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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교육기금은 당나귀 귀

hherald 2018.03.05 19:02 조회 수 : 2197

 

지금 영국 한인들이 모은 돈으로 만든 교육기금의 금고는 텅 비어 있다. 뜻있는 이들이 기부한 돈이 차곡차곡 쌓여 있을 것으로 모두가 알고 있었는데 정작 믿었던 금고지기가 탈탈 털어 간 바람에(교육기금 전 사무총장의 횡령 사건은 이미 유럽 한인사회에까지 다 알려졌다) 모아둔 교육 장학기금이 없어진 것도 문제지만 이 일로 인해 불신 풍조가 커져 한인사회에 기부 문화가 사라질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한인종합회관 건물이 교육기금의 자산인데 그나마 부동산까지 거덜 낸 금고지기는 아니었다고 자조하는 형편이니 착착한 심정을 소위 웃프다고 할까.

 

2010년 한인사회에 있던 각 단체의 공금(한인회, 런던한국학교, 재외동포재단 기부금, 한인 기부금)을 모아 한인회관을 사면서 교육기금이란 것이 처음 생겼는데 만든 까닭이 당시 한인회 등 기존 한인 단체를 믿을 수 없다(돈을 믿고 맡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금의 투명한 관리, 일부 인사에 의한 공금 전횡 등을 막고자 만든 것인데 그러다 보니 돈을 낸 곳이 주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옥상옥屋上屋 같은 단체가 하나 생긴 것이다. 돈을 낸 단체보다 상위에 있는 듯한 이 단체를 구성한 이들도 그들의 역할과 책무를 알고 행하기에는 현장을 떠난지 너무 오래됐거나 한인사회에 관심이 없거나 소식에 어두운 이들이 모였다. 외양만 보고 구성한 교육기금은 그래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말이 대나무 숲에서부터 들려왔다.

 

교육기금의 부동산인 한인회관은 2010년 4월, 51만 5천 파운드에 구입했다. 그리고 7월에 개관했다. 3개월 동안 인테리어 등 공사를 했다. 그런데 공사비로 15만 파운드 이상 들었다. 당시 공사 업체 선정(운영위원들이 입찰업체 성적을 매기는 방식)을 둘러싸고 '당나귀 귀' 소문이 파다했는데 처음 제시한 공사비(11만 5천 파운드)보다 더 많이 들어가자 몇몇 매체에서는 세부 명세를 공식 요청하기도 했으나 당시 교육기금은 "자료 준비를 철저히 해 일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답이 없었다. 그러니까 운영위원과 공사업체만 내역을 알고 한인들의 기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한인들은 몰랐고 알려달라고 해도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교육기금은 첫술부터 새고 있었다. '당나귀 귀'라고 우물에 고함지르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한인회관이 개관한다. 개관식이 월요일이었는데 전임 대사의 일정에 맞춰 한인들은 안중에도 없이 날을 잡았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그것도 감수했는데 이날 하루 행사비로 7,800파운드를 썼다는 얘기가 들렸다. 만약 그랬다면 그날 행사를 다 지켜본 바로 과연 어디에 그 큰돈을 썼는지 사용처를 모르겠다. 공식 행사에서는 그렇게 사용될 곳을 못 봤으니. 그래서 일부 한인 매체에서 "교육기금이 사금고화됐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많은 한인이 모르셨겠지만 '교육기금은 당나귀 귀'라는 소문이 이때는 자자했다. 

 

한인회 관련 소송비를 교육기금에서 빌려 쓰고 갚지 않은 것도 익히 알려진 일이다. 이처럼 교육기금 가까이 있었던 이들은 교육기금의 돈은 쓰고 난 뒤 사용처를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아예 한인들에게 알리지도 않는 많은 선례를 봐왔으니 교육기금은 '눈먼 돈'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횡령 사건이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것은 합법, 비합법의 이름으로 그동안 돈이 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듯하게 사용처를 만들어 합법적인 비용 처리를 한 것 중에도 쓸데없이 새어나간 돈이 많았으리라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지금 교육기금 대책위원들이 사후약방문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 제대로 환부를 도려낸다면 이제라도 다행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백성의 소리를 제대로 들으라는 경고였듯이 "교육기금은 당나귀 귀". 제발 이제라도 한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아는 교육기금이 되라는 울림이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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