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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결코 멀지 않은 '평양냉면'

hherald 2018.04.30 18:08 조회 수 : 396

 


한국에서 2018년 4월 27일에 선택된 메뉴는 단연 평양냉면이었을 것이다. 지난 금요일 런던은 비 오고 추워 냉면을 먹기 힘들어 아쉬웠지만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시종일관 시원했고 판문점 선언이 유독 더 시원했고 남북 정상회담 저녁 만찬에 평양 옥류관 냉면이 나온 만큼 시원한 평양냉면을 이날 한국에서는 많이 찾았을 것이다. 미국 CNN은 이를 국수 외교 noodle diplomacy 표현했다지.

 

 

냉면은 조선 시대 숙종과 고종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 시대까지 기원을 찾는다는데, 매운 걸 먹지 못하던 고종이 즐기던 음식이라 유행했는지 조선 후기의 양반들이 요정이나 요릿집에서 냉면을 사 먹었다는 기록이 있어 냉면은 양반이 즐겨먹던 음식이었다는 잘못된 추측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진 적이 있다. 냉면은 양반 서민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기던 음식이었다는 게 지금 정설이다..

 

지금이야 냉면, 하면 평양냉면, 함흥냉면 즉 물냉면, 비빔냉면(함흥냉면은 꼭 비빔냉면만이 아니다. 물냉면도 있다)으로 대별되지만 일본 강점기 이전까지 냉면은 평양냉면과 진주냉면이었다. 진주냉면은 좀 살만한 계층에서 주로 먹던 음식인데 지금은 명맥이 끊어졌다. 진주냉면은 진주지역 요정에서 팔리던 고급음식이라 요정이 문을 닫으면서 조리법도 사라졌지만, 평양냉면은 진주냉면이 서서히 사라지던 시절, 서울(당시 경성)에서 오히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설렁탕과 함께 근대 2대 배달음식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모든 계층, 모든 연령, 모든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됐다.

 

1980년대까지 냉면 전문집은 전문 냉면집임을 나타내는 표식이 있었다. 분식집, 중국집 등 냉면을 파는 곳이 많기는 하지만 '냉면 전문'이라는 말을 함부로 붙이지는 않았다. 빨간 바탕에 흰 글씨로 '냉면'이 적힌 깃발을 가게 앞에 걸어놓지만, 냉면 판다고 다 '냉면 전문'을 쓰진 않았다. 일 년 내내 냉면을 파는 그곳들은 유난히 '무슨 면옥'이라고 불렸고 세월이 지나서도 살아남으면 '노포'라는 일종의 훈장도 달았다. 그런 집마다 나름 옛맛을 지킨다는 결의와 비법이 있다는데 그래서 동네 냉면 노포를 칭송하는 메니아도 많다. 

평양냉면도 일제강점기에 평양 출신의 냉면 요리사들이 대거 서울로 진출해 배달하면서 냉면을 팔아 널리 퍼졌는데 그 맛을 지킨다는 역사 서린 노포가 여럿 있다. 그런데 지금 평양의 평양냉면과는 맛이 다른가 보다. 영국 북한대사관에 있다가 탈북한 태영호 공사가 "남한의 평양냉면은 너무 달아서 이북 맛이 나지 않는다"고 했으니. 대동강 옥류관의 평양냉면은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등을 우려내고 여기에 동치미를 섞은 육수에다 메밀과 전분으로 반죽한 면을 쓰는데, 상당히 맛있다고 한다. 얼마 전 북한에서 공연한 가수 백지영이도 맛있다고 했다. (옥류관도 맛있지만, 옥류관보다 평양 호텔 식당에서 파는 냉면은 더 맛있다고 한다) 누구나 같은 심정이고 바램이겠지만 나도 맛보고 싶다.

 

이날 남북정상회담에서 평양냉면을 얘기하던 김정은 위원장이 "오늘 저녁 메뉴로 평양냉면이 멀리서 왔는데...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구나"라고 말해 회담장에 웃음이 터졌다고. 그래. 이렇게 어김없이 봄이 오듯 평양도, 평양냉면도 결코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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