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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사우디 여성 운전 허용의 속내

hherald 2017.10.23 18:34 조회 수 : 2675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성도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내년 6월에는 운전을 할 수 있다는데 사우디의 법이 바뀐 게 아니라 쉽게 표현하면 여성에게도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주라고 국왕이 명령을 내린 거다. 이슬람법인 샤리아에 따라 통치하는 절대왕정 국가라서 가능한 얘기다. 사우디에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명문법은 없었다. 그런데도 여성은 운전할 수 없었다. 왜냐. 운전면허증이 없으니까. 사우디는 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지 않는 것으로 지금까지 여성이 운전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 여성도 사우디에서는 운전할 수 없다. 

 

 

사우디는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유일한 국가다. 사우디 여성이 운전대를 잡으려면 놀이공원의 범퍼카를 타야 한다. 사실 범퍼카는 서로 부딪히며 터프하게 타는 것이 제맛인데 사우디 여성은 범퍼카를 탈 때도 부딪히지 않게 조용히 탄다는데 실제 운전하는 기분을 느끼려 사고를 피한다는 거다.

우리나라 성인 여자가 운전을 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걸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자유의 의미에서 '공주'라고 하지만 사우디 여성에겐 다르다. 남편이든 가족이든 고용운전사든 누군가를 운전사로 둬야하니 자가용을 탄 사우디 여성 모두는 '공주'다. 할 수도 없고 하지 않을 권리도 없는 공주다.

 

 

여성의 운전을 금지한 건 이동을 금지한 거다. 여성이 어디를 제 맘대로 다닌다면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기 힘들다.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인 와하비즘의 총본산인 사우디는 <남자는 알라에게 복종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복종한다>는 정신에 충실하다. 제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여성은 남성에게 무조건 의존해야 한다. 그러면 남성이 지배하기 쉽다. 그래서 사우디는 여성이 혼자 돌아다닐 수 있는 운전을 금했다. 웃기게도 여성이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이 2013년이다. 그것도 공원 같은 휴양시설에 한해서 허용했다. 절대 이동 수단으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니다. 이동권이 얼마나 위험한 자유권인데, 여자 혼자 돌아다니면 안 돼, 그래서 자전거도 안 돼.

 

 

그랬던 사우디가 이번에 여성의 운전을 허용했다. 여성 인권 신장, 미래를 향한 발걸음, 이런 표현을 하지만 실상은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의도에서 나온 일종의 마지못한 해금解禁으로 봐야 맞다. 외화 유출을 막으려는 의도가 첫째다. 여성이 운전을 못 하니 누군가는 해야 하고 가족이 아닌 운전사를 고용하면 월급을 줘야 한다. 허용되면 운전 가능한 여성이 1,000만 명이라니 사우디 여성 중 마지못해 운전사를 고용해 월급을 주는 수가 얼마나 많았으랴. 사우디에서 가정용 기사로 고용된 외국인은 약 140만 명. 이들은 돈을 벌어 고국으로 보낸다. 이 외화 유출을 막겠다는 것이 여성의 운전을 허용한 이유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우디 여성 투표권은 2015년 보장됐다. 여권의 불모지 정도가 아니라 없었다고 봐야 한다. 2000년대 이전까지 여성은 신분증도 없어 남성 후견인의 신분증 구석에 이름을 쓰면 그만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변해야 하는 것은 반드시 변하기 마련이다. 여성 억압의 퇴행을 지워가는 자유로운 드라이브를 만끽하는 날이 오는 것처럼. 참고로 사우디에서는 도요타와 현대자동차가 가장 인기라고 한다. 우리에게도 나쁜 일은 아니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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