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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미국인의 얼굴, 미국의 얼굴

hherald 2018.05.14 17:51 조회 수 : 268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 있는 해발 1745m의 바위산, 러시모어산에는 세계 최대의 조각인 미국 대통령들의 얼굴이 있다. 1대 조지 워싱턴, 3대 토머스 제퍼슨, 16대 에이브러햄 링컨, 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을 빛낸 4명의 대통령을 새긴 이 두상들은 머리에서 턱까지의 길이가 무려 18m, 6층짜리 건물 높이다. 관광상품으로 대성공을 거둔 두상, 미국인의 얼굴들이다.

 

러시모어산의 위인급 대통령들 못지않게, 아니 더 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질 예정이다. 이름하여 '러시모어'가 아닌 '트럼프모어'. 그런데 세워지는 곳이 미국이 아니라 북극. 그것도 빙산에 조각된다니 얼음덩어리 트럼프가 만들어진다. 높이 35m 정도로 만들 예정이라니 러시모어산의 대통령 중 한 사람의 얼굴보다 2배 정도 크다. 

 

트럼프의 얼음 얼굴 제작 프로젝트  '트럼프모어'은 다분히 희화화됐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곳은 핀란드 기후변화단체 멜팅 아이스 melting ice. 그들의 웹사이트에는 다분히 불만스러운 표정의 도널드 트럼프 얼음덩어리 빙산이 북극에 떠 있다. 만드는데 40만 유로 정도가 필요해 기금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멜팅 아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녹는지 안 녹는지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트럼프는 기후변화가 사기라고 주장한 사람이다. 그래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할 것이라고 주장해왔고 실제 탈퇴했다. 트럼프는 온실가스를 줄이려 하면 미국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지지층은 제조업 종사자들이다. 환경보호에 신경 쓰면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어 트럼프 지지층에게 타격이다. 자기 지지층을 결집하려고 기후변화협정을 탈퇴했다고 봐야 한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탄소를 두 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국가다. 중국이야 인구가 많지만 미국은 전 세계 인구의 2%에 불과하다. 이처럼 지구 오염에 큰 책임이 있는 미국이 협약을 떠나자 전 세계가 목소리를 높여 비난했지만 사실 이런 협약에 구속력은 없다. 그래서 탄소 배출이 줄지 않고 지구 기온이 계속 오르면 환경이 어떻게 되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주려고 멜팅 아이스 같은 환경단체가 트럼프의 얼굴을 빙산에 조각하려는 것이다. 흘러내리며 사라지는 도널드 트럼프 얼굴을 보여주며 경종을 울리겠다는 뜻이다.

 

중학교 교과서에 있었던 너새니얼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을 기억하시는지. 어린 시절부터 얼굴 모양의 바위산을 보고 자란 어니스트는 바위산과 닮은 얼굴의 위대한 인물을 기다리며 살았다. 그 인물은 재력가도, 장군도, 정치인도, 시인도 아니었다. 마지막에 만난 시인은 이제 세월이 흘러 훌륭한 설교자가 된 어니스트가 바로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이라 말하고 사람들도 어니스트를 보며 비로소 그 사람이 나타났다고 믿게 되지만 어니스트는 자기는 큰 바위 얼굴이 아니라며 언젠가 그런 사람이 반드시 나타난다는 여운을 둔다.

러시모어에서 트럼프모어까지, 게다가 큰 바위 얼굴. 미국인의 얼굴, 아니 미국의 얼굴은 알 듯하면서도 어렵다.  

 

 

헬러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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