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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블랙프라이데이

hherald 2018.11.19 16:47 조회 수 : 2337

 매년 11월 네 번째 주 금요일이 블랙프라이데이다. 올해는 11월 23일. 미국인들의 가장 큰 명절인 추수감사절(11월 네 번째 주 목요일)이 지나 이때 못 판 제품을 아주 싼값으로 파는 날이다. 물건을 먼저 사려는 고객들이 아침부터 가게 문을 열기를 기다리며 장사진을 치는 모습이 뉴스에 등장하는 바로 그날이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바로 다음 날이다. 우리나라 추석 대목처럼 미국도 추수감사절 대목에 가장 많은 소비가 일어난다. 그래서 추수감사절이 지나 남은 제품은 대부분 재고가 된다. 재고를 쌓아두지 않으려는 상인들과 연말 보너스를 받아 여유가 생긴 소비자가 블랙프라이데이에 '세일'이라는 매개체로 만난다. 1924년 뉴욕 메이시스 백화점이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를 한 뒤로 매년 추수감사절 다음 금요일이 비공식적으로 연휴 쇼핑 시즌이 시작되는 날로 알려지게 됐다.

 

 

왜 이 프라이데이 앞에 블랙을 붙였을까. 힘들어서 혹은 무질서해서 블랙이라 했다는 설.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말이 1960년대에 생겼다고 추측하는데 당시 너무 많이 밀려든 고객에 시달린 직원들이 힘들다고 블랙프라이데이! 1960년대 쇼핑하러 몰려든 자동차와 사람들이 뒤엉킨 혼잡한 거리에서 필라델피아의 경찰들이 골머리를 앓으며 블랙프라이데이! 라고 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설은 일 년 내내 적자(Red ink)를 보던 가게가 추수감사절이 지나면 물건을 많이 팔아 형편이 좋아졌기 때문에 이날부터 가게 경영이 흑자(Black ink)로 돌아선다고 장부에 빨간 잉크가 아닌 까만 잉크로 쓰게 돼 블랙프라이데이라 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럼 왜 싸게 팔까. 미국은 땅이 넓다. 재고품이 생기면 제조업체에 반품하거나 할인매장으로 옮겨 팔아야 한다. 땅이 넓으니 이렇게 옮기는데 돈이 많이 든다. 차로 며칠씩 달려 물건을 옮기려면 비용이 많이 발생하니 차라리 싸게 팔아 재고를 만들지 않는 것이 더 낫다. 그래서 추수감사절 대목이 끝나면 대대적인 할인행사로 재고를 처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있다. 당연히 미국을 베낀 거다. 2015년부터 정부에서 내수시장을 살린다고 하고 있는데 시작부터 박근혜 정부의 전시행정이란 비난을 받았다. 2015년 메르스로 내수시장이 죽자 소비 진작을 위해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했던 '코리아 그랜드 세일'의 대상을 내국인까지 확대했던 것이다. 아직까지 명칭도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코리아 그랜드 세일, 줄임말인 블프 등 갖가지로 불린다. 물론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정부에서 억지로 세일을 하라고 하니 삼성, 엘지 같은 기업은 아예 처음에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싸게 털어버리는 게 오히려 이득인 것은 미국처럼 땅이 넓은 나라에서나 통하는 얘기지 땅 좁고 인건비 싼 한국에서는 할 필요가 없고 한다고 해서 반응도 효과도 모두 시원찮다. 그런 블랙프라이데이를 정부에서 억지로 밀어붙이니 한국 블랙프라이데이는 프라이데이에 또 다른 의미의 '블랙'을 붙인다는 비난을 사는 거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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