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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반신반인이란 반은 인간이고 반은 신神이라, 부모의 한쪽이 신이고 한쪽이 인간인 신화적 인물을 말하는데 예를들면 헤라클레스 같은 인물. 그래서 실상 현실에서는 반인반신이란 없고 현실에서 있는 것처럼 만들자니 인간보다 능력이 월등하고 영웅과 같다고 치켜세울 때 끌어오는 표현이 됐다. 남유진 전 구미龜尾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리켜 하늘이 내린 반신반인'고 말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신반인이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은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우상화하는데 앞장선 대표적 지자체가 구미시와 경상북도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경상북도 도지사와 구미 시장이 마치 신념처럼 이를 밀어붙였다고 할까. 그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구미시는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1995년 민선 1기부터 3번 내리 구미시장을 했다. 3번 끝에 경북도지사로 옮겨가 다시 3선을 했다. 김관용 다음으로 민선 4기부터 6기까지 다시 구미시장을 3선 연임한 이가 남유진 시장이다. 남유진 시장에게는 김관용 지사가 롤모델이었는지 구미시장 후 경북도지사로의 승승가도에 올라타려 부단히 애를 썼다. 애를 썼다는 것이 시정을 잘 이끌어 도지사 후보라는 인물감으로 자신이 개발됐다거나 하는 부분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과 무관한 전임 대통령 우상화 사업만 줄창 노력해 보수 야당 도지사 후보로 눈도장을 받으려 했다는 것이다.

 

박정희 우상화와 구미 시정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던 남유진 전 구미시장은 지난해 추석에 <좌파들과의 이념전쟁의 최전선에 나서겠다>며 경북도지사 출마를 밝혔다. <대구경북인을 중심으로 보수우파의 전열을 가다듬고>라는 식의 얘기가 출마의 변이다 보니 그가 추진한 박정희 우상화는 그의 정치적 야욕을 위한 것이었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도지사 하려고 혈세 쓰나'는 비난을 받았지만, 시장을 그만두면서까지 박정희 유물관 건립을 추진해 그의 정치적 자산이라곤 시대착오 격인 박정희 우상화밖에는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매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제를 지내고 11월 14일에는 탄신제를 지냈다. 그가 본 구미시와 경상북도의 당시 현실은 <오늘은 자유한국당에 적폐청산의 칼날이 겨눠지고 있지만, 내일이면 그 칼끝은 보수의 심장인 경북도민들의 심장으로 날아들 것>이라며 위태롭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작금의 상황이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라면 ‘리틀 박정희 남유진’은 온몸으로 맞서겠다>고 했다. 은근히 '리틀 박정희'라는 숟가락 하나 얹고 지난해 연말에 시장 그만두고 도지사 경선에 나갔는데 자유한국당 4명의 후보 중 4등을 했다. 그 와중에 함께 경선을 했던 후보 중 어떤 이는 SNS로 지지를 당부하는 문자를 대거 발송했다, 어떤 이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들먹이며 불공정 경선이라 이의를 제기하고 경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어깃장을 놓기도 했다.

 

구미에는 박정희공원, 박정희로, 박정희 체육관이 있다. 가히 보수의 철옹성이었던 이곳 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자유한국당 후보를 이겼다. TK 지역에서 무려 20년 만에 탄생한 민주당 출신 민선시장이라 의미가 있지만, 그것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서 일어난 일이라 역사적 사건이라 할만하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구미시민들에게 박정희 우상화 사업은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시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우상화 사업을 사욕으로 밀어부치고 그것을 업적이라고 또 들이밀고... 구미는 이제서야 잘못된 향수에 기댄 구태 정치가 응징을 받은 것이다. 누구를 숭배하든 그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개인적 욕망의 숭배를 더 이상 공공화하지 말라는 교훈을 반신반인의 고향에 알려준 것이 아닐까.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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