덕술은 풀려나 오히려 영전하고 후에 군 헌병 장교가 돼 무공훈장을 세 개나 받는다. 일제로부터 훈장을 받고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훈장을 받았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해방 뒤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분열됐다>고 했다. 노덕술과 같은 친일파를 청산할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 천추의 한이 된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고 보는 그의 빈약한 역사의식이라니. 삼일절 100주년이 돼도 그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이들이 역사를 재단하고 있으니 현대판 노덕술이가 주름 잡는 세상이 된 것이다. 

 

분명하다. <국민을 분열시킨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친일파들이다.> 나경원 의원만이 아니다. 그걸 모른다면 큰 문제요, 알고도 했다면 더 큰 문제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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