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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네팔에는 '차우파디(chhaupadi)'라는 고약한 인습이 있다. '차우파디'란 네팔어로 '불경한 존재'라는 뜻인데 생리 중인 여성과 접촉하면 '호랑이가 나타난다'고 할 정도로 좋지 않은 일이 생기기 때문에 여성을 격리한다. 지저분하고 작은 움막을 지어 있게 하거나 동물과 함께 지내게 한다. 집에 올 수 없고 우물에 갈 수 없고 목욕을 하거나 화장실을 쓸 수 없다.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없고 거친 빵과 소금만 먹는다. '차우파디'로 어린 소녀가 움막에서 불을 피우려다 질식해 죽거나 뱀에 물려 죽는 사건이 종종 일어난다. 더한 건 생리만이 아니라 출산 후 산모도 이런 '차우파디'를 당한다고 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를 보면 네팔 정부가 이미 차우파디를 금지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의 95%가 여전히 매월 이런 곤욕을 겪고 있다. 딸을 낳은 산모가 헛간에 지내다 신생아인 딸이 얼어 죽은 사례도 있다. 생리 중인 소녀가 있는 헛간에 찾아와 수작을 거는 남자들도 있어 이 경험을 한 소녀들은 <차라리 생리하지 않길 바랐다.>고 고백한다.

 

월경혈과 출산혈을 부정하게 보는 것을 네팔 일부 지역의 종교적 문화적 신념으로 봐야 할까. 이 관습을 지키지 않으면, 신이 노해,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는 것. 가부장적 이기심에다 여성이 <내가 5일 정도 이곳에서 고생하면 다 좋아질 테니>라며 수긍하니까 이런 악습이 계속된다. 여기에는 월경혈을 '더러운 피'라고 보는 잘못된 인식이 근본적인 문제다. 다 알듯 월경은 그냥 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궁내막이 분해돼 몸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더러운 것은 월경이 아니라 월경을 '더럽게' 여기는 편견과 혐오다.>

 

 

네팔의 차우파디가 극단적인 예지만 월경을 대하는 차별적 시선, 월경에 대한 잘못된 대처는 어느 나라, 어느 문화권에서나 흔히 발견된다. 스페인에는 <스테이크를 해동 중이다>라는 은어가 있다. 스테이크를 녹이면 핏물이 나오는 것을 월경에 빗댄 은어다. 전 세계에 월경을 의미하는 은어가 5,000여개일 것으로 추산한다. 자연스러운 여성 몸의 변화를 이렇듯 숨겨 말하는 이유는 그 가치나 의미에 대한 고찰 없이 생리를 불쾌나 혐오로 받아들이는 인습 때문이다. 우리라고 다를까. 당장 월경을 대신해서 부르는 말을 떠올리면 생리, 마법, 매직, 그날, 빨간날 등등 무슨 홍길동전도 아니고 월경을 월경이라 부르지 못한다. 생리대는 밀거래하듯 보이지 않는 까만 봉투에 넣어서 팔고, 생리대 광고에는 깨끗한 이미지의 여성 모델이 밝은색 옷만 입고 나온다. 이처럼 월경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는 많고 또 흔하다. 그래서 꼭 네팔이 아니라도 <모든 여성은 자신의 마음속 저마다의 차우파디를 짓고 숨어 산다>고 어느 여성학자가 말했다

 

생소하겠지만 '월경의 날'이 있다. 5월 28일. 비영리 재단, WASH United의 제안으로 월경에 대한 사회적인 침묵과 터부를 걷어내기 위해 2014년부터 시작됐다. 5월 28일로 한 이유는 보편적인 월경주기로 알려진 주기를 따서 정했는데 월경을 5일 동안 28일마다 한다는 의미다.

 

올 8월부터 네팔에서 차우파디가 금지된다. 이미 2005년 네팔 대법원은 차우파디를 금지했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흐지부지했는데 이제 지키지 않으면 최고 징역 3개월이나 한화 약 3만 원 벌금형에 처한다고. 물론 잘못된 관습을 끊어버리겠다는 네팔 정부의 의지가 주민 의식 속에 심어져 차우파디가 차지한 의식의 뿌리를 뽑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의미 있는 조치로 보인다. 

 

월경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 역시 답은 <더러운 것은 월경이 아니라 월경을 '더럽게' 여기는 편견과 혐오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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