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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재영한인들과 국제암환우복지선교회

hherald 2019.02.18 16:58 조회 수 : 4000

재영한인들과 국제암환우복지선교회

 

지난해 음성적 면역조절 억제에 의한 암 치료법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앨리슨 교수는 어머니와 두 형, 두 삼촌을 암으로 잃었다. 그는 11살에 어머니를 잃었는데 오래 방사선 치료를 받은 어머니는 피부가 타들어 간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 뒤 두 형이 암으로 사망했고 이어 삼촌 둘이 차례로 암으로 그의 곁을 떠났다. 삼촌은 다른 가족이 암 치료를 받으며 고통스러워하던 모습을 봤기 때문에 아예 항암 치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앨리슨 교수의 슬픈 가족사는 의사가 된 그에게 고통 없는 항암치료 방법을 찾아 나서도록 했고 마침내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큰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오늘 단상은 얼마 전 영국을 방문한 국제암환우복지선교회의 회장 및 관계자들을 노인회관에서 만나 들은 얘기를 정리해본다. 영국에 사는 한인들을 위한 의료 알선서비스를 소개하는 내용 중 암에 관련된 부분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복지선교회의 지사 설립을 협의한 재영노인회의 안내 부탁이 있었음을 알린다.

 

과거 암은 '죽는 병'이라 했는데 이제는 '치유되는 병' 혹은 '관리하는 병'으로 불치병으로 보는 이는 없다. 우리가 평균 수명까지 산다면 남자는 5명 중 2명, 여자는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만큼 흔한 병이 됐다. 발병률이 높고 생존율도 높다. 알다시피 암을 조기 발견하면 대부분 치유할 수 있다. 발병률과 생존율이 같이 높다는 건 치료와 재활을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치료와 재활을 잘한다는 건 당연히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뜻이다. 암 치료비가 최근 7년간 4.2배 증가했다고 한다.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는 '돈'이 큰 몫을 한다.

 

이처럼 흔한 병이 됐는데도 집안에 암 환자가 생기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직.간접으로 암을 앓는다. 암 환자인 본인은 당연히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외상을 겪고 불안감과 우울증에 쌓인다. 암 환자의 가족도 육체적으로 지치고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가정은 매일 불화의 연속이다. 복지선교회는 이를 디스트레스 distress라고 설명했다. 암 환자는 물론 그 가족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로 암을 이기려면 디스트레스 수치부터 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미국 종합암네트워크에서는 이를 <암에 걸렸을 때 충격, 현실부정, 분노, 공포, 불안, 우울, 자책, 고독 등 다양한 감정 반응이 투병에 영향을 줄 만큼 심각한 상태>를 말한다고 했다.

 

복지선교회는 암 환우와 가족의 디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그간의 노력과 성과를 자랑했다. 암 환자의 불안감은 같은 암을 겪어본 환우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과 소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데 선교회의 회장인 목사가 암 환자였기에 동병상련이 마음을 열게 한다고. 복지선교회의 이날 설명처럼 정식 지부가 설립돼 영국에 사는 한인들이 암을 비롯해 다른 병을 치료하러 한국에 가서 선교회의 주선으로 비용을 줄이고 시간을 절약하고 머물 곳의 고민이 없어지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 아닌가. 향후 국제암환우복지선교회에 관해 더 자세히 다룰 기회를 만들어 세세히 살펴보고 가감 없이 알리고자 한다.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반응을 디스트레스라고 할 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스트레스 요인을 유스트레스 eustress라고 한다. 국제암환우복지선교회가 설명한 선의가 영국 한인사회에서 하나의 유스트레스로 작용하길 바란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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